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시공사에 근무하는 많은 관리자들은 수많은 건축사님들의 작품들의 도면들을 보게 된다.
검토를 하기 위해서. 견적을 내기 위해서, 시공을 하기 위해서 보고 또 보게 된다.
건축도서를 그리는 것은 건축을 행위하는 것만큼의 노력과 시간과 노동이 들어간다.
그 많은 많은 어려움과 힘듦이 담긴 도안이다.
누군가는 이 정성스러운 설계도서를 가지고 쉽게 말하는 이들도 있다.
절대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진짜 그려봤느냐라고 묻고프다.
한때 건축사를 꿈꾸던 20대의 나도 건축설계사무소에서 근무했던 적이 있는데. 규모를 떠나서 크고작던간에. 빈 땅에서 유형의 물체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건축주의 의도와 생각 그리고 니즈까지 반영하고 건축적인 법규와 규제를 따라 하나씩 그리고 만들고 수정하기를 수없이 반복해서 그 생각들을 담아낸 것이 바로 건축설계도서다.
건축시공을 위해 건축사사무소에서 보내오는 도면을 검토하고 견적을 내다보면 다양한 방식으로 그려낸 도면들이 참 많다. 도면은 완구조립을 위한 설명서와 같다. 1번부터 100번까지 순서대로 지어져야 한다.
그리고 하나씩 조립해 가는 여정 속에 중요한 부분들이 강조되거나 표시되어야 한다.
그래서 기본도서와 함께 상세도와 스펙리스트 그리고 스케치업이라는 3D 그래픽 모델링으로서 그 정확성과 섬세함을 표현하고 기록한다. 설계도서는 서로 간의 언어이다. 점, 선, 면 그리고 문자로 소통하는 지침서다.
그렇기에 이것은 기준이 되므로 중요한 문서 중에 하나이다.
가끔 아주 가끔. 황당한 도면들도 많이 받는다. 바로 앞서 말한 부분들이 부족하거나 오류가 심한 도면들을 말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건축사님도 계실지 모른다. 본인은 아닐 거라 생각된다. 아니시다로 말씀드린다.
그래서 아주 까끔이라는 표현을 쓴 거다. 우리는 도면을 보면서 느낀다. 건축 설계 도서를 보다 보면 이분이 실무가 강한지. 디자인이 강한지.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강한지가 보인다.
그리고 느껴진다.
반대로 어떠한 도면은 평입단면도와 상세도가 안 맞는 경우가 있고, 어디서 쓰였는지 모를 짜깁기 도면도 있고, 타 현장 도면이 그대로 섞어있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설명이 부족한 도면도 많고, 진짜 도서라고 보다는 그림이랑 생각이 들 정도의 생각밖을 넘어서는 도서도 있다. 어떻게 시공을 하라는지 막무가내다.
이것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시공사는 능력이 없다고 평가된다. 혹은 도서대로 시공되어도 문제 즉, 하자가 발생하면 그 또한 시공사 실력이 부족하고 경험이 없는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아니. 본인이 만든 작품에 대해서 본인이 더 많이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어찌. 당신의 머릿속의 상상까지 우리가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때론, 도면의 내용 설명이 부족해서 문의 전화를 드려도. 귀찮다는 듯이 "그건 알아서 하셔야죠. 제가 밥까지 떠먹여 드려야 하나요!"까지 말을 듣곤 한다. 그래서 그다음부터 연락 안 하고 알아서 만들면, 어느 날 문득 현장에 나타나서 이게 뭐냐고, 이건 아니라고 다시 다 수정하라고 한다. 아~~ 시공을 그만하고 싶어진다.
세상사 모두 같은 사람 같은 마음이야 없다지만, 우리야 그릴줄 모르지. 만들 줄 모르는가? 그리 잘 아시면 직접 비와 바람과 눈과 추위와 더위와 싸워가며 직접 지으시는 것이 옳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실제 정말 디테일하고 정성 들여 설계하신 도면을 그리시는 건축사님들이 참 많다. 내가 아는 몇 분은 그러하다. 그래서 그분의 견적작업은 늘 많은 시간을 요한다. 디테일하다 보니 아이템도 많고, 디자인의 뜻을 이해하면서 견적작업을 해야 하니 그 시공가능여부 또한 협력업체 기술자분들께 물어가면서 산출해내야 한다.
결국, 어렵게 힘들게 견적작업이 끝나면, 역시나 건축설계에 공을 들였듯이 견적서도 수십 페이지가 되는데. 문제는 이 작업의 시간과 노동 또한 건축주로부터 건축사님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채 표지 다음장인 최종 합계금액만 1초 보고 휴지통으로 들어가게 된다. 우리의 역량과 그간의 노고 그리고 협력업체들의 염원은 한순간에 사라진다. 건축도서가 디테일해져야 하는 것은 옳다. 그래야 그대로 시공이 이루어진다. 다만 그에 따른 건축시공비도 따른다는 것이다. 잘 짓고 싶어서. 하자 없는 집을 짓고 싶어서 아름다운 집을 짓고서 유명한 건축사님을 찾아가서 설계하는 것이고,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닌가? 그럼 그에 걸맞은 건축비용도 생각해야 상상했던 건축물이 지어지는 것이다.
나는 말한다. 건축설계도서는 시공설명서다. 하나 내가 가지고 있는 예산이 한정되어 있다면, 욕심내지 말고 그에 맞는 집의 설계와 비용을 들여서 설계하고 견적 받고 시공하길 바란다.
적은 비용에 훌륭한 가성비 높은 집은 결코 없다. 건축은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지어야 한다.
내가 누굴 찾아가야 할지. 그것부터 정해야 한다. 디자인적인 집인지? 기능적인 집인지? 합리적이다 생각하는 기준은 내가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무조건. 유명하다고 찾아가지 말고, 나와 맞는지를 찾아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하냐고? 손품, 귀품, 발품을 해서 찾아야 한다. 그게 답이다.
2025.01.17
-하우스컬처 김호기소장 '오늘의 집' ㅡ월간김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