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서, 돈이 많아서, 권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된다는 거.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대통령도, 재벌도, 우리랑 비교할 필요가 없을 거구요. 여러분들이 그 안개꽃다발, 행복을 들고 있는 이상, 누구도 여러분들을 패배자라고 부르지 못할 겁니다. 여러분은, 여러분 스스로에게는 언제나 승리자고 챔피언일 거거든요."
1997년 9월 <FM 음악도시> 마지막 멘트. 이때 '마왕'의 칭호를 얻기 전인 신해철은 우리 나이로 고작 서른이었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꽤 회자됐던 명문이지요. 본인 역시 청년이던 그때 벌써 신해철은 동생들을, 동시대인들을 다독이는 어른이었죠. 그래서 더 아이들을 못살게 구는, 어른들이 만드는 세상을 우려했을 겁니다. 지승호 작가의 <신해철의 쾌변독설> 중에선 이렇게 말하기도 했죠.
"결국 아이들의 문제는 어른들의 문제죠. 어른들이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전투적인 삶을 살고 있고, 그 방식을 어린 애들한테 강요하니까요. 저는 우리나라 애들 보면 끔찍하거든요. 과외를 몇 개씩이나 다니고, 어릴 때부터 성공을 위해 사육되어지고 있는 애들 말입니다.(중략)
공격적으로 사육 받은 애들이 그 공격적인 에너지가 여하한 형태로 비틀려서 튀어나오면 그게 걔네들 책임이겠냐는 말이죠. 만인에 의한 만인에 대한 투쟁을 하는 이런 사회를 만들어놨으니 애들이 당연히 폭력적이고, 거칠어지고, 그 애들을 또 때려서 갈치고 아직도 체벌을 하니까요."
이제 싸질러 놓은 글이 워낙 많다 보니, 필요한 글이 있을 때면 '000 하성태'를 검색하는 일이 일상이 됐습니다. '골든 슬럼버'란 일본영화 옛 리뷰가 떠올라 검색해 보니, 신해철님 관련 글이 같이 눈에 띄더군요.
엊그제가 8주기였더랬죠. 부고도 쓰고, 4주기 추모글을 글을 쓰기도 했었는데요. 엊그제 신해철님 성정상 꾸짖고도 남은 일을 한 전 동양대 교수님께서 어이없는 인증샷을 올렸길래 트위터에서 일갈을 하기도 했더랬지요. 대학가요제 <그대에게> 무대를 실시간으로 보고 자란 세대로서 신해철님은 잊을 수도 없고, 잊기도 싫은 아티스트일 수밖에 없을 텐데요. 알고는 있었으나 마음 속에서만 기렸던 8주기 추모를 우연찮게 길어 올린 글로 대신 해 보려고요. 마음이 약해서, 부고니 추모글이니 정말 쓰기 어려워 하는데, 10주기때 다시 추모글을 쓰게 될런지요.
아래 링크는 4년 전 쓴 <'서른 살' 신해철이 남긴 말, 왜 사람들은 못 잊을까> 글입니다.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4826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