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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포항의 하늘은 핑크색일까?

오도리 해수욕장에서의 감성 숙박

by 로에필라

어느 날 인스타그램을 보는데, 포항에 있는 하늘이 유난히 핑크색으로 보였다.

어느 정도의 보정은 있겠지만, 하늘의 색감이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핑크색이어서 그런 하늘 아래에 있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항으로 여행을 떠났다.

저번에 포항 오도리 해수욕장 오션뷰 카페에서 지인과 대화를 했던 경험이 가슴속에서 살랑살랑 간질거리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기에, 또 좋은 기억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포항의 오도리 해수욕장으로 갔다.

작년에 방문했을 때는, 적막하고 파도가 강했었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곳이 된 것만 같았다.


밤에 도착하니 불꽃놀이를 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하늘이 형형색색의 불꽃들로 수놓아졌다.

사람들은 축제 분위기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캠핑족들과 차박족들이 해수욕장 모래 위에 줄지어 있었다.

주차할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내가 지금 다른 곳에 왔나? 여기 오도리 맞나? 해운대 아니야?"


소박한 오도리 해수욕장은 핫플레이스로 변해있었다.




오션뷰로 오도리 해수욕장을 바라볼 수 있는 숙소에 짐을 풀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일출을 봤다.

숙소 복도에서 보는 바다와 하늘이 맞닿는 부분이 연보라색에서 핑크색으로 물들어간다.


포항 오도리와 맞닿는 하늘은 파스텔톤의 오묘한 아름다움을 은은히 뽐냈다.

실크로드를 통해 처음 분홍색의 실크를 접한 서양 사람처럼 부드럽게 떨어지는 핑크색 하늘은 손에 만지면 매끈한 감촉이 느껴질 듯 가까웠다.



바다와 하늘은 아치형의 작은 창문에 가둬졌다.

마치 작은 보석함에 보관된 루비처럼 뚜껑을 열지 않아도 틈새로 반짝이는 붉은빛을 발산했다.


중세 유럽에 지어진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햇빛처럼 숙소 내부에 경건한 빛을 주었다.

으슥한 어둠은 햇빛의 존재를 더 부각해주었다.




루프탑에 올라서 바다 위에서 쨍한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바라봤다.

차가운 바다의 새벽 공기와 적막한 고요를 뚫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태양이 떠올랐다.


어느덧 핑크색 하늘은 그 색이 진해지며 강렬한 주황색과 빨간색으로 변했다.

어릴 때 배에서 노를 젓는 한 사람이 그려진 그림을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 그림 속에서 배와 사람은 까만색이었고, 하늘만 빨간색이었다.

그만큼 바다의 하늘은 유난히 색이 강렬한 것 같다.


그 그림을 그린 사람과 나는 같은 바다를 바라봤을 것이다.

이런 빨간 하늘 아래서는 배와 사람이 까맣게 보일 것이다.





방에 있는 창문을 빼꼼 열고 상쾌한 바닷 공기를 마시며 바다와 하늘을 바라봤다.




내가 묵은 방은 2층이었는데, 통창으로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방에 화장실이 없고 총 6개의 방 사이에 있는 복도를 지나쳐야지 화장실과 샤워실을 갈 수가 있었다.


나는 이런 불편함이 되려 좋았다.

어릴 때 교회 수련회에서 밤에 오줌이 마려워지면 일어나서 멀리까지 화장실을 갔던 기억이 나서 이런 구조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레트로 감성으로 충만해서 화장실까지 가는 길이 재미있었다.





어릴 때 옥상 있는 2층 집에 사는 친구들이 참 부러웠는데 오늘 그 소원풀이를 했다.

이 계단으로 부지런히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다.



바다를 보며 1층 카페에서 마시는 모닝커피



3층을 다 누볐다.

1층 카페에서 음료수를 먹다가, 2층 숙소에서 오션뷰 통창으로 바다를 보며 물멍을 했다.





3층 루프탑 카페에서 햇살을 받으며 바닷가 풍경을 즐겼다.

파란 바다를 바라보며 내가 좋아하는 치즈케이크와 커피를 먹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야호! 포항 오도리 바다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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