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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에서 한옥마을을 바라봤다

전주 한옥 게스트하우스 숙박

by 로에필라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한옥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하고 한옥의 매력에 푹 빠졌다.


내가 묵을 게스트하우스는 한옥 마을에서도 조금 걸어서 자만 벽화마을 쪽에 있었다.

벽화가 그려진 좁은 언덕길을 헉헉거리며 올라갔다.



그리고 도착한 게스트하우스의 마당에서 전주를 내려다보았다.

언덕을 올라올 가치가 있는 풍경이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한옥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대문에서 한옥으로 들어가는 오솔길이 참 예뻤다.

한적한 시골에서 아무 걱정 없이 마당의 꽃만 돌보는 소녀가 된듯한 기분이었다.

소담스러운 들꽃들이 군데군데 피어서 정겨운 정취를 드러내고 있었다.


마루에서 풍경을 바라봤다.


어릴 때 잠시 마당이 있는 집에서 할머니와 산 적이 있었다.

장마철이면 마루에 앉아서 비가 쏟아지는 것을 바로 앞에서 보곤 했었다.

할머니가 계셨던 그 풍경이 생각나며 어디선가 바람결에 포근한 할머니 냄새가 불어왔다.



바닥에 누웠더니 집을 든든하게 지지하는 나무 서까래가 보였다.

천장에 보이는 서까래가 마치 인체의 척추와도 같이 집의 중심을 잡아준다.

서까래가 나를 오롯하게 지켜주는 기분이 들어서 그 아래에서 편히 쉬었다.


옆 방에 있는 불빛이 덧문 창호지를 뚫고 은은하게 불을 밝혔다.

얇은 종이를 넘어서 비치는 조명이 운치 있었다.


얇은 나무 살, 두껍고 진한 색의 서까래.

집 안에 있는 나무는 마음을 편안하게 진정시켰다.


침대에서 자다가 딱딱한 바닥에서 자는 게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생각이 바뀌었다.

뜨끈하게 데운 구들에 이부자리를 펴고 선비처럼 반듯하게 누웠다. 따뜻하고 아늑해서 잠이 솔솔 왔다.


조선시대부터 내려져오던 한옥에 누우니 역사와 자연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조선시대 선비가 밤이 새도록 호롱불에 의지한 채 학문에 매진했던 그곳에서 내가 그 얼을 물려받고 있다. 새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고 눈을 뜨면 한옥 서까래가 보이는 한옥이 좋아졌다.


전주 한옥마을에 와서 한옥에서 잔 것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여행은 새로운 경험을 쌓는 것이다.

익숙한 잠자리를 벗어나서 새로운 곳에서 잠드니 내 안에 모험심과 용기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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