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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에필라 Dec 07. 2022

남편에게 쓰는 편지

사랑하는 당신에게

오늘은 당신에게 고마움을 가득 담아서 편지를 쓰고 싶었어요.


요즈음 나는 인공수정이 실패한 후 

아니 그전부터 슬픔이 조금씩 찾아올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당신 덕에 그런 마음을 잊을 수가 있었어요.


퇴근하면 항상 함박웃음을 지으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당신


마음에 밝은 햇빛을 비추는 당신의 미소가 감사해요.


살면서 때로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에 속상할 때가 있지만

당신이라는 큰 선물을 받았으니 안 좋은 일들은 발로 차면 날아가버릴 사소한 잡동사니로 느껴져요.




감사함

감사함


당신과 함께 이 삶을 꾸려나갈 수 있어서 감사해요.




행복슬픔의 총량이 같다면

나는 너무 큰 행복이라는 당신을 빨리 가졌기 때문에 아직 아이가 늦게 오는 작은 슬픔이 길어지나 봐요.


당신을 만난 삼 년 넘는 시간 동안 당신과 함께 세상의 아름다움만 볼 수 있었어요.

나에게 그 어떤 나쁜 것들이 오지 않게 막아주는 골키퍼 같았죠.

마음의 평안함을 줘서 감사해요.

뭐라고 해도 고마움을 표현하기엔 부족해요.



난임 병원에서 집에 오는 어느 날,

나는 다짐했죠.


앞으로 이 세상에서 그 어떤 일이 당신에게 닥친다 하더라도 

그 어떤 이유도 묻지 않고 당신의 편이 되어주기로.

당신은 내게 생명을 줬어요.

내 마음속에 슬픔이 오지 못하게 막아줘서 날 살렸죠.



인생의 작은 힘든 시기를 보내는 나에게 믿음과 사랑만 주며 확신을 줘서 고마워요.

나도 당신이 앞으로 혹시나 겪을 인생의 겨울이 있다면, 나의 외투를 벗어서 당신에게 덮어줄게요.

벽난로에 불을 지피고, 따뜻한 우유를 데워서 머그잔에 줄게요.

혹시나 단 한 명만 살아남을 수 있는 추위라면 내가 얼어 죽더라도 당신을 껴안아서 당신만은 살리고 싶어요.



혹여나 그런 추위가 당신에게 오지 않기를 기도해요.



이번 겨울은 당신과 함께 보내서 따뜻하네요.  



2부『엄마가 되려다 만 여자』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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