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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리의 오션뷰 카페에서 벌어진 일

찐하고 강렬한 포항 바다

by 로에필라

포항에서 제일 좋았던 건, 오도리였다.

거기에 바다를 바로 볼 수 있는 카페들이 모여있다.


그중 한 오션뷰 카페에 갔다.

내가 사랑하는 남편과 존경하는 분과 같이 카페에 갔다.


카페에는 야외 테라스가 있었다.


절벽 위에 지어진 카페는 야외 테라스가 툭 튀어나와 있어서 야외 테라스에 앉으면 바로 바다가 보였다.


같이 간 일행이 예쁜 강아지 2마리가 있어서 강아지와 함께 테라스 좌석에 앉았다.

이 두 마리의 강아지는 암컷과 수컷이지만 오랜 기간 같이 사는데 남매처럼 서로 이성적으로 감정이 없었다.

내심 이 강아지들이 눈이 맞아서 둘을 꼭 닮은 귀여운 후손을 낳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일행은 2마리의 강아지에 더해서 한 마리를 더 데려오셨다.

강아지 동호회에 있던 분이 잠시 여행을 가면서 한 마리를 당분간 돌보게 되셨다고 했다.

세 강아지 다 늠름한 스코티쉬 테리어이며 검정 털을 지니고 있었다.


스코티쉬 테리어들은 테라스에서도 가장 바깥쪽, 바닷가와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테라스 난간은 투명한 유리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바다가 그대로 다 투영되어 보였었다.

영리한 강아지들이 바다를 볼 줄 알았다.


바다 냄새가 났다.

향이 좋은 커피를 시켰지만, 시원하게 불어 재끼는 바람은 계속해서 짠 바다 냄새를 몰고 와서 커피 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커피 한 모금에 바닷바람이 한 스푼씩 들어갔다.


바닷바람은 머리를 헝클어뜨렸고, 햇살은 유난히도 강렬하게 내리쬤다.

모든 감각이 극대화됐다.

자연에게서 최강도의 자극을 받았다.


우리는 서로의 인생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의 대화 그 모든 것 뒤에는 바다가 있었다.

우리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아무리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도, 바다에 있다는 것이 그 모든 걸 비현실적으로 바꿨다.

보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도 눈부신 바다가 보여서 보험은 현실이 아니었다.

친척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도 파도소리는 그 이야기를 구전 동화로 만들었다.

그곳에서 나눴던 모든 대화들이 하나하나 다 생각난다.

그 이야기들은 행복한 해피엔딩 동화책으로 각색이 되어서 그때의 기분과 함께 남았다.


깊고 푸른 남청색 바다

사람 잡아먹을 정도로 크게 몰아치는 파도

'나 여기 있다'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며 불어대는 강풍

눈부시고 뜨거울 정도로 빛과 열 에너지를 발산하는 태양


포항 바다는 찐하고 강렬했다.

우리는 포항의 오드리 그 어딘가에서 동화책을 써 내려갔다.




지금 두 강아지는 사랑에 빠져서 자손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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