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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슈 Aug 04. 2020

스무살에 한달동안 벌 돈을 하루만에 번 비결, 세번째.

사진, 예림 님.


수많은 캐리커쳐 작가들 사이에서도 '잘 팔리는' 작가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마지막 이야기다.


나는 '잘 팔리는 제품'엔 뭐가 됐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잘 되는 브랜드 역시 이유가 있다.

온라인 사업에 뛰어든지 4년째, 나는 남들보다 상위권으로 올라가는 게 조금 더 수월했다. 그 이유는 앞 시리즈에서도 계속 말했듯, 오프라인 마켓에서 이미 여러가지 경험을 다져서인데. 이번 글을 쓰면서 계속 내가 내 그림을 잘 팔았던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


이번에 얘기하고 싶은 건 '시장조사' 와 '나를 알리는 것'이다.


고정 마켓이 따로 정해져있지 않아 매주 주말마다 프리마켓을 옮겨다니면서 나가야 했던 나는, 나 나름대로의 마켓 선정 기준이 있었다. 


1. 유동인구가 많을 것.

2.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목적이 '구경하는 것' 일 것.

3. '캐리커쳐'에 관심가질만한 사람들이 다니는 장소일 것.


크게 정리하자면 이 세가지 정도였는데, 너무나 당연해보이지만 프리마켓을 처음 접하는 초보자들이 흔히 놓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태경 님.


일단 오프라인 마켓은 유동인구가 많아야 하는 게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장소에서 열리는 행사 모집글을 보면, 일단 그 전회차 행사를 검색해보거나, 혹 첫번째 행사라면 그 장소를 검색해봤다. 블로그에 사람들이 올려둔 후기 속 사진들을 보면서 사람이 꽤 있네, 혹은 사람이 생각보다 없네 등을 파악했다. 그리고 그렇게 서치하는 과정에서 나와 같은 업종의 판매자가 있는지도 함께 찾았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여의도 벚꽃축제"가 열린다고 가정해보자. 나는 한번도 여의도 벚꽃 축제에 가본 적이 없어서 그 장소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 지 짐작이 안 간다. 포털 사이트에 "여의도 벚꽃축제"를 검색해서 사람들이 얼마나 다니는지 찾고, 블로그에 후기를 올린 사람들이 무슨 이유로 그 곳에 갔는지를 찾는다. 벚꽃 축제는 보통 그 행사장에서 열리는 많은 프로그램들을 즐기러 가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좋은 사람과 놀러, 예쁜 꽃을 보러, 사진 찍으러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프리마켓에 관심을 가질 것 같았다. 사진 속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연령대나 옷차림, 관계까지도 눈여겨본다. 친구들과 놀러왔거나, 연인과 놀러왔거나, 아이가 있는 가족단위의 사람들, 혹은 반려동물을 데리고 나온 사람들은 더 마켓에 관심가질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여의도 벚꽃축제 캐리커쳐" "여의도 벚꽃축제 초상화"를 검색해본다. 전년도 행사에서 캐리커쳐를 하는 팀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사람들이 캐리커쳐를 받고 있는 사진이 있는지, 캐리커쳐 하고 있는 그 상황을 구경하는 사람들은 있는지, 줄은 얼마나 서있는지를 찾는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충분히 내게 많은 관심이 쏟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을 때, 참가신청을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예시를 들어본다. "과천 경마공원 벚꽃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검색해서 찾는다. 일단 경마공원은 벚꽃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보다는 경마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았다. 그리고 경마를 즐기는 사람들의 나잇대는 내 타깃층인 2~30대보다는 나잇대가 좀 더 높을 것 같았고, 실제로 그랬다. 열심히 후기 사진을 찾아보는데 마켓을 구경하는 사람들보단 지나가는 사람이 더 많더라. 그래서 그 마켓은 신청하지 않았다.


마지막 예시다. "파주 헤이리마을 프리마켓"이 열린다고 한다. 마켓 후기 사진을 찾아보니 사람들은 주말에 나들이 가는 느낌으로 헤이리마을에 가는 것 같은데, 유동인구가 그리 많지는 않다. 커플이나 가족단위의 관광객이 많았다. 다만, 헤이리마을이라는 장소 특성상 차가 없으면 놀러가기 어려운 위치고, 차를 갖고온다는 것은 어느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있다는 거였다. 실제로 헤이리마을에서 하는 마켓은 사람들이 많진 않지만, 관심 가지는 손님들에게 설명만 잘 해드리면 편하게 지갑을 여는 손님이 많았다.


사실, 실제로 그 장소에서의 마켓을 경험해본 것이 아니라면 그저 짐작일 뿐이지만... 나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우는 것은 꽤 컸다. 프리마켓이나 행사는 보통 사람들이 쉬는 주말에 열리고, 주말이래봤자 일주일에 2번뿐인데, 한달로 치면 해봐야 8~10일가량 일하는 게 전부였기 때문에 하루 하루 마켓이 내겐 굉장히 중요했다. 그래서 마켓을 선정할 때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찾았고, 그건 꽤 효과가 있었다.



일을 하지 않는 평일엔 매일같이 마켓을 찾았다. 하루에 1시간 이상 어디서 행사가 열리나 찾아보고 검색해보는 것이 내겐 일상이었다.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매일같이 찾는 습관은 후에 온라인 마켓에 도전했을 때도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했다.


이렇게 내가 나갈 행사나 마켓을 선정하고나면, 행사가 열리기 전날이나 당일날엔 꼭 SNS에 글을 썼다. 인스타, 페이스북, 블로그, 트위터. 내가 몇 년동안 꾸준히 해왔던 SNS들인데, 이게 생각보다 효과가 컸다.







행사에 나갈 때마다 항상 이렇게 글을 올리곤 했다.


SNS에 홍보하는 것은 당연하지! 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안 해본 사람들은 모른다. 오프라인 행사를 준비하다보면 정신이 없어서 내가 행사를 하고 있다는 걸 알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이렇게 내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에 대해 쓴다고 찾아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궁금해할 수도 있는데, 하루에 내 SNS를 보고 나를 찾아오는 사람이 1-2명이라도 있으면 정말 반가웠다.


처음엔 지나가다가 나를 아는 사람이 인사해주면 나를 찾아와주는 그 마음이 고맙고 반가워서 글을 올렸다. 실제로 손님이 없을 때 누군가 나를 아는 척 해주면 그게 그렇게 반가웠다. 아무도 안 올 수도 있지만 한 명이라도 와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매 행사 때마다 글을 올렸다. 실제로 지인이나 팔로워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날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항상 글을 썼던 이유는, 내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리기 위해서였다. 현장에서의 지나가는 사람, 손님에게 집중하는 게 물론 중요한 일일 수 있다. 나를 모르던 사람에게 나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아는 사람에게 나를 알리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오프라인에서 샵을 열어본 경험은 없지만, 주변에서의 경험을 되돌아봤을 때 보통 가게를 오픈하면 첫 몇 달은 잘 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지인들이 와줘서다. 가게 오픈한다고 축하하러 와주고, 일부러 팔아주고, 친구도 데려오고.. 그러다보면 입소문이 나서 친구의 친구가 친구를 데려오고. 그런 과정을 거쳐서 자리잡기도 하더라.


일시적으로 여는 행사나 마켓이라도 같다고 생각했다. 내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꾸준히 말하고 알려야 사람들이 찾아온다. 친구가 홍대 근처 카페에서 알바하는 걸 알고 있다면, 홍대 갈 때마다 그 친구가 생각나고 괜히 그 친구가 있는 카페에 가서 얼굴 한번 보고 인사하고 카페에 자리잡듯이, 마켓도 비슷했다.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설명하기 귀찮아서, 말하기 어려워서, 부담스러울까봐, 등의 이유로 내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주변에 알리지 않는 경우를 종종 봤다. 물론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내게는 내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꾸준히 알리는 것은 큰 도움이 됐다.


20대 초반엔 홍대나 건대에 자주 있었는데, 주변 친구들이 홍대 근처에 지나갈 때마다 내게 전화해서 프리마켓에 오늘 너 있어?하고 물어봤고, 일정이 맞을 때면 친구들이나 애인을 데려와서 캐리커쳐를 1장씩 그려가는 날도 종종 있었다. 그렇게 꾸준히 SNS에 글을 쓰니 팔로워가 늘어났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친구들에게 나 이 작가님 그림 좋아, 하고 소개해서 팔로우하는 경우도 있었고, 내게 캐리커쳐를 받아간 손님이 팔로우하곤 다음 행사 때 글을 보고 다시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1편에서 3편까지의 이야기들을 요약해보자면,

내 제품을 잘 파는 방법 다섯가지.


내 타깃층 명확히 파악하기

내 타깃층이 관심 가질만한 것을 보여주기

손님들의 두려움 파악하고, 해소시켜 드리기

SNS에 꾸준히 글 올리기 (동일 주제면 더 좋음)

나만의 기준을 갖고 시장조사 하기

정보 검색을 습관화하기

내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주변에 알리기





처음 이 글을 쓸 때는 "왜 나는 20대 초반에 용돈치곤 큰 돈을 만질 수 있었는가.."에 대해 생각하면서 시작했는데, 이게 3편까지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생각보다 나는 잘 하고 있었고, 하나하나 풀자니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던 것 같다 (..)


내일은 또 어떤 이야기를 쓰고싶어질까, 기대되는 날이다.




2020.08.04





8월 한달간 매일 글을 연재합니다.

글이 올라오는 시간은 밤 10~12시 사이.

내일 또 만나요!


#하슈랜드사업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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