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이모저모

by 교씨

어느새 여름은 꽤나 무르익어 있었다.

시간은 늘 부지런한 탓에 7월도 이번 생을 다해간다.

반면에 나는 미루기에 상당히 능하고, 땀방울은 더욱 귀차니즘 증상을 악화시킨다.

그나마 하던 노력마저 무더위에 녹아내리고 있다.

의자에 앉으면 흘러내리는 몸을 에어컨과 선풍기를 동원해 간신히 고체 상태로 만들어 놓는다.

그러고는 엉망진창인 머릿속을 정리해 보려 한 글자 한 글자 꺼내놓는다.

꺼내놓은 글자들도 더운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이내 들어가 나올 기미를 안 보인다.

마음은 조급해지고 그럴수록 글은 진심보단 가심으로 쓰게 된다.

그럴 바엔 차라리 안 써버리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한 시간에게 여름을 몽땅 내어 줄 순 없으니 써 내려가 본다.

귀를 틀어막고 있던 이어폰과 휴대폰의 유혹을 잠시 뿌리치고, 가장 예쁠 때인 여름을 마주 보고 듣는다.

온 동네에 울려 퍼지는 매미 울음소리.

녀석의 쨍쨍한 목소리를 듣고 있다 보면 마치 타임머신이라도 탄 듯 과거 여행을 떠난다.

그때도 초록 생명들이 세상의 반을 덮고 있었고, 매미들은 고성방가를 일삼았으며, 새파란 하늘에 구름은 더욱 하얬고, 나 또한 그처럼 하얗던 시절로 말이다.

여전한 하얀 구름들을 보면,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 변치 않아 준 것에 고마웠다.

잠시나마 하얗던 시절로 돌아가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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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주는 가장 달콤한 맛은 바다라는 세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

그게 무더운 여름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매우 중요한 동기이다.

청록색 바다 앞에 서면 나를 덮고, 달라붙어 있는 모든 것들을 벗어던지고는 곧장 뛰어들어간다.

다만 최소한의 옷은 입은 채 말이다.

새로운 세계에 발부터 천천히 적응시켜 가며 머리까지 잠기고 나면, 비로소 자유로이 신비로운 세계를 누빌 수 있게 된다.

물속을 들여다보니 지느러미가 새겨진 물고기들이 발가벗은 채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의아한 건 발가벗고 있다며 그 누구도 따가운 시선을 보내거나, 핀잔을 주지 않는다.

그들과 함께 있고 싶어 가까이 다가가 손을 내밀면, 마치 순간 이동을 하 듯 잽싸게 달아난다.

녀석들에게 한바탕 차이고 나서는 잠시 숨을 고른다.

피부로 느껴지는 찰랑거리는 파도, 육지에서 보지 못했던 낯선 하늘, 아무리 내리쬐어도 그저 따뜻하기만 한 태양.

수면에 누워 온전히 자연과 우리가 되어 본다.

몹시 자유롭다. 그 어떤 것도 나를 얽매이지 못한다.

결국 인간의 본질은 자연에 있던 걸까.

훗날 바다 근처에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 육지가 숨 막힐 때마다 다른 세계에서 숨 쉬는 그들을 쫓아다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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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많이 뜨겁습니다.

이번 여름도 생이 그리 많이 남지는 않은 것 같아요.

미적지근했던 삶을 뜨겁게 만들 수 있는 기회이지 않을까요?

날은 분명 뜨거운데 마음은 그리 뜨겁지 않네요.

사랑이 부족한 탓일까요, 사랑을 하면 나아지겠지요.

아무쪼록 더위를 나름의 방법으로 맛있게 보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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