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를 안 한다
단호한 의사 선생님의 말투에 욕심을 버릴 수 있었다.
빨리 아이를 갖고 싶은 욕심
빨리 아이를 갖고 싶은 가능성을 높이고 싶은 욕심
난임병원을 다니면서 내가 가장 힘든 건 시술을 바로바로 할 수 없다는 답답함인 것 같다.
시술과 시술 사이의 간격을 기다려야 한다.
내 몸 상태를 나보다 더 객관적으로 아시는 의사 선생님과 함께 시술을 진행하게 되어서 다행이다.
의사 선생님이 옳았다.
생리를 하지 않는다.
한 달이 한참 지나도 생리를 하지 않는다.
한 달 하고도 일주일이 지났을 때부터 혹시나 임신인가 싶어서 임신테스트기를 매일 해보기 시작했다.
임신이 아니었다.
생리도 아니다.
한번 더 해보자.
또 임신이 아니다.
또 해보자.
임신이 아니네......
정말로 생리가 늦어지는 건가 보다.
난자채취를 하면서 여성의 모든 것을 다 긁어낸 것 같다.
나무가 다 뽑혀서 아무것도 남지 않은 민둥산처럼
포클레인으로 모든 것을 다 긁어내서 고랑자국만 남은 황토색 땅처럼
내 자궁은 스크래치만 남고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런 생명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임신?
난자가 없는데 어떻게 임신을 해?
아무것도 안되나 봐.
자궁이 고장 난 것 같다.
생리를 하지 않는다.
자궁이 황무지가 되어버렸다.
난 그저 비가 내리길 기다린다.
이 모든 공사 흔적이 빗물에 다 씻겨 내려가길.
흘러내린 모든 흙탕물도 햇빛에 다 마르길.
그리하여서 나의 자궁도 단단하게 다져져서 다시 옥토가 되길
그리하여서 아이가 자랄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