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상으로
작년 7월 말에 시작된 미국 일 년 살이는 올해 7월 26일 귀국 비행기에 오르며 막을 내렸다.
숨이 턱턱 막히는 한국의 찌는 듯한 날씨가 우리 가족의 무사귀국을 환영해 주었고 속성으로 일주일간 시차적응을 마친 후 회사에 복귀해서 나는 언제 미국에 다녀왔냐는 듯 회사-집-회사-집의 일상을 살아 내고 있다.
40대 중반 많은 준비 없이 떠난 지난 1년 동안의 미국에서의 삶을 통해 나는 무엇을 얻었을까?
1. You are the only one
미국사람들은 놀랄 정도로 남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나라 같으면 만일 뚱뚱한 사람이 몸에 쫙 달라붙는 레깅스를 입고 공공 도서관에 온다면 사람들은 ' 공공장소에 어떻게 저런 옷을 입고 올 수 있어? ' 하는 시선으로 남의 몸에 대해 위아래로 평가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배가 아무리 나왔든 엄청 뚱뚱하든 상관없이 본인 취향대로 옷을 입고 주변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고 당당하다.
쳐다보는 사람은 오직 나만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다른 사람의 시선에 크게 구애받지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개인의 취향에 맞춘 커스텀 문화 또한 미국의 특징 중의 하나이다.
햄버거 가게를 예를 들면 소스에서부터 번의 종류, 들어가는 토핑을 다양하게 고를 수 있고 미국 스타벅스의 메뉴에서 커스터마이징으로 조합해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료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다양해서 나 같은 사람은 스타벅스에서 아르바이트는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영어가 안 돼서 아르바이트 불가이다.). 이러한 미국의 커스텀 문화는 ' 고객 너의 취향을 존중하고 우리는 그게 무엇이든 맞춰드립니다' ' 왜냐하면 너는 우주에 한 명 있는 소중한 사람이니까요'라는 느낌을 받았다면 너무 오버일까?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나는 슈퍼 F니까..
2. 가족과 함께 하는 저녁이 있는 삶
지난 1년 동안 미국에서 대부분의 저녁식사를 가족과 함께 했다. 지금 한국에서는 어떨까? 아이들은 각자 저녁을 해결하고 학원에 갔고 일주일 중에 저녁을 함께 하는 시간은 많아야 두 번이나 세 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한국에서 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는 건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엄마들은 삼시 세끼에 지치고 아이들은 한국에 비해 친구들과 자유롭게 놀 공간이 없어서 힘들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흔치 않은 귀한 시간인지, 서툴지만 엄마가 갓 만든 따뜻한 음식을 한자리에 둘러앉아 먹는 시간 자체가 축복의 시간임을 그때도 알았지만 지나고 보니 더 알겠다.
미국에서의 경험뿐 아니라, 지금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축복 같다. 나와 함께 하는 배우자가 있다는 것, 일을 마치고 편히 쉴 나의 집이 있다는 것, 나를 힘들게 하는 곳인 직장도 알고 보면 누군가에겐 꿈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등 모든 것이 알고 보면 축복이다.
귀국하고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연재의 마지막 글을 쓰는 슈퍼 굼벵이 같은 나의 글을 읽어주신 모든 독자분들에게 감사드리고, 뭔가를 항상 쓰고 싶어 다이어리를 끄적이고
메모장을 끄적이던 내가 감히 브런치 작가로 데뷔를 하게 해 준 25년 미국 버니지아의 그 따스했던 공간을 떠올리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