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한참 쉬고 있는데 남편이 저녁에는 포차에 가자고 했다.
밤의 바닷바람이 얼마나 차가운 줄 알고 있어서 사실은 조금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여행까지 와서 집순이노릇을 할 수는 없으니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문물을 더 많이 경험하기 위해서 남편을 따라나섰다.
우리는 해운대 포차거리에 갔다.
사람들은 많았으며 2번이나 돌아봤는데 안쪽자리는 다 차고 남은 자리는 바깥하고 가까운 가운데자리였다.
그러다가 중간이지만 살짝 안쪽에 가까운 포차에 들어가게 되었다.
랍스터는 큰 것은 20만 원, 작은 것은 15만 원이라고 했다.
우리는 작은 랍스터를 주문했다.
포차 사장님께서는 우리가 주문한 랍스터를 테이블 위로 꺼내주셨다.
랍스터는 두 집게발이 묶어진 채 천천히 걸어 다녔다.
'이게 우리가 먹을 랍스터구나!'
처음에는 가볍게 당근과 배추 같은 야채가 나왔다.
그다음엔 해삼 멍게가 나왔다.
사실 앞접시에 빨갛게 라면국물 자국이 묻어있었다.
야채도 바닷물처럼 짠맛이 났다.
아마도 포차 할머니께서 해산물을 손질하시고 나서 손을 안 씻고 바로바로 야채를 집어서 주신 것 같았다.
식당이었으면 불쾌했을 것 같다.
하지만 해운대의 바람은 그 모든 것을 날렸다.
이 분위기에는 모든 게 다 용서됐다.
"그래. 이런 게 포차의 매력인가 봐."
산 낙지가 나왔다.
난 움직이는 산 낙지는 잘 못 먹겠다.
좀 기다렸다가 낙지가 움직이는 것을 멈추면 아주 작은 것들을 골라서 먹었다.
그다음에는 랍스터 꼬리회가 나왔다.
나는 랍스터 꼬리회를 처음 먹어봤다.
들리는 말로는 랍스터는 꼬리부분만 회로 먹는다던데 정말 쫄깃하고 맛있었다.
랍스터의 향과 풍미를 그대로 느껴지는데 식감이 쫄깃쫄깃해서 별미였다. 양이 적어서 더 맛있었다.
그리고 할머니께서 랍스터 찐 것을 주셨다.
찐 랍스터는 너무 맛있었다. 사실 먹던 맛이긴 한데 내가 직접 손으로 고르고 걸어 다니는 것까지 본 랍스터를 바로 할머니가 잡아서 주시니 더 맛있게 느껴졌다.
대망의 마지막 요리는 해물라면이다.
산 낙지와 야채 등 남은 음식들을 다 넣고 맛있는 해물라면을 해주셨다.
김치도 듬뿍 담아서 주셨다.
해운대포차에는 총 3 무리가 있었다.
연인, 부부, 그리고 부모와 두 남매로 구성된 가족이었다.
우리 부부는 가운데 자리에 앉아서 양 옆에서 하는 이야기들이 다 들렸다.
20대 후반 커플은 대학교 때 이야기와 함께 오늘은 날 새도록 안 자고 놀 거라고 했다.
남자친구가 다음 주에 강원도로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고 했더니 여자친구도 다음 주에 여행 간다고 했다.
여자친구는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물라면도 먹지 않았다. 다이어트 중인데 집에서 언니가 매일 라면 먹어서 너무 먹고 싶어서 언니한테 뭐라고 했더니 언니가 돈이 없어서 라면만 먹는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 두 자매는 엄마가 안 계시면 절대 요리를 안 하고 집에서 굶고 있는다고 했다.
그런 이야기가 딱 20대의 일상이었다.
중간에 남편이 전화받으러 잠깐 나갔다.
커플과 가족 사이에 혼자 껴있는데 갑자기 외로운 생각이 들었다.
남편한테 카톡을 했다.
" 빨리 와~ 보고 싶어."
남편이 돌아왔을 때 너무 반가웠다.
남편은 잠깐 나간 사이에 보고 싶어 하는 걸 재밌어했다.
아마 내가 농담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 간절히 보고 싶었던 건 사실이다.
핵가족 일행은 재밌으셨다.
아버지께서 계속 포차할머니에게 말을 거는데 포차할머니는 말 좀 그만하고 먹으라고 하셨다.
아드님은 참 말을 예쁘게 하셔서 할머니가 덤을 많이 주셨다. 라면도 하나 더 끓여주셨다.
"할머니 내가 여자 만날 수 있을까요?"
"우리 아들내미는 잘생겨서 만날 수 있지." 화기애애한 대화에 아버지가 초를 치셨다.
"너 말고 인물은 네 동생이 낫지."
우리가 다 먹고 계산을 하려고 했는데 포차 할머니께서 남편에게 "아들내미 이거 영수증 좀 봐줘."라고 했는데 그걸 들은 옆 가족의 아들이 말했다.
"내가 아들내미 아니었어요?"
난 그걸 듣고 너무 웃겨서 한참을 웃었다.
사실 그 포차 할머니는 모든 남자손님에게 '아들내미'라고 부르셨는데 그 말이 무척이나 정감 있었다.
나는 해운대 포차가 좋아졌다.
해운대 포차는 신비로운 해운대 바닷바람과 함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좁은 공간에 앉아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다.
인생 처음 가본 포차는 매우 짜고, 시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