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워야만 비워지는 현대인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두둥-탁!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바로 ‘넷플릭스’의 시그니처 (signature) 알람이다. 모두가 알만큼 유명해진 넷플릭스의 아이코닉한 색감과 (새빨간 레드와 암흑 같은 검정 배경 말이다) 알람 소리는 넷플릭스의 강력한 존재감을 단숨에 정의해준다.
필자 역시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한다. 원래는 ‘시청 (watch)’하는 대신 더 많이 ‘읽고 (read)’ ‘쓰겠다 (write)’ 주의였지만 그런 나 자신과의 약속은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자신과의 약속에 철저한 나 역시 나름 열렬한 사용자로 끌어드린 것을 보면 넷플릭스 내부에서 정말 열심히 노력하신 듯. 사실 “내 돈 내산”으로 직접 구독하는 것은 아니고 친언니가 프리미엄으로 구독 중인 덕분에 보고 싶을 때마다 개인 계정으로 내 맘에 드는 콘텐츠를 소비하곤 하는데 꼭 보고 싶어 쌓아 두던 영화나 시트콤, 드라마나 다큐멘터리가 아니어도 가볍게 볼 콘텐츠가 참 많아서 좋다.
지금 언급한 대로 넷플릭스에는 참 많은 장르의 콘텐츠가 업로드되어있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는 “다큐 맛집” 넷플릭스에는 평소에 관심 있던 주제의 고퀄리티 다큐멘터리도 참 많다. 미니멀리즘에 관심을 갖고 보게 된 다큐멘터리도 있고, 음식 문화를 좋아하는 필자는 요리 다큐나 음식 평론가의 논평, 또는 길거리 음식을 소개하는 콘텐츠도 좋아한다. 또는 지구 상 모든 사람에게 힘겨웠던 2020년에 대한 블랙코미디 ‘모큐멘터리 (Mockumentary)’인 <Death to 2020>도 재밌게 봤다. 그리고 다양한 나라의 시트콤도 올라와 있다. 필자는 너무 한 에피소드가 너무 긴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아서 에피소드당 20-30분 분량의 시트콤을 좋아하는데 일본의 <심야식당>과 올드 타임 클래식, 미국의 <프렌즈> 시리즈와 <모던 패밀리> 등 틀어놓고 편하게 웃으며 혼밥 할 수 있는 그런 콘텐츠도 정말 많다. (잠깐 TMI를 공유하고 넘어가자면 에피소드가 길면 그만큼 ‘죄책감’ 드는 시간이 길어져서 싫다. 아무리 본인의 오락 (Entertainment)를 위해 투자한 시간이지만 한 번 시작하면 꼭 빠르게 끝을 보고 싶어 하는 성격 때문에 드라마에 빠져버리면 위험하다. 그리고 그 위험 정도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애초에 시작하는 일을 그렇게 반기지 않는다. 후, 정말 컨트롤 대마왕이라니깐.)
그리고 한 편 한 편 마음에 드는 콘텐츠를 소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커스터마이즈 (customize)되는, 즉 주문 제작되는 추천리스트도 좋아한다. 물론 인터넷 브라우징을 너무 오래 하다가 쿠키가 쌓이고 광고 노출이 되어 불편하고 불안한 주문 제작도 있지만 내 취향을 알아봐 주어 추천해줄 때는 조금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실 가끔씩 일부러 광고 노출을 역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관심 있는 살 것이 있는데 정보를 얻고 리마인더를 받고 싶을 땐 그냥 광고 노출을 즐기는 거다. 비슷한 맥락에서(?) 넷플릭스의 추천 기능도 “어디 한 번 보여줘 봐” 느낌으로 잘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하거나 감독 이름이 익숙한 경우, 높은 확률도 성공적인 추천 콘텐츠를 볼 수 있어 시간이 더 빨리 훅훅 지나가 버린다.
넷플릭스랑 비슷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OTT)에 대한 기사를 살펴보면 확실히 코로나 사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동영상 서비스 이용 시간이 더더욱 늘어났고 여기서 서비스의 매력도를 뽐내는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전 세계적으로 이용률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2020년 12월 기준 전 세계 2억 370만 명, 한국의 경우 가입자 수만 380만 명이라고 하니, 사용사 규모만 따져봐도 그 인기는 말 다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코로나 19 전에도 확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필자처럼 영상 소비와 싸우는 유형이 아니고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소비하는 사용자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동영상을 소비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넷플릭스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일까? 물론 내가 넷플릭스의 매력이 이렇고 사용자의 행동 유형이 저렇다 할 만큼 전문적이거나 서비스를 장시간 사용하진 않지만, 그래도 왜 이 서비스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는지 정리해보려고 한다.
우선 시간을 보내기에도, 그리고 생각을 비우기에도 참 좋은 서비스다. 우리는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면서 셀 수 없이 많은 정보의 홍수에 빠지게 된다. 심지어 그 많은 정보들은 다 쓸데도 없다. 물론! 본인의 의지를 갖고 내가 얻고자 하는 정보를 모색하여 소셜미디어를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솔직히 인정해보자. 대부분의 경우 내가 스크롤하고 있는 피드의 내용은 관심도 없는 연예인이 입은 옷 브랜드와 가격, 편의점 메뉴로 안주 만드는 방법, 동네 카페에서 빠르게 ‘솔드아웃 (sold out)’된 구움 과자 리스트와 누가 누구랑 썸 타고 사귀는지에 대한 TMI가 전부다. (너무 본인 특정한 경우인가...) 어느샌가 손가락이 아프고 눈이 뻐근해올 만큼 스크린을 노려보다 보면 가끔씩 현실 자각 시간이 돌아온다. “나 원래 할거 많은데” “이 시간에 잘걸” “내일부턴 진짜 폰 덜 봐야지” 등등. 필자 역시 스크린 타임이 적지 않고 그런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했고 어떻게 하면 더 줄일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가 중독처럼 스크린으로, 수많은 콘텐츠의 홍수로 돌아오는 데는 그만한 매력과 이유가 있지 않을까?
우리는 더 이상 비움의 미학을 실천할 수 없어진 것 같다. 잠시라도 스크린이 안 보이면 불안하고 멍 때릴 바에는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넷플릭스에 더해둔 드라마 에피소드를 시청한다. 심심하고 뻘쭘할 바에는 관심 없는 내용이 가득한 인스타그램 피드를 훑어본다. 더 이상 어색한 시간을 죽이기 위해 문자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영상은 나 혼자 보고 싶을 때 보고, 끄고 싶을 때 끄면 되니까 말이다. 그에 반해 대화는 한 번 시작하면 끝날 때까진 또 내 신경과 에너지를 요구한다. 하루 종일 받는 스트레스를 비우고 싶은데 우리는 그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그리고 그 방법을 도모할 시간 조차 없기 때문에 결국 더 자극적이고 역동적인 콘텐츠로 우리의 머릿속을 채워 넣게 되고, 터질 것 같아도 당장 나의 문제, 나의 일상과 거리가 있는 내용을 소비하며 잠깐이라도 현실을 잊으며 쉬어가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채워야만 비울 수 있는 유형으로 프로그램된 것이다
사실 늘어나는 스크린 타임과 콘텐츠 홍수는 넷플릭스 특정 이야기보다는 소셜미디어에 대한 씁쓸한 현실일 수도 있다. 새로운 콘텐츠로 채워야만 잠시라도 휴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슬프기도 하지만 그래도 넷플릭스가 성공한 데에는 분명 그들만의 재미와 감동이 있다. 강조되야할 점은 넷플릭스 콘텐츠의 퀄리티다. 다양한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고 사람들이 불쾌할 일이 적은 서비스다, 왜냐하면 넷플릭스는 소셜미디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OTT 서비스의 일부로 분류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유튜브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업로드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가 아니다. 즉, 퀄리티 컨트롤이 가능하고, 댓글의 양극화를 막을 수 있으며 의견을 자유롭게 공유하며 공격마저 마다하지 않는 SNS가 아니기 때문에 더 본인 입맛에 맞는 방식대로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넷플릭스는 몰아보기 (Binge watching) 문화를 만든 장본인인데 시즌제로 시청자를 애타게 해도 한 시즌의 모든 에피소드가 하루에 몽땅 공개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전략을 통해 사람들이 몰아서 보고 주변인들에게 전체적인 콘텐츠에 대한 후기를 공유하고 입소문을 잘 내어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넷플릭스 구독으로 유입된다. 그리고 꼭 칭찬하고 싶었던 점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인데 (본인 피셜이지만) 이것이야 말로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오랜 시간 쌓아온 노하우와 자본이 그들 만의 콘텐츠 제작을 가능케 했겠지만 “이 영화도 있다고” 대신 “이 영화 보러 가야지”가 더 매력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특성상 서비스 자체의 요소, 예를 들어 UI에는 큰 차이를 두기 어려울 텐데 넷플릭스는 그 독점성 (exclusiveness)를 강점 삼아 소비자들에게 ‘어필 (appeal)’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미국의 콘텐츠뿐만 아니라 한국의 K-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킹덤>이나 <스위트홈>은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고 넷플릭스는 2021년 5,500억 원을 더 투자해 총 13편의 K-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 좋은 영화와 드라마가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이건 좀 사소한 장점이지만 넷플릭스는 한국어 자막 기능이 있어서 좋다. 외국에서 오래 살았거나 배우들의 어투에 따라 전달이 어려운 경우도 있는데 한국어 자막이 있다면 두려울 게 없다!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소비해야 잊을 수 있는 현실의 피로와 번뇌, 해결되지 않는 고민들이 쌓임에 벅차기도 하고 속상한 마음도 든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엔터테 인먼 트인 만큼 앞으로도 더 매력 있는 서비스가 소비자의 사랑과 관심을 차지하게 될 것이고, 나 역시 그런 콘텐츠를 소비하며 쉬어가고 영감을 얻을 것이며 현실세계에서의 인연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이슈거리를 얻게 될 것이다. 처음에 본인과 한 약속에 아쉽게도 내가 콘텐츠 소비에 할애하는 시간이 줄어들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럴 바엔 앞으로도 훌륭하고 따뜻하고 뭉클한 콘텐츠가 더 많이 제작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