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도 4.3이 일어나고 나서 50년도에 육지에서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거의 한 100만 명 이상의 민간인 학살이 이루어졌는데, 그러한 피해자 중 한 사람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4.3으로 인해) 서대문 형무소에서 2년, 전주형무소에서 3년, 이렇게 5년을 살고 해방을 맞이해서 정말 희망찬 꿈을 꾸셨을 겁니다.
그런데 그때 애를 먹이던 일본인 순사가 해방 이후 과장이 됐어요. 보도연맹 얘기 들어 보셨죠? 송이산 부근에서 한꺼번에 죽었고, 우리 아버지도 (보도연맹 같은 예비검속의) 희생자입니다."
"가해자들이 동작동 국립묘지라든지 대전 현충원이라든지 제일 좋은 자리에 있어요. 이것이 바로 오늘의 우리 현 주소입니다. 과연 이걸 두고 우리가 역사의 좋은 내용을 논하기 전에 가해자들을 지금 찾아내야 하는 사안이고, 가해자들을 제대로 조명해서 우리 역사의 기록과 교과서에 기록을 해야 하는데 거기서 저는 한 발자국도 못나갔다고 보는 겁니다.
(아버지는) 대전 현충원 애국지사 제3묘역에 지금 모셔져 있는데, 묘역에 모실 때 모습을 보니 (아버지) 머리의 3분의 2가 날아가고 깨지고 그랬어요. 무릎을 꿇게 해놓고 뒤에서 총을 쏴서 그렇게 된 겁니다. 저희 아버지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그렇게 죽었거든요. 어머니도 그 기억에 밤에 자다 울컥하시고, 그걸 들은 우리 삼남매가 어머니를 깨우고 하는 것이 저희들 일이었습니다. (그런 일들을) 결코 잊을 수가 없어요."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우리) 역사는 항상 일제강점기라든지 뭐 그런 피해자로서의 역사만 가르치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근데 피해자는 사실은 반성할 필요가 없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어떤 역사에 대해서 한국 스스로가 반성을 하지 않아왔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4.3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됐던 것 같아요. 좀 더 이제 반성을 해야 되는 큰 일이 있는데, 반성하지 않고 계속 지내왔던 거고요. 거기에 대해 반성을 하면 이제 그만큼 좀 이제 나아질 수 있지 않나 그런 생각들이 있었던 거 같아요." (김경만 감독)
"영화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제주도가) 일단 되게 아름답고요. 다른 지역의 돌도 물론 아름답겠지만 제주도의 돌은 화산에 의해 형성된 그런 돌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좀 다른 그런 질감과 느낌과 그런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다 이제 짐작하시는 것처럼 정말 이제 제주도 사람들이 전부 다 불구덩이 속에서 있었던 거잖아요. 그런 걸 떠올릴 수밖에 없었던 거죠. 또 하나는 이제 제주도가 섬이고 바다에 인접해 있으니까 항상 파도에 의해 돌들이 깎이는 그런 장면들을 상상했던 것 같아요. 영화에도 나오지만, 4.3을 겪으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게 끊이지 않고 덮쳐오는 파도 같은,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그런 경험들이 계속 닥쳐오는 그런 느낌인 거죠."(김경만 감독)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촬영하고 있는 거예요. 한 반이나 촬영 했으려나. 이게 무슨 얘기지 막 이러면서 혼자 속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그런 언어 문제는 어떻게 보면 제 입장에서는 좀 다행이기도 했어요. 거리감을 가지고 작업을 할 수 있었거든요.
또 운이 되게 좋았던 게, 직접 질문을 하신 4.3도민연대 선생님들의 역할에 제가 업혀간 측면이 많죠. 제가 질문하는 게 아니니까 제가 원하는 그런 거리감이 형성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원하는 촬영은 사실은 인터뷰가 아니었던 거죠(...).
그리고 또 육체적인 괴로움도 있기도 한데요. 물론 이제 무거운 짐을 막 들고 (야외 촬영을) 다니니까 힘든 것도 있는데 그런 건 사소한 문제인 거 같고요. 심리적인 문제와 연계되는 부분인데, 사실 타인의 어떤 고통과 굉장히 무거운 이야기, 어두운 이야기를 계속 들어야 되니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편집을 할 때도 그랬고. 4.3을 직접 경험하신 분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긴 한데 그런 측면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김경만 감독)
"마침 지난 6월에 집단 학살의 배경이기도 했던 전주형무소 유해 발굴 중간 보고회를 다녀왔는데요. 발굴된 유해들이 아직 식구들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유전자 감식이 어렵고 예산이 제대로 쓰이지 않아서라는데요. 제주에서 발굴된 유해들과 달리 육지에서 발굴된 유해들도 하루 빨리 가족들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최근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이승만 기념관 건립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이승만 기념관 건립 반대 운동을 전개 중인데, 여러분들도 함께 동참해 주십사하는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