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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Jan 23. 2022

다짐하다.

25년 차 직장인

오늘은 일요일.


늦잠 자고 일어나 신랑이 만들어준 수제비를 먹었다. 어제 오후에 반죽하는 걸 보고 나갔는데 냉장고에서 밤새 숙성이 잘되어 수제비가 쫄깃쫄깃하다. 고기육수에 호박 배추 표고버섯을 넣어 푹 익힌 아주 맛있는 수제비다. 신랑은 음식을 만들어서 내가 먹는 걸 보면 꼭 하는 말이 있다.


"이런 신랑이 어디 있을까? 마누라가 좋아하는 요리를 해주는 신랑은 세상에 없을 거야."


왜 없을까. 차고도 넘칠 것이다. 사실 신랑은 내가 맛있다고 말 한마디 해주면 그만이다. 근데 난 먹느라 그 말 할 타임을 놓칠 뿐이다. 면요리를 잘하는 신랑은 어제 아침에는 비빔국수를 만들어 주었다.  꿀을 많이 넣어 달달한 국수를 먹으며 밀린 드라마를 보았다. 달달한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와 국수의 조합은 아주 꿀맛이었다.


아침을 먹고 다시 누웠다. <그해 우리는>이라는 드라마도 요즘 인기다. 고등학생 때 다큐를 찍으며 어울린 두 남녀가 10년 뒤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 넷플릭스로 난 주로 청춘 사랑 드라마를 본다. 남들이 다 본다는 <오징어 게임> 같은 부류는 싫어한다. <청춘노트>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같은 드라마를 좋아한다.


드라마는 보통 16부작이다. 기승전결로 보면 8회나 9회에서 갈등이 고조되고 11회나 12회에서 위기에 봉착하며 14회나 15회에 행복이 찾아온다. 뭐니 뭐니 해도 드라마의 생명은 첫회다. 주요 등장인물이 나오고 어떤 예감을 상상하게 하는 첫회를 재미있게 보면 끝까지 정주행 할 수 있다. 첫회야말로 말로 다음화를 볼지 말지 결정하게 한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밋밋하게 나열만 하면 재미없다. 갈등이 있고 그게 해결되어야 시원한 글이 완성된다. 그러고 보면 요즘 내 생활은 밋밋하다. 출근하고 오전 근무하고 점심 먹고 오후 근무하고 야근하고 퇴근한다. 로봇처럼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늦게 퇴근하니 늦잠을 자게 되고 아침에 겨우 눈을 뜬다. 쫓기듯 시작하는 삶이 아닌 자기 주도적인 하루를 시작해야겠다.


이제부터는 내 생활에 영혼을 넣어보려고 한다. 원래 나의 루틴으로 돌아와야겠다. 새벽 네시 반에 일어나 세수하고 머리 감고 책 읽고 글 쓰고 차분히 출근하는 삶으로 돌아갈 것이다. 잘하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고 순리대로 돌아가도록 상황을 지켜볼 것이다. 내 역할은 큰 게 아니다. 중간만 하면 되는 거다. 20일 근무하고 깨달은 바이다.


이제 실천만 하면 된다.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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