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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개 사진 속 미국 풍경 보기(1)

한 달에 한 장씩 엄선했습니다

by 최 콩

작년 5월 핸드폰을 바꾸었다. 미국 년살이를 위한 나의 중요한 준비 중의 하나로 미국생활의 생생한 모습을 용량 걱정 없이 담고 싶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지난주 핸드폰에서 알림 메시지가 다.

'저장용량이 부족합니다. 필요 없는 파일이나 사용하지 않은 앱은 지워주세요'

' 엥? 벌써?!' 1년 만에 핸드폰 용량이 다 찾다고? 처음엔 놀랬지만 그도 그럴 것이 미국에 온 후 새로운 풍경을 담는 나의 손은 동네 마트에만 가도 바빴고 날마다 미국에서의 기록이 사진과 20초 동영상으로 가득 채워졌다. 오늘의 글은 출국부터 지금까지 한 달에 한 장씩 사진을 통해 본 나의 미국 생활을 엿보고자 한다.


1. 7월:설렘 가득 창밖 풍경

창밖 풍경 중에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설렘 가득하다. 7월 말 우리 가족은 인천공항에 있었다. 한 시간 전까지 수하물을 부치기 해 극기훈련 같았던 짐 옮기기를 끝내고 지난 몇 달간의 집정리와 짐꾸리기를 끝내고 행기 좌석에 앉는 순간 '이제 출발이다'라는 신호탄 같은 이 창밖 풍경을 마주했다. 항공기 창문과 창밖풍경이 주는 설렘이 좋아 나는 몇 년 전에 이 그림이 그려진 리넨 가리개를 사서 안방 화장대 옆에 붙여 두었다. 이 그림을 보면 일상 답답함이 비행기를 타는 상상으로 조금이나마 누그러지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


2. 8월: 캣시야 안녕?

시차적응을 어느 정도 끝낸 우리 가족은 동네 산책을 했다. 8월의 미국 버지니아 날씨는 한국에 비해 그리 덥지도 않고 습도도 높지 않았다. 우리 가족의 눈엔 미국의 거리도 나무도 표지판도 다 신기하고 새롭다. 아파트 1층 블라인드 앞쪽으로 나와서 햇볕을 쬐고 있는 고양이에게 인사를 한다.

" 엄마 인형 같아요.. 꿈쩍을 안 해요"

" 진짜 인형인가?"

마치 인형처럼 미동도 하지 않는 이 고양이에게 우리는 시(Caty)라는 이름을 붙여 줬다.

"엄마 오늘 하굣길에 캣시를 봤어요!" 이렇게 캣시는 우리 가족의 입에 오르내리는 등장동물 중 하나가 되었다. 캣시는 알까? 우리가 너를 보면 무지 반가워한다는 사실을!


3.9월: 여길 가도 호박, 저길 가도 호박

가을은 그야말로 미국에서는 호박의 계절 같다. 어느 마트엘 가더라도 마트 앞 가판대에 가을색과 같은 호박이 가득이다. 호박의 종류와 색깔이 이리 다양한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데 이 많은 호박으로 미국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베이커리 쪽으로 가본다. 호박을 넣은 펌킨 파이와 주황색 호박머핀을 고 있고 동네 스타벅스 매장 앞에는 펌킨 스파이스 라테(Pumpkin Spice Latte)를 출시했다는 홍보 간판이 있다. 왠지 달달하고 묵직한 맛일 거 같아서 나의 음료 취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 그래도 한 번은 어봐야겠지? 하며 달기를 조절해서 조심스레 시도해 본 그 맛은 커피에 호박을 갈아 넣어 그 위에 무언가를 뿌린 달달하고 묵직하면서 독특한 향이 난다. 은 호박과 어울리는 생강, 계피, 정향과 같은 것을 조합하여 만든 시럽이라고 한다. 마트에서는 이 시럽만을 팔기도 하여 집에서도 간단히 제조해서 먹을 수 있다. 호박의 열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이 시기 초등학교 행사로 호박등 (Jack-o'-lantern) 꾸미기 콘테스트를 하고 주택문 앞에는 여러 가지 크기의 호박이 장식으로 놓여있다. 10월 말 핼러윈데이까지 미국의 호박사랑은 쭉 이어지는 것 같다.


4. 10월: 대자연 앞에 한낯 미물인 나

미국의 학사일정에는 월요일이나 금요일 주말과 연결되어 긴 휴일이 있는 롱위켄(longweekend) 가가 연중 몇 번이 있다. 10월의 휴가날 우리는 미국에 오고 처음으로 거리인 나이아가라 폭포로 향했다. 버지니아 집에서 차로 7시간이 걸리는데 미국은 워낙 넓은 땅덩이로 이 정도의 거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서울에서 부산보다 더 걸리는 이 거리가 우리에게는 매우 길게 느껴졌다. 일찍 출발을 해도 휴게소에 들러서 식사를 해결하고 주변 풍경을 보며 천천히 온 우리는 저녁 무렵 버팔로(Buffalo) 지역에 도착했다. 이곳은 우리가 즐겨 먹는 닭날개를 튀겨 버팔로 윙(Buffalo wing)을 처음 만들어 팔았다는 가게가 있다. 배가 고픈 우리는 버팔로 윙 원조가게인 앤초 바(Anchor Bar)에서 버팔로 윙 세트를 주문했다. 당근과 셀러리 스틱과 함께 나온 버팔로 윙은 미국 스럽게 한국보다 1.5배 큰 날개였다. 소스천국 미국 답게 소스를 선택하여 주문할 수 있는데 미리와 본 선배들의 조언대로 최대한 위험부담이 적은 한국스러운 소스를 선택하였는데 처음 먹은 오리지널 버팔로 윙의 맛은 잉?? 생각보다 우리 입맛엔 새콤함이 한도 초과였다. 새콤함을 넘어 시큼한 맛을 맛본 우리 가족은 서로를 쳐다보며 헛웃음을 지었고 아무리 원조여도 한국 치킨은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 쪽 숙소에서 하루를 자고 다음날 캐나다 국경을 넘어가서 본 나이아가라 폭포는 장엄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우비를 입고 배를 타고 그 근처까지 간 우리는 우비가 필요 없을 정도로 우비 속까지 쫄딱 젖는 폭포 물벼락의 신선한 경험을 한 순간이었다. 광활한 자연 앞에 한낯 미물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거구나!


5. 11월: 크리스마스를 준비해요

11월부터는 미국은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된다. 마트에도 상점에도 워싱턴 DC 박물관 곳곳에도 트리가 만들어져 있고 트리를 장식하는 오너먼트(Onarment)에 진심이다. 이 시기에 리스마스 오너먼트만 파는 가게가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백악관에서는 그 해 오너먼트를 기념품 샆에서 팔기 시작한다. 위에 사진 속 트리는 워싱턴 DC에 있는 국립 미술관인 내셔널 갤러리 (National Gallery of Art) 1층 기념품 샵 앞에 있는 트리로 이 박물관에 소장된 고흐 자화상 모양의 오너먼트와 크레용, 팔레트 같은 술과 관련된 오너먼트로 꾸며져 있다. 뻐서 몇 개 사볼까?라는 마음으로 가격표를 보고 순간 깜짝 놀랐다. 정말 갖고 싶은 한 두 개 오너먼트만 포인트로 구입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그 해 가족과의 추억이 담긴 집에 있는 작은 물건들로 꾸미는 트리도 특별하고 의미 있어 보인다. 또한 크리스마스 시즌이 끝나는 1월 중순쯤 최대 70프로까지 할인하는 기간을 이용해서 정말 갖고 싶었던 것을 장만하는 소소한 즐거움도 누려보자


- 열 개의 사진 속 미국풍경보기 2편이 다음 주에 이어서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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