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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급한뭉클쟁이 Jul 17. 2022

맛있는 거 먹는 목요일

목요일은 내가 바로 약속 부자

“일요일은 내가 짜장라면 요리사”는 아니고, 요즘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돌아보면 항상 맛있는 밥은 목요일에 먹는다. “불금”의 명성에 맞는 금요일도 아니고, 여유로운 주말도 아니고, 일주일을 알차게 시작하려는 월요일도 아니고, 왜 하필 목요일일까?


단도직입적으로 생각해보면 필자가 대학원생이기 때문에 특정 요일을 선책 하는 루틴이 가능한 것 같다. ‘출근’과 ‘퇴근’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진정한 ‘퇴근’은 없는 삶. 대학원생의 일과는 하루치 실험을 마무리하고 일주일치 분석을 완성하더라도 내일의 실험 계획을 세워야 하고 분석 결과로부터 또 새로운 ‘타깃 (target)’을 찾기 위해 고심해야 하는 삶이다. 가끔씩 주말 출근을 위해 연구실에 들리고 실험 기기를 ‘돌려놓고’ 다가오는 한 주를 계획하기 위해 일요일 저녁 연구실에 방문하면 그 소식을 듣고 많은 비-대학원생 친구들을 나를 아낌없이 동정하곤 한다. 그들은 “왜 주말에 출근했어?” “너희는 주 52시간 근무제 없어?” 등 대신 속상하다는 마음을 듬뿍 담아 직접 노동조합 원장으로 빙의하여 내 걱정을 해주곤 한다. 하지만 대학원생들은 안다. 오직 자신의 의지로 주말이지만 연구실에 들렸다는 사실을. 때에 따라 (그리고 그대의 지도교수님 운에 따라) 주말 출근이 강요되는 연구실 문화도 꽤 많다고 들어 안타까운 마음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대학원생들은 자발적으로 주말 중 짧은 시간을 투자하여 발걸음을 연구실로 옮기곤 한다. 본인의 연구를 위해, 실험과 분석, 논문 스터디, 그리고 세미나 발표 준비를 위해 고군분투하게 될 그다음 주를 조금이라도 더 평탄하게 보내기 위한 시간 투자를 하는 것이다. 직장 상사들이 “월요병 극복을 위해 일요일에 출근을 해라”는 내용의 칼럼이 수년 전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좋게 말해 “화제가 된 것”이지 저자가 욕 많이 드셨다고 들었다.) 비슷한 느낌일 수 있다. 아무튼 계획적으로 할 일을 꾸려서 연구를 지속해야 하는 대학원생들에게 오히려 “요일 개념”은 그렇게 명확하게 정립되어있는 개념이 아니다. 매일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대학원생으로서 일상 속 “요일 특이적인 요소”들이 사라진 덕분에(?) 이를 활용하여 마음이 편안한 요일을 선택해 맛있는 밥 약속을 잡기가 좀 더 수월해진 건 분명하다. 이것도 때에 따라, 그리고 지도교수님의 운에 따라 달라지는 시나리오라 일반화하기엔 굉장히 조심스럽지만 출퇴근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출퇴근 시간과 일과가 통상적인 직장인들보다 훨씬 자유로운 경우가 많다. 모든 구성원이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근무시간”이라는 개념 없이 “본인이 일 하고 싶은 시간에 할 일을 해낸다”는 명제를 갖고 대학원생들이 하루씩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굉장히 미국 실리콘밸리적 사고방식이다.) 얼핏 들으면 굉장히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분위기에 마음만 먹으면 교수님 몰래(?) 연구실 출근도 안 하고 내 할 일, 내 볼 일을 보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맞다. 정확하다. 하지만 극강의 자유를 누리며 해야 할 연구를 회피하면서 지낸 달콤한 일상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본인 것이라는 점. 달콤하지만 그만큼 후폭풍은 거세다. 그 누구도 나의 연구 성과나 실적, 학위에 대한 실력과 그 무게감을 대신 훈련시켜주거나 짊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다소 거친 표현이지만 그래서인지 국내에는 “물 박사”라는 표현도 있다. 박사 학위는 있지만 당최 그만큼의 실력도 전문성도 갖추지 못한 “박사님”을 일컫는 말인데 듣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 미래가 걱정되고 두려움이 싹트는 단어다. 기껏 5-6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서 대학원 공부를 살아남았는데 나도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 하고 말이다.


역시 대학원생의 신분을 정의하는 일을 여러모로 참 애매하다. (통장으로 매달 입금되는 작고 소중한 인건비를 보면) 분명히 ‘직장인’은 아니지만 또 (지도교수님보다 서열이 높아 자유롭게 진로 고민을 펼칠 수 있는) ‘학부생’과는 천지 차이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무얼 위해 존재하는가…? 와 같은 데카르트적 질문을 던지지 아니할 수 없는데 솔직히 다 됐고 그저 대학원생들이 알찬 일상을 보내며 학업적 스트레스를 잘 관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뭉클함은 바로 “맛있는 밥”과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운동”의 “운”자도 모르던 친구들이 대학원에 입학한 후에는 “무게를 얼마 친다며” 연구실보다 헬스장으로 더 자주 출근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는데, 우선 이번 글에서는 “맛있는 밥”에 대해 논의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왜 목요일이 최적의 약속 잡이 요일인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목요일의 의미 자체는 굉장히 주관적일 수 있는데 나의 경우 수요일까지는 열심히 사는 것을 선호한다. 밥 한 번 먹는다고 흐름이 깨질까 싶지만 나의 경우엔 그렇다. 실험도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좀 더 본격적으로 하고 싶고, 논문 공부도 집중이 잘되는 고요한 오전 시간에 하는 것을 좋아한다. (흡수하는 논문의 내용의 양과 질이 다르달까, 아 짜릿해.) 그래서인지 점심 약속을 잡기엔 좀 애매하다. 아무리 학교 근처에서 약속을 잡더라도 나는 한 번 봇물이 터지면 극강의 수다쟁이로 변신하고 마는데 밥 먹고 커피 마시면 기본 한두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그리고 앞서 설명했듯이 자유로운(?) 대학원생으로서 엄격하게 정해진 점심시간이 없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늘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자 단점이 동시에 존재한다. 따라서 점심 약속을 주중의 후반부에 잡는 것을 좋아한다.


저녁 약속도 마찬가지이다. 우선 우리 연구실의 경우 매주 화요일 저녁은 전체 세미나가 있고, 월요일이나 수요일 저녁엔 보통 운동 수업 일정이 있다. 자취를 시작한 후로 동네 필라테스 센터에서 그룹 수업을 받고 있는데 유독 운동 가는 일이 너무 귀찮게 느껴져서 권태기가 찾아오는 시기도 꽤 있지만 요즘은 정말 알차게 다니고 있다. 친구들을 만나 재밌는 대화를 나누며 맛있는 밥을 먹는 시간도 좋지만 내가 좋아하는 운동 수업을 빼먹을 수는 없는 일이다. 회원권에 기간 제한도 있고 말이다. 그래서 보통 목요일까지는 정말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약속을 미리 잡지 않는 편인 것 같다.


철저한 내 기준이지만 목요일이 왜 최적의 약속 요일이냐 하면… 목요일은 이미 한 주가 마무리되고 있는 것 같아 죄책감이 덜하기 때문이다. 한 주를 잘 보냈는지, 보내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수요일 오후부터 그 결과가 극명히 나타나는 것 같다. 이때 “금요일까지 잘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맛있는 밥까지 먹고 돌아오면 금상첨화. 기분이 째진다. 과장 좀 세게 보태서 웅장한 뭉클함이 내 안에 솟구치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원리라면 왜 금요일은 안되냐고? 물으신다면. 금요일도 된다. 실제로 금요일에 약속 잡는 일도 꽤 많다. 하지만 대전에서 대학원 생활을 하는 나에겐 금요일이 갖고 있는 의미는 굉장히 크다. 서울에 있는 본가로 올라가는 주말엔 절대 터치해서는 안 되는 일정이 바로 금요일 오후이고 (오후부터 대전역을 향하고 싶은 마음에 엉덩이가 들썩거리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잡는 모든 약속은 굉장히 체계적이고 일찍부터 만나고 자하는 친구와 서로의 스케줄 합의를 통해 정해두는 편이다. 또는 대전에서 머무는 주말이 찾아오는 날엔 어차피 주말에 시간이 있으니 금요일은 온전히 나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갖고 있다. 방해받고 싶지 않은 시간들, 혼자 학교 앞 갑천에서 조깅을 하든, 주말 동안 차려먹을 식재료를 장 봐와서 가볍게 요리를 아니 조리를 하든, 그저 넷플릭스나 끊임없는 유튜브 재생목록을 시청하더라도 혼자 보내고 싶은 날이 바로 금요일이다. 어차피 주말 48시간 내내 혼자 보내기엔 약간의(?) 외로움이 몰려오니 주말에 대전인 경우에는 보통 주말 약속을 잡아두고 금요일 저녁시간은 혼자 보내고 있다.


그렇게 자유로운 밥 약속을 위해 사수한 나의 목요일에 어떤 모임들이 있었는지 돌아보니 첫 번째로 지도교수님과의 회식 자리가 참 많았다. (내 취향마저 지도교수님을 닮아가는 것인가!?) 최근 들어 국내 학회 근로 봉사에 지원하거나 논문 투고 준비를 마치거나 이미 accept메일을 받아 수고한 친구들을 위해 맛있는 점심을 사주셨다. 주제에서 살짝 벗어나는 이야기지만 막간의 지도교수님 자랑을 해보자면 우리 교수님은 나이불문 남녀노소 내 주변에서 가장 메뉴 리더십이 훌륭한 사람 Best 3 안에 속하신다. 그날 점심 또는 저녁 회식의 참가 인원을 고려해 맛집을 선택하시고 도착해서도 메뉴 선정을 굉장히 아이디얼 하게 해 주신다. 다들 눈치만 보고 있을 때 분위기 파악 후 속전속결로 가장 맛있는 메뉴를 양과 구성 모두 알차게 주문해주신다. 졸업 전 꼭 배워가고 싶은 덕목 중 하나이다. 확실히 교수님께서 사주시는 식사이다 보니 평소에는 가보지 못할 곳을 덕분에 많이 가본 것 같다. 대전 도안동에 있는 <칸 스테이크 하우스>에서는 티본스테이크와 꽃등심을 먹었고, 비슷한 동네에 위치한 <스시 정수>에서는 오마카세 점심 특선을 먹었다. 초밥을 하나씩 만들어 접시 위에 올려주시는데 마치 공연을 보는 듯했고 오마카세는 역시 테이블보다는 바 좌석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관찰하는 재미도 있고 셰프님과 교감하면서 운이 좋은 날엔 초밥 몇 조각 더 짚어먹을 수 있는 행운을 맛볼 수도 있다!

도안동 <칸 스테이크>에서 먹은 스테이크. 티본 스테이크도 맛있었지만 미디움 치고 너무 익어버려서 아쉬웠다. 치즈케익까지 먹고나니 마치 이곳이 뉴욕인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그동안 지도 어플에 저장만 해두고 방문할 경제적 여유가 없었는데 (게다가 예약도 굉장히 어렵다) 교수님 덕분에 스시 정수 오마카세를 맛 보았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연구실 초반에는 교수님과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서는 부끄럽다는 이유로 음식 사진을 촬영하지 않았는데 요즘엔 서로 잘 알고 있다, 음식은 사진 찍지 않았으면 먹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오랜 시간 도맡고 있는 조교 수업에서도 종강 시즌이면 항상 맛있는 밥을 사주시는 교수님이 계신다. (운 좋게 대학원 입학 이후부터 쭉 인문사회과학부 수업에서 조교 일을 하고 있는데 수업도 재밌고 일도 크게 고달프지 않아 장점이 많지만 무엇보다 은사님께 (=교수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하고 있다.) 이번에는 도룡동 <플렉스 다이너>에서 아란치니와 레몬 스파게티, 봉골레, 트러플 크림 파스타와 스테이크 등 다양한 종류를 주문해서 맛보았다. 대학원에 열심히 다니면 많은 실험 양에 몸이 고될 수 있지만 의도치 않게 체중이 불어날 수도 있으니(?) 항상 주의해야 한다! 는 장난이고, 언제든지 맛있는 밥은 환영이다… 조교일도 계속 열심히 하겠습니다, 충성 충성.

지도교수님이나 다른 교수님들과의 회식 자리가 아니라면 캐주얼 한 약속 자리도 많다. 사실 우리 학교는 교내 학식이 정말 맛이 없어서 많은 대학원생들이 “식사 해결”이라는 일상 속 난제를 품고 생활하고 있다. 본인이 속한 학교에서 “우리네 밥 정말 맛있어!”라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우리 학교는 좀 더 심한 것 같다. (회사의 경우엔 종종 있다, “우리 회사 밥 정말 잘 나온다” 자랑하는 경우를 종종 봤는데 부러웠다. 모든 창의성과 효율성은 밥심 해서 나오는 건데 학교 측에서 큰 실수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음식이 저렴한 편도 아니고, 교내에 학부생부터 대학원생들, 교수님과 행정 선생님들 등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생활하고 있는데도 학식을 먹을 수 있는 시설은 서너 군데뿐이다. 내가 학교에 너무 오래 머물러서인가 싶긴 하지만 꼭 그 이유는 아닌 것 같다. 다른 학교에서 학부 과정을 마치고 대학원에 입학한 친구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여기 학교 밥은 참 아쉽다고 말이다.


교내 학식 비평은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아무튼 점심밥을 챙겨 먹는 게 꽤나 큰 고역이긴 한데 자취를 시작한 이후에는 도시락을 준비해서 출근하는 경우도 꽤 잦아졌다. 라페 샌드위치나 삶은 달걀, 그릭 요구르트 등 집에서 잘 챙겨 먹는 것들을 도시락 통에 챙겨가면 먹기에도 간편하고, 내 입맛에 맞고 무엇보다 생활비도 절약할 수 있는 것 같아 좋다. 우리 학교 근처에도 어은동이라는 외식 동네(?)가 있긴 한데… 역시나 지난 8년 동안 다니다 보니 심심하고 질리게 된 것 같다. 선택지가 많은 듯 하지만 결국 가는 곳만 가고, 쿨타임이 차기 전엔 굳이 학교 근처에서 외식을 잘 안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오래간만에 점심 약속이 생기면 꼭 가보고 싶은 동네로 맛집을 찾아다니게 되었다. 게다가 작년부터 운 좋게 차가 생겨 운전을 시작한 이후로는 더 적극적으로 캠퍼스를 벗어나 맛집을 탐방하고 있다. 신성동 <좋은 하루>에서는 냉메밀과 돈가스 조합이 유명해서 방문해보았는데 익히 알고 있는 뻔한 맛이었지만 추억이 담겨있어서 그런지 웨이팅이 정말 길었다. 그리고 대전에는 신기하게도 (물론 사장님 마음이지만) 주말 장사를 안 하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궁금한 맛집이라면 반드시 평일에 방문해야 한다. 불편하고 따뜻한(?) 신기한 도시다.

신성동 <좋은 하루>에서 먹은 점심 특선. 양은 많았지만 든든하고 맛있게 먹은 점심이었다.

대학원생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출근시간과 점심시간이 유동적인 경우엔 서로 좀 더 여유 있는 약속 시간을 갖곤 한다. 그리고 그래서인지 주 초반보다는 목요일이 좋은 것 같고 말이다. 보통 사정이 좋은(?) 대학원생들은 전자과나 전산과 등 실험 연구실보다는 ‘드라이 (dry)’한 분석을 진행하는 코딩 랩 친구들이 많은데 가끔씩 랩 목질에 지칠 때쯤 다른 연구실 친구들을 소개받거나 비슷한 처지의 대학원생들끼리 모여 연구실 사람들, 교수님, 실험, 진로 고민 등 다양한 넋두리를 늘어놓으며 수다 삼매경에 빠지곤 한다. (너무 재밌다…) 술 약속보다는 밥 약속, 그리고 그보다는 커피 약속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해가 떠 있는 시간에 진지하고 재밌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점심 약속 시간이 참 좋다.

대전 신세계 백화점에 위치한 <하오섬>에서 옆 랩 친구를 통해 랩장 언니를 소개 받았다. 이공계 여자 대학원생들끼리의 친밀감 교류 시간이랄까.
죽동 <르몽탁>에서 먹은 단호박 아란치니와 양고기 스테이크
그리고 뇨끼랑 화이트 라구 파스타를 먹었다. 이건 아는 선배가 작성 중인 논문 영작을 도와주고 얻어 먹은 밥인데 언제든 좋으니 번역/통역 알바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4년 만에 재회한 친구와 함께 목요일 브런치에 다녀왔다. 죽동 <다온>에서 땅콩소스에 버무린 치킨 샐러드와 연어 에그 베네딕트를 주문했다.
후식으로 젤라또 까지 먹었다. 죽동 <아크림>에서 먹은 젤라또인데 소금우유랑 피나콜라다 파인애플 맛이 유동 기억에 남는다.

저녁시간에는 아무래도 메뉴나 가성비, 편리성만 고려한 장소 선정보다는 분위기에 좀 더 신경 쓰게 된다. 이땐 조명이 중요하다. 꼭 설레는(?) 식사 자리가 아니더라도 약간 어둡고 테이블 위에 촛불 하나 정도는 켜져 있는 식당을 좋아하는데 분위기가 무르익다 보면 더 진솔하고 근황 토크 이상의 대화 내용이 오갈 수 있는 것 같다. 개인적인 추천이지만 대화의 깊이 조절이 필요한 약속이라면 무조건 저녁 시간을 추천한다! 이럴 때 자주 가는 곳은 학교 근처 궁동의 화덕피자 맛집 <누오보 나폴리>나 신성동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인 <음식 있는 풍경>을 추천한다. 두 곳 모두 이전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이 모든 점을 고려했을 때 가성비가 전혀 아쉽지 않은 곳이다.

궁동 <누오보 나폴리>에서 먹은 꾸덕 그 차제인 까르보나라와 화덕피자들.
음식있는 풍경은 스타터인 아란치니와 디저트인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정말 맛있다. 파스타를 튀겨낸 고명(?)과 피스타치오 그리고 올리브 오일을 뿌려주시는데 조합이 정말 훌륭하다.

글을 정리하고 보니 목요일에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대전에서 어느 맛집에 자주 갔는지 정리해둔 블로그 블로그 포스팅 같군. 하지만 책임감만 충분하다면 평일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대학원생으로서 목요일에 여유를 찾아가는 이 루틴이 꽤나 맘에 든다고 느껴진다. 최근에 MBTI 검사를 다시 해봤는데 이전부터 극단적인 항목은 계획형 (J) 외에 없었지만 이번에는 유독 E (외향형)와 I (내향형) 사이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요즘 들어 유독 밥 약속이 반갑게 느껴졌는데 언제나 상황을 타는 게 MBTI 유형 검사인 것 같다. 아무쪼록 일상에서 균형을 잡아갈 수 있는 다양한 루틴과 대학원 생활의 낙이 되어주고 있는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밥 약속! 앞으로도 많이 성사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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