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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에서 백제의 길을 걷다

고즈넉한 공산성을 걷다

by 로에필라

공주가 백제의 수도였을 때 지어진 공산성에 갔다.


금강변 야산의 계곡을 둘러싼 산성은 물 위와 하늘 아래의 중간에 떡하니 자리 잡았다.



성벽 길을 걸어본다.

그 옛날 누군가가 걸었던 길에 내 발자국을 중첩시킨다.

백제의 흥망성쇠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 아름다운 성은 역사를 품고 있다.

공산성에는 누각이 있으며, 성벽이 있다.

백제인들이 왁자지껄 웃으며 떠들고 연회를 벌이기도 하고 또 쳐들어오는 적들을 막기 위해 피를 흘리며 지켜내기도 했겠지.


풍류

죽음

칼과 방패

패망




공산성에는 동서남북으로 4개의 문이 있으며 각 방향마다 황색의 깃발이 꽂혀있다.

깃발이 방위를 나타내 주기 때문에 성벽길을 걷다가 방향을 잃을 일은 없다.


양치기들과 항해자들을 안내해줬던 길잡이가 북극성이었다면 공산성을 걷는 우리를 안내해주는 것은 바로 이 황색 깃발이다.

백제시대는 황색을 우주의 중심이 되는 색이라고 생각해서 귀히 여기며 황색을 백제의 나라 색으로 정했다고 한다. 황색 깃발을 보며 백제 시대 사람들의 생각을 엿본다.


각각의 깃발에는 사신도의 동물이 그려져 있다.

사신도는 동서남북위 방위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동물이다.

동쪽의 청룡, 서쪽의 백호, 남쪽의 주작, 북쪽의 현무가 백제의 다 망해버린 성을 지키고 있다.


백제 시대에도 사신도가 그려진 깃발이 꽂아져 있었다면 어쩌면 그 믿음에 기대서 성을 사수할 수도 있었을까?




공산성을 유려하고 아름다운 성 그 자체로만 볼 수는 없었다.

백제가 겪은 그 모든 역사를 알면 백제의 역사가 서린 모든 도시들에 슬픔이 배어 있다.


백제의 멸망 직후에 의자왕이 공산성에 잠시 머물렀다고 한다.

한 나라가 망해가는 것을 바라보는 왕의 심정을 잠시 헤아려본다.


한 누각 위에 올라선다.

한걸음 한걸음 계단을 올라서는데 우아하고 섬세한 단청이 눈에 들어온다.


누각에서는 유유히 흐르는 금강이 한눈에 들여다보인다.

커다란 물줄기가 보인다.

역사의 흐름이 보인다.

백제의 모든 피와 눈물이 흐른다.

백제의 회환과 얼이 흐른다.

백제의 역사를 담고 있는 금강은 백제인의 예술성만큼 아름답게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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