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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브리옹 Feb 12. 2020

[네덜란드 바로크 1] 따뜻한 시선

램브란트 반 레인 <야경>

램브란트, <야경>

[2018, 암스테르담 미술관 후기]


  곧 여름휴가 시즌이 오고 있습니다. 올해는 어느 나라로 가볼까 알아보다가 유럽 중 안 가본 나라로 한정 지어 보니 네덜란드, 벨기에, 북유럽, 러시아 정도로 한정되더군요. 늘 그렇듯 여행을 가기 전에 깊게 공부를 하고 가면 훨씬 마음에 닿는 것이 많았습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공부를 하고 가면 좋을 것 같아, 다시금 미술사 책과 각 나라의 역사책을 살펴보게 됩니다. 이번 여행에서 제일 먼저 가게 될 나라는 네덜란드가 될 것 같네요.


  네덜란드 하면 축구로 상징되는 오렌지 군단과 히딩크 감독부터 떠오릅니다. 그 다음은 튤립과 풍차 정도랄까요? 솔직히, 네덜란드를 생각해보면 대표적인 곳이 선뜻 생각나지 않지요. 그만큼 우리 사람들에게 이미지만 존재할 뿐 생소한 곳이라는 말입니다.

<베르메르, 히에로니무스 보슈, 램브란트, 고흐>

  하지만, 미술사 관점에서 위대했던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들이 워낙 많이 배출되었기에 고작 한 두 명으로 설명하기는 부족합니다. 교과서에 나올만한 화가가 무척 많이 배출되었기에 수많은 명작이 탄생하는 건 당연하지요. 그러다 보니, 여행의 대부분의 일정이 미술관을 중심으로 이뤄진 코스가 되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방문하는 미술관의 대표작들에 대해서 글을 쓰면서 음미해보고 싶지만 실제적으로 얼마나 쓸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네요.


  네덜란드에서 방문하려는 곳은 국립미술관, 고흐 미술관, 크륄러 뮐러 미술관, 마우리츠 호이스 미술관, 뵈닝겐 미술관입니다. 스쳐가는 작은 미술관은 포함하지도 않았습니다. 정말 많죠? 네덜란드에 있는 3일 동안 미술관은 최소 5군데나 갑니다. 방문하는 모든 도시의 미술관을 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하루에 두 군데 꼴인데, 한정된 일정 때문에 서둘러봐야 한다는 게 아쉬워요. 이름도 생소한 크륄러 뮐러 미술관은 국립공원 안에 위치해서 왕복하면 하루가 꼬박 걸리지요. 그만큼 네덜란드에는 위대한 화가가 많았고 미술사 관점에서도 획을 긋는 작품들이 수두룩 하다는 말입니다.


  통상 미술관 안에서 그 미술관을 대표하는 작품들은 한 두 개 있기 마련입니다. 가령,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은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있고,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에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들이 있지요. 어떤 면에서는 그 미술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법입니다. 그렇다면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서 가장 상징적인 작품은 무엇일까요? 바로 램브란트의 <야경>입니다. 그 뜻은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화가로 램브란트를 꼽는다는 말이지요.


  램브란트라는 이름은 누구나 들어봤을 법 합니다. 그런데, 의외로 주변 분들 중에 램브란트를 좋아한다고 들어본 적은 드뭅니다. 저 역시도 그의 작품을 바라볼 때 특별하다는 느낀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램브란트의 대표작들은 단체 초상화가 많기 때문인 듯해요.


  신화나 성경을 주제로 한 작품들은 화가의 철학을 담아내기 때문에 똑같은 주제라도 느낌이 제각각입니다. 따라서, 화가에 따라 관람의 주관적 해석이 들어가고 좋고 나쁨의 기호가 생깁니다. 하지만, 초상화는 해석의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초상화는 실존 인물의 특징을 잘 살리는 것이 핵심인데, 지금의 관람객이 모델의 성격과 됨됨이를 알 턱이 없지요. 그저 “잘 그렸네” 수준으로 감상을 마치게 됩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램브란트가 그린 초상화 조차 당시 활동하던 화가들과 비교해도 특별하다고 느껴지지 않아요. 오히려 프란츠 할스와 같이 인물의 표정을 기막히게 포착한 화가들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램브란트는 누가 뭐라 하든 바로크 미술과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입니다.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겠지요.


 <야경>은 단체 초상화로써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램브란트는 빛과 어둠을 극적으로 배합한 키아로스쿠로 기법(명암법)을 사용했습니다. 키아로스쿠로는 밝은 부분이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주위에 배경을 어둡게 처리하는 기법인데, 마치 어둠 속에서 집중 조명을 받는 것처럼 밝은 부분에 시선이 집중되는 효과가 있지요. 이탈리아 카라바조의 화풍으로도 유명합니다.

렘브란트, <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

  램브란트는 동시대 많은 초상화가들이 추구했던 엄격한 형식성을 제거하고 인물에 집중하는 본인만의 스타일을 완성합니다. 바로 이점이 네덜란드의 대표화가로 추앙받는 이유입니다. 인간애라는 숭고한 의식으로 자신만의 특징을 유지했지요. 그가 추구했던 화풍은 후대에 이르러 낭만주의에 영향을 미치게 되지요. 낭만주의가 무엇인가요? 비인간적인 사건들을 고발하고 인간성 회복을 주창하던 정신이지요. 램브란트의 화풍은 인간에 대한 따뜻한 관계와 시선이 머물러 있는 철학입니다. 그런 정신이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것이겠지요.


  사람을 소중하게 바라보는 태도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요즘 세상은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개인적으로 요즘처럼 사람과의 관계가 어렵다고 느낀 적이 드뭅니다. 개인적으로 사람에 대할 때 장점 위주로 보는 편이지만 세상 사람들은 타인의 단점부터 찾는 경우가 많은 듯해요. 마음 아프게도 비판이 너무나 많습니다. 저도 그런 비판에 반응하여 단점을 고쳐보려도 노력하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태도의 문제라면 차라리 낫습니다. 불성실한 태도가 문제라면 고치면 되니까요.


  어려운 점은 비판의 경우가 실제로는 타고난 역량의 문제라서 더 힘듭니다. 솔직히, 역량이라는 게 계발이 되어야 하는데,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역량을 높여보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늘 어려움이 많습니다. 어쩌면 지금 나이에서 키울 수 있는 역량과 그릇의 크기는 이미 정해졌는지도 모르죠.


  아직 젊은 나이기에 지금의 어려움이 역량을 향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잘 압니다. 다만, 램브란트처럼 좋은 면을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더 할 것도 없고 덜 할 것도 없는 딱 지금의 모습으로 말입니다. 아버지가 예전에 말씀하셨던 것처럼 과대평가받으면 피곤하고 과소평가받으면 억울하다는 말이 무척이나 와 닿습니다.


  단점보다 장점을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조금은 모자라고 빈틈이 있어도 감싸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그래서 세상은 차가운 시선보다는 따뜻한 시선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싶습니다. 이토록 치열한 세상에 내 편 한 명쯤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사실도 잘 알고 있어요. 램브란트도 경제적으로 파산하고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을 때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가 그렸던 인물만큼은 언제나 특별하게 표현했지요. 인간의 존재 이유는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일 겁니다. 300여 년이 흐른 지금, 단체 초상화는 사라지고 바로크 화풍도 사라졌지만 램브란트가 바라보던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믿고 싶어요.


  비판보다는 칭찬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비판보다는 응원이 많았으면 더 좋겠습니다. 늘 그렇게 따뜻한 시선을 나누는 사이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야경>의 캄캄한 어두움 속에서도 빛나는 저 얼굴들처럼... 차갑고 냉혹한 사회에서도 느껴지는 따뜻한 시선처럼...

램브란트 <야곱의 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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