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뭘 쓸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결심했다. 주말엔 일이 아닌 내 얘기를 써보기로. 그래서 오늘은 나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 마침 프로젝트 한달에서 "지금 이 순간 감사한 일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라는 주제를 받았다. 써보고 싶은 주제다.
오늘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12시인가 동생의 전화에 깼다가, 시간을 보고는 "아 늦었다ㅠㅠ!" 하면서 출근 준비를 하려는데 생각해보니 오늘은 주말이다. 다시 잠들었다가 3시쯤 일어났다. 사람이 이렇게나 게을러질 수 있는 건가.. 싶으면서도 늦잠 잘 수 있다는 것에 행복했다.
일어나니 집에 아무도 없었다.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내가 선택한 건 버섯 야채 굴소스 볶음. 사실 그냥 집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모두 조합하려 한 것 뿐이다. 열심히 재료를 다듬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볶고 있는데 엄마가 집에 오셨다. 재료들을 모두 볶고, 굴소스로 간만 해서 호다닥 볶아 먹으려 했는데 그 와중에 굴소스를 너무 많이 부어버린 거다. 망했다, 하는 사이 엄마가 이것저것 양념 몇개를 더 쳤더니 맛있어졌다. 아, 엄마 손맛 최고.
배불리 점심을 먹고나서 엄마와 함께 산책을 가기로 했다. 사무실 앞에 있는 공원으로 산책하기로. 먹구름이 살짝 드리워진 하늘 아래, 엄마와 함께 걸으니 기분이 좋았다. 이내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져서 산책은 1시간도 채 못 채우고 금방 끝나버렸지만..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엄마, 그리고 점심에 출근해서 밤에 퇴근하는 나. 서로의 시간이 달라 한 집에 사는데도 불구하고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는데 오랜만에 엄마랑 열심히 수다를 떨었다.
산책을 마치고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어제 PMS로 기분이 안 좋아서 기분전환을 위해 사무실 가구를 재배치하는 중이다. 가구를 재배치하니 정리해야 하는 것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 김에 대청소를 한다. 작업실에 오자마자 에어컨을 틀고, 빔프로젝터로 예능을 틀고, 청소를 시작했다. 천천히 놀다가.. 먹다가 청소를 하는데 이게 참 행복한 거다. 나만의 공간에서 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
아직 청소가 덜 끝났지만, 다 끝나고 얼른 사진 찍어 자랑하고 싶다. 정리가 끝나면 친구들을 불러서 같이 놀자고 해야지. 행복한 주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