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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뷰 호텔 조식을 좋아하는 이유

바다를 보면서 먹으면 더 맛있다

by 로에필라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하는 사람이다.

남편은 동이 뜨기도 전, 새벽부터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숙소를 예약할 때, 항상 호텔 조식에서 고민이 많아진다.

남편은 아무 문제없이 호텔 조식을 먹을 수 있다.

반면에 난 늦게까지 푹신한 호텔 침대에서 늘어지게 뒹굴고 싶을 때, 호텔 조식을 먹으러 가는 것은 귀찮을 때도 있다.

게으름의 미학에 반하는 행동이랄까?


내 게으름도 여행에 와서는 정당화된다.

"열심히 일한 자, 쉬어라!"라는 광고도 있지 않은가?

난 쉬러 왔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하고 쉬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스코어는 반반이다.

나는 호텔 조식을 먹기도 하고 안 먹기도 한다.


그런 내가, 고민 없이 호텔 조식을 먹을 때가 있다.

오션뷰 호텔 조식은 아침에 조금 힘들게 일어나더라도 먹을 가치가 있다.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온 더 플레이트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의 온 더 플레이트는 바다와 가까워서 오션뷰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

1층 테라스 자리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본다.

핫케이크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커피를 먹으며 해운대를 바라본다.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은 해운대 해수욕장에 나와있다.

영화처럼 조깅하는 사람들이 눈앞에서 휙휙 스쳐간다.

실감 나는 바닷가 휴양지 풍경을 눈으로 보고, 손을 꺼내서 맞닿는 공기로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구나.

부지런히 조깅을 하는구나.

나란 사람은 참 게을러 빠졌네.

정신 차려야지.


직접 당근을 넣어서 만드는 당근 착즙주스를 마신다.

그레놀라를 잔뜩 넣은 비트 요구르트를 마신다.

건강한 기운이 몸 가득 퍼진다.

나도 저 사람들처럼 나가서 조깅으로 하루를 건강하게 시작할 수 있어.


누구나 인생에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

누군가 그랬던가. '잠은 죽어서 자는 것'이라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남들보다 더 많이 잠으로 소모했다는 게 아까워졌다.

해운대의 아침 풍경, 이 바람과 이 공기. 아침에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

하마터면 다 놓칠뻔했다.

앞으로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그 무엇도 놓치고 싶지 않다.

인생을 알차게 꽉꽉 채워서 살아가고 싶다.

더 많은 사람을 보고,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더 많은 것들을 느끼며 인생이라는 총량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몫들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싶다.

내 인생에 바다는 없이 산만 있다는 것도 아쉬운 것.

바닷가에 살지 않는 나는 이렇게 가끔씩 바닷가에 오는 게 좋다.


나도 조깅을 한다.

밖에서 바닷가 풍경을 바라봤던 방관자에서 드디어 이곳에 속했다. 나와 해운대가 '연결'된다.

때로는 한 여행지와 내가 이어지려면 매개체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게 무엇이 될지는 예상할 수가 없다.

해운대 바람이 휙휙-소리를 내며 귓가를 스친다.

오늘 하루는 해운대에 사는 사람이 되었다.


부산 파크 하얏트 호텔 조식


높은 고층에서 바닷가를 바라보며 식사를 하니까 없던 입맛도 되살아났다.

식당이 높은 곳에 있어서 광안대교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경치가 좋아서 뭘 먹어도 다 맛있게만 느껴진다.

깨끗한 유리창 밖으로 차가운 아침 공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다.


식당이 너무 높아서 기내식을 먹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구름 위에 동동 떠있는 기분이다.


오션뷰 자리에 앉으려면 일찍 가야 된다고 해서 일찍 일어난 보람이 있었다.

오션뷰 조식을 먹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수고 정도는 기쁘게 할 수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게 좋다.

바다를 보면서 먹으면 더 신선하고 맛있게 느껴진다.

우유도 더 신선하고, 해산물도 더 신선하고, 디저트는 더 달게 느껴진다.


생명의 에너지가 가득한 바다를 보며 한껏 휴가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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