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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슈 Aug 05. 2020

프리랜서가 일을 잘 할 수 있게 만드는 좋은 습관




나는 기억력이 정말 안 좋다. 어느 정도냐면, 오랜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누군가가 “너 그 때 이렇게 했잖아” 하며 과거를 회상할 때, 내가 자주하는 말이 있다. “내게 기억력을 요구하지마.”


이제 내 친구들은 “하슈는 지나간 일은 당연히 잊어버린다” 라는 전제를 깔고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내가 무언가 기억이라도 하면 “네가 그걸 기억해? 기억해줘서 고맙다, 야.” 하고 감사인사를 표하기 일쑤다.



이런 내가 일을 한다. 심지어 내가 하는 일은 사업이다. 할 일들은 매일같이 쏟아지는데, 내 뇌는 그 모든 일들을 기록할 용량이 안 된다. 그래서 들인 습관, 매일같이 메모하기다. 참 별 거 아니고 당연한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걸 습관으로 들이기까지는 많은 과정이 필요했다.





매일같이 내게 이렇게 카톡을 보낸다.


카카오톡에 보면 ‘나에게 카톡하기’라는 기능이 있다. 나는 주로 이 기능을 업무 관련 메모를 하는데 쓴다. 씻다가 갑자기 내일 할 일이 생각났을 때, 친구랑 말하다가 괜찮은 유튜버를 추천받았을 때, 오늘 저녁 6시까지 보내줘야 하는 자료가 생각날 때 등등. 이런 것들을 생각나는대로 카톡에 메모해두는 것이다.


그리고 매일 출근해서는, 그 날 혹은 일주일 내로 해야할 일들을 적었다.




내 작년 캘린더. 할 일들이 빼곡하다.


나는 일할 때 해야할 일들을 모두 쓰고, 그 중 가장 하고 싶은 것을 먼저 하는 스타일이다.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그 다음으로는 가장 급한 일 (해야할 일)을 한다. 그리고 그 다음엔 또 하고싶은 것을 하다가, 다시 해야할 일을 하다가.. 이처럼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을 번갈아 하다보면 오늘 어떤 일들을 다 끝내야하는지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이렇게 매일의 체크리스트를 적었다.


처음엔 A4 반 크기의 메모지에 생각나는 할 일들을 다 썼더니, 생각보다 할 일이 너무 많은 거다. 하나씩 체크하면서 일을 지워가는 맛이 있어야 재밌는데.. 일이 너무 많으니 내일로 미뤄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그 다음엔 한 눈에 보기 편하도록 캘린더 형태의 다이어리 샀다. 그랬더니 한 주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1년 넘게 일을 했다. 매일 업무 시작 전에 체크리스트를 적어두는 게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됐다.


그런데 단점이 또 있었다. 캘린더를 썼더니 칸이 너무 좁은 거다 (..) 그리고 펜으로 적으니 수정이 어려웠다. 연필이나 샤프로 쓸 수도 있었겠지만 글이 번지는 게 싫어서 펜을 고집했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예전의 경험을 떠올렸다.




내가 썼던 업무보고서 중 일부.




예전에 모 쇼핑몰에서 웹디자이너로 잠시 알바를 한 적이 있었다. 상세페이지를 만들거나, 택배 포장을 하거나 하는 등의 간단한 일들을 했는데, 그 때 업무 시작 전과 후에 항상 하던 일이 '업무보고서'를 쓰는 일이었다. 그 걸 생각하면서 업무보고서 양식을 한글로 간단하게 만들어봤다. 작업 날짜 업무 시간, 오늘 할 일, 오늘 한 일, 그리고 내일 할 일을 쓰게 만들었다. 


그냥 체크리스트만 쓸 때보다 훨씬 더 편하게 정리가 됐다. 출근하자마자 오늘 할 일을 쓰고, 하나씩 해나가면서 업무 내용에 옮겨 쓰고, 오늘 못 한 일들은 익일 업무 칸으로 옮겼다. 







업무보고서를 쓰면서 한가지를 더 추가했다. 근무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프리랜서 특성상 내가 내 시간관리를 해야 해서, 성실하거나 부지런하다면 참 다행이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늘어질 때가 있다. 어떤 날은 놀고 싶고, 어떤 날은 일을 엄청 열심히 하고.. 기복이 좀 있는 편이어서 그걸 기록하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장 처음의 취지는 이거였다. "적어도 남들 하는 만큼 - 하루 8시간 이상- 은 일하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하루에 8시간만, 그 정도는 하자. 남들 하는만큼은 해야 현상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남들 하는 것보다 더 열심히 해야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루에 일한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이 됐고, 내 출퇴근 시간도 파악할 수 있었으며, 내가 이 시간동안 사업이 아닌 알바를 한다면 최소 이정도는 벌어야겠구나 하는 나만의 기준선이 생겼다. 근무표를 쓰니 나를 돌아볼 수 있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됐다.



메모하는 습관은 참 중요하다. 나태해질 수도 있는 순간에 나를 다잡아줄 수 있는 역할을 한다. 혼자서 모든 걸 해내야하는 프리랜서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것이다. 체크리스트, 업무보고서, 근무표 쓰기. 다는 못해도 적어도 한가지씩은 꼭 해보기. 그 날의, 그 주의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한다.






지금의 나는 노션을 사용해서 업무보고서를 작성한다. 한글로 쓰다보니 컴퓨터를 켜지 않으면 그 때 그 때 생각난 것들을 메모해둘 수가 없어서, 한글에서 노션으로 갈아탔다. 노션은 어플로 바로 연동이 가능해서 글을 쓰기가 편하더라. 인터넷으로 접속도 편해서 컴퓨터로도 확인이 가능하고. 그리고 한 일들은 체크할 수 있게끔 설계를 할 수 있어, 이젠 업무보고서의 양식 갖추면서도 체크리스트처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하는 방법이 꼭 모두 옳다는 건 아니다. 다만, 내 시간을 기록하는 방법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처음엔 어려워도 하다보면 습관이 된다. 나도 처음에 업무보고서를 쓸 때는 정말 귀찮기 짝이 없었는데.. 출근 전과 퇴근 전, 업무보고서와 근무표를 작성하는 시간을 정해두니 기록하는 일이 좀 덜 귀찮아졌다.


나만의 방법으로 오늘을 기록해보기, 꼭 해봤으면 좋겠다.

1달, 아니 2주만 해봐도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될 것이다.



2020.08.05






8월 한달간 매일 글을 연재합니다.

글이 올라오는 시간은 밤 10~12시 사이.

내일 또 만나요!


#하슈랜드사업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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