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몸이 왜 이렇게 피곤하지 했었는데, 결국 사달이 났다.
어제 아침에 일어나서 침을 삼켜보니 벌써부터 목구멍이 확 좁아져 있는 것이 느껴졌고, 가까스로 비집고 들어가서인지 따끔거리고 머리까지 아려왔다.
이상하게 오전까지는 괜찮았는데, 오후가 되고 밤에 가까워질수록 증세는 악화됐다.
가벼운 감기라고 무시했었는데, 사실 가벼운 감기란 없다.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직 본격적인 감기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 즉 감기가 들어온다고 인사하는 정도라 봐야겠다.
대체 어느 경로를 타고 들어왔는지, 녀석에게 잠식당할 때마다 궁금했다.
입속으로 침투를 했나. 콧속을 후벼 팠나. 피부를 파고들었나. 그것도 아니라면 몸속에 쌓여왔던 피로가 변질이 된 것일까.
무겁고, 뜨겁고, 따갑고, 기분 나쁠 만큼 끈적거리기도 했다.
어찌 되었건 좋으나 싫으나 이 불청객과 며칠은 함께 해야 할 노릇이다.
오늘 아침, 나를 기어코 지배해 버렸다.
다 큰 성인을 꼭꼭 숨겨두었던 어리광과 떼를 쓰고 싶게 만들었다.
더 자고 싶고, 밥도 먹기 싫고, 가야 할 곳을 결석하고 싶고, 마냥 침대에 들러붙어 있고 싶어졌다.
덕분에 하기로 마음먹었던 것들은 아프다는 이유로 양심에 가책 없이 미룰 수 있었다.
사회에 뒤처질 새라 나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행위 대신 먹고 싶은 음식을 시켜 먹고, 보고 싶은 유튜브를 찾아서 본다.
그리고 아무런 죄책감 없이 오래간만에 낮잠을 자기도 했다.
이렇게 잡생각 없이 쉬어본 게 얼마 만인지.
감기는 모처럼 어리광 부릴 수 있게 해 준 좋은 구실이 돼주었다.
어쩌면 감기는 나를 좀 내버려 두라고, 쉬어도 된다고 열을 내면서까지 다독이러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