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난 비를 사랑하나 보다. 이 정도면 김태희 님이 질투심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요즘은 비가 온 뒤 흐리멍덩한 날을 특히 좋아한다. 흐릿한 내가 묻힐 수 있는 유일한 날이라서.
날도 흐리고, 우울감에 취약할 수 있는 날.
사람들의 표정도 날씨에 전염된 듯 맑은 기색 없이 무표정하다.
하지만 이런 날 만큼은 굳은 얼굴근육을 양껏 사용하셔라.
마음껏 웃어도 되고, 마음껏 울어도 되는 행운[行雲]의 날이니 말이다.
웃는다면 오늘의 태양이 될 수 있고, 운다면 먹구름은 슬픔을 알아줄 것이고, 비는 그 누구보다 시원하게 울어 줄 것이다.
어쩌면 궂은 날씨는 흐린 오늘을 비춰 줄 태양 같은 사람을 애타게 기다렸을 수도, 함께 슬픔을 공유할 누군가를 찾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기분이건, 어떤 표정이든 간에 아무 상관 없는 날.
그대는 오늘 행복에 젖은 웃음을 띠고 있을까, 슬픔에 젖은 눈물을 흘리고 있을까.
그 무엇이 되었든 표정을 담은 자가 오늘의 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