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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의 바다 통영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 모르는 딸 있네

by 로에필라

통영 남만산 공원에 올라서니 한눈에 들여다보이는 통영 바다가 아름다웠다.


작은 바닷가 마을.

어부들이 모여서 작은 배를 생계 삼아 고기를 잡으러 나가는 곳.

클레멘타인 노래가 저절로 흘러나오는 곳인 것 같았다.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 모르는 딸 있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늙은 아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딜 갔느냐
오마이 달링 오마이 달링
나의 사랑 클레멘 타인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들이 들렸다.

20대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술을 마시며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나는 통영을 딱 하루 가봤기 때문에 원래 통영바다가 그런 분위기인지 내가 간 그날 밤만 그랬는지는 알지 못한다.


바닷가를 걷다 보니 멀리서 기타 소리가 들려왔다.


맞은편 바다에서 어떤 남성분이 기타를 치며 감성 어린 목소리로 이별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목소리가 주는 슬픔이 통영 전체에 은은하게 퍼졌다.


커다랗게 울리는 목소리는 바다의 파도를 타고 증폭되어서 마음까지 닿았다.

슬픔과 비애가 그대로 느껴졌다.


바다에서 세이렌이 노래를 부르면 바다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홀리는 게 이해가 되었다.


바다에서 듣는 노래는 특별한 기교가 없었는데도 듣기가 좋았다.

그냥 평범한 사람이 부르는 특별할 것 없는 노래인데도 좋았다.

통영에 하룻밤 머물다가는 나그네에게 주는 달큼한 위로였다.




걷다가 잠시 멈춰 섰다.

가로등, 가게의 불빛, 파도소리, 이별노래


사람은 사랑과 이별을 거친다.

가로등의 불빛은 깜박이다 꺼지고, 다시 새로운 불빛으로 교체된다.


바다는 그대로이다.

영원히 그 자리에서 파도소리를 철썩이며 이별을 노래하는 사람의 노래에 박자를 만들어 주고,

사랑을 노래하는 사람의 노래에도 호응해준다.


달빛은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을 은은하게 비춰준다.

끊임없는 자연의 순환을 보여주듯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는다.

포말은 바다가 되고, 바다는 포말이 된다.


너울 치는 파도를 따라 내 마음도 울렁거린다.

바다가 잔잔해지고, 내 마음도 편안해졌다.

결국엔 이 모든 희로애락도 순리대로 흘러간다.


나는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아주 작게 점으로 그려진 한 사람이 되어서 풍경 속에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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