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버지를 버렸다

by 걸침


신발장에


아버지 한 짝

누워있다


가장의 무게로

견뎌낸 밑창은


닳아서

심장에 닿아있다


열 식구

세 끼를 잡고 흔들리다


뒷굽은

사선으로 무너진 지

오래다


새벽 신음에

발이 먼저 뛰어도


부질없는 목숨

자식과 바꾸고


뒤축에

몸을 꺾고 돌아오던 날


오늘은 어디에

먹거리가 있을까


벌어진 앞축은

뱀의 혀로


날름거린다


아버지의 내음이

손에 스미기 전


아내 손의 종량제봉투가

입을

벌린다


아버지의 무게가

구겨진다


뒤축이 닳은

이삿짐 차가


앞머리를 주억대며

안갯 속에

사라질 때


응달 한쪽에

거꾸로 누운

아버지는


목을 비쭉

걱정을 내밀고

있다


이사 가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