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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태의 시네마틱 Feb 04. 2021

끄적끄적. 그냥. 고맙습니다.


이글루스를 시작한 때가 2004년이었나. 며칠 전 '귀환'을 알린 미니홈피가 도토리를 먹고 전 국민에게 사랑받던 시절, '나는야 이글루스 피플'이라며 으쓱대고 서면 인터뷰도 하고 그랬다. 맞다, 옛날사람. (아, 지금도 이글루스는 살아남아 있던가)


이후로 티스토리도 열고, 트위터에, 인스타에, 페이스북에 수많은 계정을 만들고 활동했건만, 유튜브는 못 열겠더라. 맞다. 사진 찍기도 싫어하는 '못 하는 건 안 한다'주의자가 영상 편집 공부는 죽어도 못하겠더라. 그러다 브런치도 벌써 반 십년 째. 


자의 반 자의 반 소셜 미디어를 쉬면서 종종 그런 생각이 스쳐 갔었다. '덕업일치' 글 말고, '먹고사니즘' 글 말고, 예전처럼 그냥 끄적거리고 싶다는. 이글루스 때처럼 오로지 댓글로 수다도 떨고. 무언가 계속 연재 혹은 브런치북 아이템을 떠올리다가도 그런 욕구가 불끈하더라. 


눈치 챘겠지만, 조금 편하게 끄적거릴 준비를 마쳤으니 봐주실 분들은 좋게 잘 봐달라는 읍소 맞다. 


그리하여, 오늘 <세자매>를 보고 귀가하며 든 짧은 생각. 나는 어찌하여 발상의 전환을 이루었나. 그러니까, 예전에 즐거웠던 일들에 왜 별로 흥미를 못 느끼게 됐나. 이를 테면, 술자리인데 익숙한 이들과 만나거나 낯선 이들과의 술자리거나 등등. 어차피 자발적 자택격리로 살아온 지 꽤 된 터라, 코로나19 시대와는 상관이 없는데도 말이다. 


부연하면, 예전엔 내가 익숙하고 좋아했던 것을 어느 순간 못하고 있으면 '이게 사는 건가', '나는 무얼 잃어버렸나', '내가 잘 살고 있는 게 맞나' 의문이 들고, 회의가 오고, 미래가 괜히 불안하고 그랬는데, 올해 들어 그런 게 없어져 버렸다.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라고 자문하고 싶지만 그런 일이 없었으니 곰곰이 돌아보게 된 것일 테고. 


<소울>은 목표가 뭐가 중요하니, 하루하루 너의 일상을 느껴, 그 감각을 이라고 진심으로 어깨를 도닥이지만, 그걸 잘 알면서도 간절할 때가 있다. 지금 몇 년 최선을 다해보지 않으면 죽어서 후회할 거 같은 그 느낌. '열심히' 살아 본 적이 없어서 이번만큼은 마지막이라 여기며 '최선'이 뭔지 탐구해 보고 싶은 그 마음. 그냥 그런 마음들, 그저 철들고 싶다는 생각. 


맞다. '그냥 걸었어'란 노래가 떠올랐는데, 그래서 '그냥 써봤어'라고 매거진 제목을 바꿔 봤다. 그냥. 원래는 '오늘의 펀치라인'이었다는 걸 기록해 둔다. 


아, 깜빡해서 한 줄 추가. 그간 고마웠습니다. 또 고마울게요. 


아, 깜빡해서 두 줄 추가. 혹시 PC 버전은 댓글 작성할 때 아이디 클릭하면 바로 댓글 달리는 기능이, 없나요?


아, 마지막 추가. 브런치는 뭐랄까, 조신하게 고독하면서도 도닥도닥은 즐기는 이들이 옹기종기. 쓰고 읽는 사람들의 종특일지도. 


내일, 아니 다음엔 '낮은 자존감'에 대해 끄적거려야지, 라고 방금 떠올려 수정 아이콘을 눌러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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