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도 안 했고, 남편도 없이 미혼이었던 일상생활을 하고 있었던 평범한 꿈이었다. 하지만 그 평범함 속에서 이상하게 허전함이 느껴졌다. 뭔가 이게 아닌 것 같은 미묘한 어긋남. 분명 잘못된 게 없는데... 밖에 눈과 비가 온다고 해서 따뜻한 집에서 방콕 하면서 뒹굴거려야겠다는 행복한 생각을 하면서 있는데 문득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떴다.
옆에서 남편이 자고 있다.
잊었던 게 뭔지...
마음속에 있던 불편함이 뭔 줄 알았다.
아무리 꿈 속이라지만 내가 어떻게 당신을 잊었지?
배속의 우리 아이와 곁에 있는 남편.
온전한 행복이 느껴진다.
막달에 들어서면서 새벽이면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한두 번씩 잠에서 깨곤 한다. 그때마다 자고 있는 남편의 모습이 귀여워서 괜히 볼 한번 꼬집고, 손도 잡아본다. 그래도 안 깨고 곤히 자는 남편.
임신하고 나서 우리는 더 사이가 좋아졌다.
고맙다는 말은 해도 미안하단 말은 안 하던 우리였는데 요즘은 서로 미안하다는 말을 하게 된다.
남편은 말한다.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직장과 대학원을 병행하면서 몸도 힘들 텐데 한 번도 티 내지 않고 항상 긍정적인 자세로 일하고 공부하는 남편이 고맙다. 막달이 되면서 몸이 안 따라줘서 청소도 덜 하고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내가 안 하는 만큼 남편이 시간을 쪼개서 집안일을 더 해야 하는데 나는 그게 미안하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집을 더 깔끔하게 단장해놓고 싶은 마음에 조금조금씩 정리정돈을 더 하려고 한다. 당근마켓에 필요 없는 물건들을 내놓고, 덜 쓰는 물건은 베란다에 차곡차곡 정리한다. 남편은 청소하지 말라고 하고 쉬라고 한다. 그건 정말이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서로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우리 집은 신기하게도 어느 정도의 청결함이 항상 유지된다.
남편은 퇴근하자마자 빨래를 확인해서 세탁기 건조기를 돌리고, 무거운 건 절대 들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리고 항상 뭘 해야 할지 말해달라고 한다. 루이보스 차를 한 냄비 끓여서 물병으로 옮겨놓으려는데 남편이 와서 깔때기를 꽂고 차를 물병에 옮긴다. 타지에 갔다가 집에 올 때면 안 먹어본 혹은 모르는 브랜드의 핫도그, 수제 햄버거, 도넛 등을 사 온다. 남편이 사 오는 건 그 마음까지 포함되어서 다 맛있다. 손맛이 있는 사람은 아무 요리를 해도 다 맛있듯이, 남편의 손이 닿은 그 모든 것은 더 맛있어진다. 사람에게 행동을 하게 만드는 건 결국 잔소리가 아닌 마음이다. 날 이렇게 사랑해 주고 생각해 주는 사람에게 나 역시 더 잘해주고 싶다. 이제 아이가 태어나면 남편한테 쏟는 관심과 시간이 아이한테도 가야 할 텐데, 그전까지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잘해줄 거다.
남편은 퇴근하자마자 빨래를 확인해서 세탁기 건조기를 돌리고, 무거운 건 절대 들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리고 항상 뭘 해야 할지 말해달라고 한다. 루이보스 차를 한 냄비 끓여서 물병으로 옮겨놓으려는데 남편이 와서 깔때기를 꽂고 차를 물병에 옮긴다. 타지에 갔다가 집에 올 때면 안 먹어본 혹은 모르는 브랜드의 핫도그, 수제 햄버거, 도넛 등을 사 온다. 남편이 사 오는 건 그 마음까지 포함되어서 다 맛있다. 손맛이 있는 사람은 아무 요리를 해도 다 맛있듯이, 남편의 손이 닿은 그 모든 것은 더 맛있어진다.
당근마켓으로 3개나 약속을 잡은 날이었다. 남편이 장례식장에 가게 될 일이 생겨서 함께 못 가게 되었다고 했다. 약속을 미루는 대안도 있었지만, 3건이었기 때문에 내가 차로 혼자 운전하겠다고 했다. 막달이어서 남편은 나에게 운전을 시키려 하지 않는다. 늦게라도 와서 같이 가자고 했지만 퇴근하고 타지방에 가는 남편이 다시 돌아올 때는 너무 늦은 시간이고 피곤해할 것 같아서 혼자 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에게 행동을 하게 만드는 건 결국 잔소리가 아닌 마음이다. 날 이렇게 사랑해 주고 생각해 주는 사람에게 나 역시 더 잘해주고 싶다. 이제 아이가 태어나면 남편한테 쏟는 관심과 시간이 아이한테도 가야 할 텐데, 그전까지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잘해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