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

by 교씨

어젯밤 질끈, 그리고 꽤나 길게 눈을 감았다가 뜨고 선, 전원을 켠 휴대폰 잠금 화면에 보이는 날짜는 9월 1일 월요일이었다.

그렇다. 어김없이 속수무책으로 시간은 흘렀고, 8월의 숨 막히던 포옹과 뜨거운 관심도 조금은 서운할 정도로 사그라들었다.

그렇게 짜증 내고 툴툴거릴 때는 언제고, 그 사랑이 소중했다는 걸 지나고서야 새삼 알게 된다.

왜 늘 당시에는 모르고, 어쩌면 알면서도 모른 체하고, 시간이 지나고서야 미어지게 후회하는 걸까.

시간이 나만은 편애하고 있다는 오만과 착각 덕에 우리 할머니는 영속적인 삶을 얻고, 나의 부모님 또한 그 혜택을 피해 가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아껴둔 둥근 사랑의 표현들은 고이 접어 미루어 두고, 지금 당장 집기 쉬운 뾰족한 퉁명스러움을 꽉 눌러 담아 건넨다.

그래놓고는 후회를 한가득 머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마음이 체한 듯이 고통스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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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앞에 서면 나는 너무도 게으른 인간이 되어버린다.

이것 해야지 저것도 해야지, 오늘은 기필코 글을 써 올려야지 해놓고서, 조금 끄적여 놓고는 한쪽으로 치워둔 뒤 방치해 버린다.

그렇게 하루가 흐르고 이틀이 흐르고, 쉴 새 없이 시간은 흘러 어느덧 방치해 둔 글 위에는 쿰쿰한 먼지가 소복이 쌓여있다.

분명 미루어둔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왜 일주일이 흘렀고, 달마저 바뀌어버린 건가.

마음은 조급해져 오는데, 이놈의 몸뚱어리는 게을러서 도통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시간은 쉬는 시간도 자는 시간도 없이 계속해서 흐르네.

이거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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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 하나 저래하나 어차피 시간은 흐르고, 그에 따른 모든 변화들을 우리는 절대 면하지 못한다.

떡국을 먹지 않더라도 나이는 먹어질 것이고, 부모님의 주름은 선크림과 상관없이 깊어질 것이다.

9월은 이제 막 시작했지만 어쩌면 금세 막을 내릴 것이고, 그렇게 안 갈 것 같던 2025년도 지나갈 것이다.

뜨거웠던 여름은 슬슬 식어가기 시작하였고, 매미의 고성방가도 들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해서 밥을 먹고 글을 쓰다 보니 오늘도 속수무책으로 하루가 끝나버렸다.

그렇다. 시간은 거스를 수 없고, 묵묵히 따르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 얼떨결에 9월은 시작되었고, 시작은 끝을 앞두고 있다.

정말이지, 달리 할 말이 없다.

속수무책이라는 말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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