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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태의 시네마틱 Sep 04. 2022

26살 문학소년, 영화청년 시절 교양과목 시험 답안지

방금 작은 방 정리하다가 이런 걸 발견함. 4학년 때 수강한 '현대문학사상의 흐름'이란 수업인데, 저는 왜 여기서 영화의 미래를 근심하고 있었을까요.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8박9일 다녀온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을 때였나. 와, 저 때만 해도 정말 문학소년, 영화청년이었네요. 참고로, 저 수업은 B+인가, B0인가 받은 거 같네요. 아, 전체 점수는 10점 아니고 82점이었습니다. 크크. 저 때 제가 학부생인데 교양과목 조교도 병행 중일 때라, 저 수업 하신 서울대 국문과 출신 강사 선생님하고 친해져서 대학로에서 술도 마시고 그랬었는데 말이지요.


26살 짜리가 막 '예술로서의 영화의 죽음' 이러고 있었네요, 제가. 푸하하하. 문제는 뭐였는지 모르겟고 답안이 가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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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영화의 죽음?


영화의 친구 들뢰즈는 과감히 우리가 철학하는 방식이 영화의 도래로 변형될 것이라 단언했다. 현대 영화는 충돌하는 운동-이미지를 통해, 즉 에이젠슈타인의 몽타쥬와 같은 이미지를 통해 선형적인 시간을 거부하고 차이를 행성한다면서 영화가 사유를, 자신과 세계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를 넘어서게 해주는 '역능'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일찍이 발터 벤야민은 <기계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에서 기존 부르주아 예술과 사회를 비판할 수 있는 도구로 영화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렇게 탈근대의 시대에 주목받던 영화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두 거장 '테오 앙겔로풀로스'와 '허우 샤우시엔'은 영화에 대해 근심을 감추지 않았다. WTO 체제하의 신자본주의화 되어가는 세계속에서 할리우드 영화와의 동화 현살을 가장 큰 문제로 꼽은 '샤오시엔'은 격변하는 사회 속에서 젊은이들의 빠른 감각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발했다. 반면 '테오' 같독은 '69년 5월'의 학생 혁명을 언급하며 영화의 위기를 거론했다. 60년대 다양한 물결들과 새로운 영화의 탄생은 젊은 세대들의 철학적 사유와 담론들의 토대 위에서 가능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영화는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 되야하며, 철학적 질문을 제기하는 영화들이 계속 나와야 한다고 얘기하는 듯 했다. 다른 어떤 예술보다 대중적인 파급효과가 큰만큼 영화는 철학적 사고를 담보해 내야만 하며 그럴 때 예술로서의 영화의 죽음은 유예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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