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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Nov 25. 2021

누구를 위한 사회복무인가?

25년차 직장인

사회복무요원을 담당하는 울 직원이 힘들어 합니다. 우리 학교에는 사회복무요원이 두 명 있는데 그중 한 친구가 미꾸라지 같기 때문입니다. 그 친구는 울 직원이 일 좀 시키려고 하면 ‘다리 아프다, 허리 아프다’ 하며 요리조리 빠지고 연차나 병가는 밥 먹듯이 사용합니다. 울 직원은 참다못해 그 친구의 복무 위반 사실에 대해 내부적으로 경고를 보내고 복무기간을 5일 연장했습니다.      


복무기간 연장에 앙심을 품은 그 친구는 주말 동안 이런저런 민원을 여섯 개나 국민신문고에 올렸고, 병무청에서는 학교에 상담을 오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 친구가 평소에 쓰는 노트북을 열어보니 우리 학교에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울 직원과 나눈 대화를 모두 녹음해서 파일로 저장해놓았습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일하라고 할 때는 못 한다고 하고 본인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상황은 모두 녹음을 해 둔 것입니다.     


알고 보니 그 친구는 다른 기관에서 전입해 왔는데 그 기관에서 집이 멀어서 보내는 거라고 했지만, 그게 아니라는 건 그 친구가 우리 학교에 오자마자 드러났다고 합니다. 인력이 아쉬워서 할 수 없이 받았는데 집이 멀다는 건 거짓말이었고, 이 친구는 애초부터 받으면 안 되는 거였습니다.     


사회복무 담당 부서에서는 공익은 사회적 약자이므로 보호를 해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기본적으로 태도에 문제가 있습니다. 본인이 유리한 것은 취하고 불리한 건 감추는 행태는 조직 생활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에서 가장 스트레스받는 직원은 담당자인 울 직원입니다. 저는 두 가지를 제안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상급 기관에서 그 친구를 다른 기관으로 재배정하고 사람이 없으면 없는 대로 일을 하는 것이고, 만약 타 기관 전출이 되지 않으면 공익 관리를 공익을 배정받은 부서에 넘겨서 모든 관리를 그쪽에서 하게 하는 겁니다. 같은 건물 안에서 근무하는 건 불편한 일이지만 직접 부딪칠 일은 없게 되니까요.     


조직 생활이라는 게 쉽지 않습니다. 직원마다 하는 업무가 정해져 있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내 일인지 남의 일인지 모호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공익의 입장에서는 누구든지 그 친구에게 일 좀 도와달라고 말할 수 있으니 처음부터 못 한다고 방어 태세를 갖추게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상황을 받아들이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이러저러해서 어렵습니다’라고 하는 말과 ‘이걸 왜 제가 하느냐’고 따지는 말은 천지 차이가 납니다. 본인의 ‘이쁨 받음’은 본인 하기에 달려있습니다. 내 위치를 잘 파악하는 것이 슬기로운 직장생활의 지름길입니다.     


어느 조직이나 직원들 간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도 힘든 일입니다. 가능하면 서로 신뢰를 줄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안 그래도 바쁘고 힘든데 직원들끼리 스트레스를 주지도 받지도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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