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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태의 시네마틱 Feb 26. 2019

"정말 열받아" 독일 기자는 왜 '조선'에 분노했을까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KBS

 
"그럼 얘기를 종합해보면 이건 애초에 불완전한 연구인 거네요?"
 
패널인 최욱이 물었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명백한 방법론(方法論)적인 한계"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가 지난 11일부터 무려 17개 기사를 쏟아낸 '공정성 잃은 지상파' 연재 기사. 논란이 된 이 시리즈의 근간이 된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 평가 연구' 보고서는 도리어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혹독하게, 총체적인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24일 방송된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조선일보>의 이 연재를 다루며 "지상파 시사 보도, 정말 편향됐을까?"라고 물었다. 그리고 이날 방송에는 이 연구를 주도한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의 윤석민 교수가 직접 출연했다.

윤 교수의 출연을 두고 최욱은 "교수님이 나오신다는 얘기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라고 고백할 정도였다. 이 프로그램 방영 초기 <조선일보> 출신인 현직 국회의원이 출연, 반론을 펼친 적은 있지만 윤 교수의 스튜디오 출연은 확실히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 윤 교수는 출연 의도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이번에 제 연구 논란을 둘러싸고 여러, 주로 미디어 비평지로부터 많은 질책 또는 비판들이 나왔는데 제가 일절 응답하지 않았어요.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요청이 왔을 때는 수준 높은, 품격 있는 토론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
 
연구 교수까지 비판한 <조선일보>의 이상한 해명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KBS


그래서일까. 패널들의 비판이 이어졌고, 사안에 따라 수긍과 해명을 오가던 윤 교수는, 의외의 배경까지 털어놨다. 앞서 <조선일보>는 "윤 교수 측이 먼저 연구비 지원을 신청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3일 <저널리즘 토크쇼 J>는 보도자료와 예고 영상 등을 통해 해명과 달리 연구 자체가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의 의뢰로 이뤄졌다고 밝혔다(관련 기사: 유시민의 이유 있는 일갈... '조선일보' 반응이 궁금하다).
 
방송에서 윤 교수는 지난해 9월 당시 <조선일보>로부터 취재 관련 전화를 받고 일주일 이후 직접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비공식적으로 제안이 오고 간 이후 <조선일보> 측에서 연구 제안서를 요청, 공식적으로 제안서까지 제출했다는 설명이다.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가 "이 연구를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가 발주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저널리즘 토크쇼 J> 측에 내놓은 해명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더해, 윤 교수는 <조선일보>가 최초 기사에서 발주처를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해명을 했다.
 
"그건 사실하고 완전히 다릅니다. 저희가 원래 주어진 연구 일정을 많이 넘겼습니다. 그래서 이제 일단 내용이 끝나자마자 정말 참고문헌도 못 딴 상태로 연구 보고서 초안을 일단 넘겼고, 그런데 그게 기사화 됐죠.

그래서 저도 '어?' 깜짝 놀란 상태에서 전화가 막 쇄도했습니다. '연구비 어디서 받은 것이냐?'라는 질문이 와서 '이게 뭐야' 싶었습니다. 그 순간 바로 우리 연구진과 상의해서 우리 언론정보연구소라는 홈페이지에 '이 연구는 조선일보 미디어 연구소에서 얼마에 후원된 것이고, 지원된 것이고 그다음에 연구 기간은 어떻게 됐고 연구 인력은 어떠했다'는 사실을 바로 밝혔기 때문에 그걸 감추려 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요."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KBS

 
정리하자면, 공식적으로 연구 제안서까지 오고간 연구에 대해 <조선일보>가 최초 기사에서 발주처를 빼버렸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조선일보>는 참고문헌 목록도 표기되지 않은 보고서 초안을 가지고 17개에 달하는 대대적인 기사를 쏟아내며 '지상파 공격'에 나선 셈이다. 윤 교수는 이러한 <조선일보>의 물량공세를 예측이나 했을까. 그에 대한 답은 이랬다.
 
"그거를 어떻게 예측을 하겠습니까? 이번에 보도된 것처럼 굉장히 그렇게 대대적으로 보도가 될 거라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윤 교수의 '해명'에 앞서, 패널들은 <조선일보> 연재의 편향성은 물론, 연구 자체의 방법론적 한계를 강하게 제기했다. 언론계 안팎에서 나온 비판 그대로, 편향되고 한계가 분명한 보도와 연구를 통해 지상파의 편향성을 지적한 아주 우스운 상황이랄까.
 
같은 관점에서, 패널인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와 정준희 교수는 <조선일보>가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일부 진행자들의 정치적 성향이나 과거 막말, 팟캐스트 진행 이력을 걸고 넘어진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 사람의 출신이나 정파적 입장을 떠나서 우리 사회의 근본적으로 중요한 가치들을 부각시키고 그 기준으로 일관되게 사회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을 봤습니다. 저는 '오히려 지금 주류 언론이나 기성 언론인들이 모범으로 삼아야 할 그런 언론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계속 해왔거든요. 그런데 <조선일보>에서 계속 과거, 표현들 가지고 자격, 자질을 따지는 것이 조금 불편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이제 '너무나 조선일보의 의도들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송현주 교수)

"이분들이 현재 지상파로 진출하게 된 건 마치 정권 창출에 굉장한 기여를 했기 때문에, '공적'을 인정받아서 그 자리를 얻은 것처럼 얘기되는 측면들이 있다는 거예요. 그 부분은 뭐 알아봐야겠지만, 제가 보기엔 대중의 반응이 없었다면 올라오지 않았을 일들이라는 거죠. 그리고 그 대중의 반응이 예를 들면, '막말에 반응하는 것이냐' 아니면 나름의 '새로운 저널리즘 양식에 반응하는 것이냐'라고 했을 때, 저는 후자의 측면이 훨씬 강하다고 보는 거예요." (정준희 교수)
 
독일 기자는 왜 <조선일보>에 분개했을까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KBS

 
<저널리즘 토크쇼 J>는 해당 연재를 작성한 기자에게 기사의 기획 의도와 해당 연구에 <조선일보>가 3000만 원을 지원한 사실에 대해 물었다고 밝혔다. 이에 돌아온 대답은 "조선일보 입장은 칼럼과 사설을 통해서 확인해 달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물론 인터뷰는 거절했다. 17개의 기사 중 <조선일보>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칼럼은 12일자 한현우 논설위원의 <'권력의 스피커' 라디오>라는 '만물상' 칼럼이었다.
 
"캐나다 학자 마셜 매클루언은 저서 '미디어의 이해'에서 귀에만 의존하는 라디오는 청취자 참여도가 낮아 '정보를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매체'라고 했다(중략). 문재인 정부 들어 라디오의 '권력 우호적 성향'이 심각해졌다고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밝혔다. (중략)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도 언론인데, 언론이 살아있는 권력을 비판하지 않고 그 나팔수로 나선다. 도리어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을 공격한다. 권력의 나팔수만이 아니라 방패까지 자처한다. 나치의 선전책임자 괴벨스는 '대중은 처음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믿게 된다'고 했다. 우리 라디오 세상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KBS

 
<저널리즘 토크쇼 J>가 부러 소개한 이 칼럼에 대해 독일인 패널인 안톤 슐츠 기자는 어떤 반응을 나타냈을까. 안톤 기자는 "이런 얘기 들어보니 정말 열 받아요"라며 "왜냐하면 이런 건 사실 독일에서 거의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분개했다.

"어떤 사람이 나치(Nazi)와 비교하면 어떤 재단, 사람, 방송국이라도 법적인 문제도 생길 수도 있고, 이건 우리나라에서 되게 민감한 부분인데요. 이거는 오버뿐만 아니라 정말 좀 센스가 없고. 그리고 이런 구체적인 내용, 나치 이런 내용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아니면 이런 말 절대 안 할 것 같아요."

이 '괴벨스'를 비교한 칼럼에 대해 패널들의 성토가 이어지자, 윤 교수는 "제가 조선일보 담당자 만나면 우려 하시는 바 여기서 나왔던 토론을 잘 전달하겠습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전문을 읽어보면 확연하게 다가오는 이 칼럼은 그 만큼 <조선일보> 기획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칼럼이 아닐 수 없었다.
 
이어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지난 15일자 <미디어오늘>의 <'공정성 잃은 지상파' 조선일보의 빅픽처>라는 기사를 소개했다. 이 기사는 <조선일보>가 향후 임시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이 여당의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을 골자로 한 통합방송법안을 뒤흔들기 위한 정쟁 수단이나 협상 수단으로서 이 연재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하는 내용이다. 여기까지 들은 안톤 기자는 급기야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KBS

 
"박근혜 시대, 그리고 이명박 시대 그때는 되게 보수적인 트렌드(trend)가 있었잖아요. KBS, MBC에서도 그것 때문에 파업도 엄청 심하게 했잖아요? 그때도 혹시 <조선일보>에서 이런 비판이 있었어요? 아니면 갑자기 이런 마음이 생기는 거예요? 지금 더 진보적인 트렌드가 있기 때문에? 만약에 그렇다면 이게 제일 편향성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아까 얘기했던 대로 잘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조선일보>에 대해서."

마치 <조선일보>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와 같은 의도적 편향에 대한 물음이랄까. 이날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병문안을 해 화제를 모았던 MBC 이용마 기자를 만났다. 암투병 와중에도 한국사회와 공영방송에 대한 제언을 아끼지 않은 이 기자는 인터뷰 말미 선후배 기자들에게 이런 당부를 남겼다. 이야말로 지금, 당장 한국의 언론 전체는 물론 <조선일보> 기자들이, 데스크가 새겨들어야 할 제언이 아닐까.
 
"마음껏 나래를 펼쳐라. 자기들이 원하는 것. 얼마든지 찾아서 해라. 다만 시각을 분명히 하자. 누구의 관점에서 쓸 것이냐. 이게 기득권자들의 관점에서 쓸 것이냐. 아니면 사회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입장에서 기사를 쓸 것이냐. 이걸 이제 정해야 돼요. 그걸 분명히 하지 않으면 아마 '기레기'라는 소리 계속 나올 겁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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