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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슈 Aug 03. 2020

스무살에 한달동안 벌 돈을 하루만에 번 비결, 두번째.

사진, 강현구 님.


스무살, 다른 친구들은 4천원대의 시급을 받으면서 알바를 할 때 내 시급은 N만원이었다. 프리마켓에서 캐리커쳐를 시작했고, 학생치고는 꽤나 큰 돈을 벌어 용돈으로 쓰곤 했다. 그 때는 내가 잘하는지 몰랐는데, 돌아서 생각해보면 잘 안 될 리가 없었던 조건들이 꽤 있었다.


그 중 한가지는 SNS였다.







캐리커쳐를 한다는 건, 사람들은 내 그림을 돈을 주고 사간다는 얘기다. 다르게 말하면, 나는 내 그림을 그 날 이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내 그림인데, 내가 내 그림 원화를 그리는 순간 외에는 다시 만날 수 없다니 그게 너무 아쉬운 거다. 그래서 프리마켓이나 행사에서 그린 캐리커쳐들을 전부 다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마침 그 때 내 취미가 또 사진이어서, DSLR을 가방에 항상 넣고 다녔다. 프리마켓에 가게 되면 시작 전에 전경 사진을 찍었고, 시작하고 손님을 받고부터는 캐리커쳐를 손님께 드리기 전에 꼭 사진을 찍었다. 다신 볼 수 없는 나의 그림을 사진이라는 기록으로라도 남겨두고 싶었다.






블로그에 이렇게 꾸준히 글을 올렸다.


그렇게 하루종일 그린 그림들을 다 사진으로 찍고 나면, 그걸 꼭 블로그에 정리해서 올렸다. 밀리는 한이 있더라도 꼭 올렸다. 이유는 단순했다. 사진으로 남겨두면, 나는 왠지 다시 안 보게 되더라구 (..) 그래서 내가 보려고 블로그에 정리해놓고 싶었다.


이왕 정리하는 거 좀 더 깔끔하게 정리하자 싶기도 했다.





블로그에 캐리커쳐 후기를 올리는 나만의 방식.



행사명, 날짜, 장소, 시간, 날씨, 그린 사람 수까지. 단순히 내가 보기 위해 쓰는 글이었다. 나만의 점포가 있는 게 아니라 주말마다 다른 프리마켓에서 옮겨다니는 내 직업 특성상 장소와 시간에 대한 기록이 있으면 나중에 내가 보기 편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야외 프리마켓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지나고서도 내 글을 다시 찾아보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정리를 열심해 해놨다.


어떤 프리마켓이 사람이 많았는지, 혹은 이맘때쯤 날씨는 어땠는지 등. 내가 보려고 정리한 글이었는데 몇 년동안 꾸준히도 올렸다. 내가 주SNS를 블로그에서 페이스북, 인스타로 갈아타기 전까지는 블로그에 항상 글을 올렸다. (지금 계산해보니 3년 여 정도 되는 것 같다.)


단순히 더 여유있게 놀고 싶어서, 먹고 싶은 걸 더 먹고 싶어서, 용돈을 벌기 위해 한 일이었는데. 꾸준히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는 게 생각보다 아주 큰 일이었다. 행사를 다녀와서 당일날은 힘들어서 글을 못 올리더라도, 1-2주 내로는 꼭 업데이트 하려고 노력했다.





그랬더니 변화가 생겼다. 내 블로그를 찾아와주는 사람들이 생기는 거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아도, 캐리커쳐 후기글 외에 다른 글은 거의 안 올라온다 하더라도, 꾸준히 투데이 100 이상은 나왔다. 그게 생각보다 컸다.


행사할 때 그림을 그리고서 사진을 찍고나면, 손님들은 사진을 왜 찍냐고 묻기도 했다. 블로그에 올리려고 찍는다고 말하며 명함을 건네드렸다.


"일주일 내로 블로그에 캐리커쳐 후기 올라가요. 명함에 블로그 주소 써있으니 이쪽으로 찾아와주세요!"

"하슈 스튜디오 검색하시면 제 블로그 나와요. 그 쪽으로 사진 올라갈 거예요 :)"


이렇게 말하니 실제로 내 그림을 받아가신 분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그림 예쁘게 그려줘서 고맙다고 말씀하고 가시는 분들도 계셨고, 그 때 그 그림이 맘에 들었다며 블로그를 통해 재주문해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캐리커쳐 사진들을 정리해둔 폴더.


위에 언급했듯, 나는 매일 일하는 장소가 달라졌다. 어떤 날은 홍대, 어떤 날은 건대, 어떤 날은 코엑스. 행사를 어디서 하는지, 프리마켓이 어디가 괜찮은지 꾸준히 찾아야했고, 그렇게 찾아서 매주마다 행사를 나갔다. 매주 행사를 나갔으니 매주 블로그에 올릴 거리가 생겼다.


다른 작가님들은 항상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블로그에 글을 올리냐고 물었는데.. 나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내가 좋아서 글을 올렸고, 곧 꾸준함을 가져왔다. 난 나도 모르는 사이 블로그를 열심히 하고 있었던 거다. (사실 이 글 쓰면서 깨달았다)


꾸준히 글을 올리니 홍보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한 거다.


" 작가님 블로그에서 보고 찾아왔어요. 저 진짜 멀리서 왔어요. 예쁘게 그려주세요. "

" 안녕하세요, 작가님. 블로그 보고 연락 드려요. N월 N일에 저희 회사에서 행사가 있는데 혹시 와주실 수 있으세요? "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생겼고, 대기업에서 행사도 들어왔다.





사진, 박영선 님.


블로그에 글을 쓸 때 뭐 대단한 걸 쓴 건 아니다. 키워드를 신경써가면서 글을 쓰지도 않았는데, 일은 여기저기서 들어왔다. 나는 그저 쉬지 않고 꾸준히, 며칠에 한번씩 글을 썼을 뿐이다. 그리고 심지어 그 글은 모두 내 커리어에 관한 일이니, 더 전문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N사에 홍대 캐리커쳐, 이런 식으로 검색하면 내 블로그가 가장 많이 나왔다. 그러니 더 눈에 들어올 수 밖에. 홍보를 목적으로 올린 글은 아니었지만, 꾸준히 SNS를 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꾸준함은 누구도 이길 수 없었다.



이제와 돌이켜 생각해보니 잘 될 수 밖에 없는 요소가 너무 많았다. 캐리커쳐를 시작한 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 '잘 파는 법'과 '홍보하는 법'에 대해 체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 때 깨달은 것들은 추후 내가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 때 아주 유리하게 작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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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거 말고도 내가 내 물건을 잘 팔았던 이유 중 하나를 더 쓰려 했는데, 그것까지 쓰면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오늘은 여기서 마쳐보기로 한다. 두번째까지 쓰려던 시리즈였는데, 세번째 시리즈가 나오게 생겼다. 그건 내일 :)





* 3편에서 계속

* 3편은 내일 연재됩니다!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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