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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유경 Dec 11. 2020

책 [죽음과 죽어감]

윤지회 작가님을 보내며,


윤지회 작가님이 떠났다. 한 명의 팬으로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사진 속에 미소 짓고 있는 작가님의 순간들을 보면서 이렇게 하루만 더, 내일 하루만 더 하는 마음으로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인스타로 소식을 접했던 순간처럼 이렇게 핸드폰의 자판기를 두드리는 순간에도 눈물이 흐른다.


책 원고를 쓰던 지난 7월,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 남겨질 누나의 삶을 걱정하던 직장암 4기의 이건명 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어서 8월에는 윤지회 작가님이 힘들어하는 소식들이 인스타에 올라왔다. 그때에 나는 많은 울림을 받았다. 책으로 나를 만난 사람들에게 나도 좋지 못한 소식을 알리게 된다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러면서 긴 시간 동안 책을 출간하는 게 맞는 걸까 하는 고민을 했다. 그렇게 유명해지지 않을 거야 하는 자각과 반드시 이 땅 위에 서서 내 어린 강아지 완치 옆에 꼭 붙어 있어야겠다는 결심으로 원고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윤지회 작가님의 소식을 듣고 또다시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붙잡고자 책 <죽음과 죽어감>을 읽었다. 400 페이지가 넘는 이 책은 이틀간 나에게 죽음에 대한 깊은 생각과 온전함을 주었다.


삶의 유한함을 느낄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의 소중함을 느낀다.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우리는 삶에 더 가깝게 지낼 수 있다. 내 앞에 놓인 삶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나는 죽음을 공부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운명처럼 만났다. 책을 북티크에 직접 입고하기 하루 전 날 청미 출판사의 인스타 계정을 알게 되었고, 그날 밤에는 이 책에 관한 한 블로그 글을 우연히 보개 되었기 때문이다. 북티크 정문으로 들어가면 이 책이 문 쪽을 정면으로 바라보듯이 세워져 비치되어 있어서 눈에 띄었다.


암을 받아들이는 것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의 단계가 비슷한 점, 우리가 삶과 죽음을 다루는 것을 곁에 두며 이해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죽음의 곁에 있는 의사에게도 과학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삶을 이해하고 다루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작가의 말 등등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은 책이다.




위험을 피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대신

위험에 처했을 때 두려워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고통이 사라지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대신

그 고통을 이겨낼 강인한 마음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삶의 전장에서 함께 싸울 동지를 찾는 대신

나 자신이 힘을 지니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불안함 마음으로 구원을 갈구하는 대신

내 힘으로 자유를 쟁취할 인내심을 갖게 하소서


오직 성공에서만 당신의 자비를 느끼는 겁쟁이가 되는 대신

실패에서도 당신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열매 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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