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간 강원도
내가 강원도에 대한 사랑이 커진 건 강원도를 두 번째 갔을 때이다.
강원도 사랑이 넘쳐나는 아빠와 남동생의 주도로 강원도로 가족여행을 가게 되었다.
모든 준비를 다 마쳤는데, 내가 지독한 감기에 걸려버렸다.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침이 계속 나오고 콧물이 너무 많이 흘러서 도저히 여행을 못 갈 정도였다.
아빠는 내게 쉬는 게 어떻겠냐고 넌 너 시 말씀하셨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듣자 이상하게도 내 가슴 깊은 곳에서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갈래요."
"진짜 갈 수 있겠어?"
"네. 가고 싶어요."
우리는 한겨울에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다.
나는 강원도에 가는 차 안에서 골골거리며 거의 잠을 잤다.
몸상태가 좋지 않고, 감기 기운에 힘이 없었다.
그렇게 강원도에 도착하게 되었다.
목도리까지 싸맸지만 차 문을 여는 순간 20도는 더 낮을 것 같은 차가운 공기가 얼굴에 달라붙었다.
쩍-하고 얼어버릴 것 같은 차가움이 상쾌했다.
나는 추운 것을 너무너무 싫어했던 사람이었는데, 그날부터 시원한 추움은 다른 거라고 인정하기로 했다.
추운 것도 끈적하고 춥기만 한 나쁜 추움이 있고, 시원하고 개운한 추움은 좋은 추움이다.
아무리 겨울이긴 했지만 그래도 눈은 안 왔었는데 강원도는 땅이 다 얼어붙어있었다.
서리인지 눈인지 희뿌연 가루가 땅 위에 뿌려져 있었다.
크래커에 뿌려진 하얀색 가루 같았다.
손으로 찔러보지 않아도 땅은 무척이나 단단할 것 같았다.
깜깜한 밤.
북극의 한 지점에 떨어진 것 같았다.
하늘은 유난히 깜깜했다.
조금의 파랑과 보라색 희미한 빨강 등이 전혀 섞이지 않은 순수한 암흑이었다.
그리고, 그 깜깜한 하늘에 보석처럼 박힌 별들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어릴 때 엄마가 입으셨던 긴 검은색 벨벳 드레스 아래에 박혀있던 작은 다이아몬드들이 생각났다.
진짜 다이아몬드는 아니고 큐빅이었겠지만 어린 마음에 내 눈에는 다이아몬드로 보였었다.
그 옷을 입은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귀부인이 된 것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강원도의 하늘에서 난 그 반짝이가 달린 벨벳 드레스를 봤다.
어둡고 부드러운 하늘에 촘촘히 박힌 별들을 보고 입이 벌어졌다.
한국에서 그렇게 많은 별들과 그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본 적은 처음이었다.
숙소로 짐을 옮겨야 하는 것도 잊고 멍하니 서서 하늘을 보고 있었다.
360도 서라운드 카메라가 날 찍는 것처럼 그 순간엔 나 홀로 짜릿한 자연의 법칙을 깨달은 선구자 같은 미친 생략이 들었다.
우리 아빠는 강원도에 친구들이 많다.
특히 군 복무를 하며 알게 된 전우들은 지금까지도 모임을 만들어서 정기적으로 만나며 연락을 하고 지낸다.
아빠의 친구분도 일정이 우리와 겹쳐서 잠깐 인사를 하게 되었다.
나는 콧물이 자꾸 흘러서 손수건으로 코 밑에 대고 인사를 하고 짧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하룻밤 푹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몸 상태가 매우 개운했다.
그리고 몇 시간이 흐르고 나뿐만 아닌 우리 가족 다 내가 감기가 씻은 듯이 나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콧물도 흐르지 않았으며 목도 아프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우리 가족은 아직도 그 추운 강원도에서 감기가 나은 게 신기하다고 말한다.
그 기억이 있어서일까?
아프면 강원도에 가고 싶어 진다.
나에게 강원도는 치유의 공간이었다.
강원도에는 신비로운 힘이 있다.
사람을 치유시키고, 힘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