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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 임상춘 작가

쌈마이웨이, 폭싹 속았수다 그리고 동백꽃 필 무렵

by 홍쥬

https://youtu.be/g_WHB3yoQdQ?si=6Gwt-QjtP2SoDRsu


이 달의 노래 아일릿 cherish



폭싹 속았수다를 전부 다 봤다.

보려고 본 건 아닌데 그렇게 됐다...

(๑>؂•̀๑)



그리고 오열했다.



어느 정도로 울었냐면 눈물이 안 멈춰서 눈 아래에 수건을 깔아놓고 천이 다 젖어 축축해질 때까지 울었다. 평소에도 눈물이 많은 편은 맞지만 저항 없이 너 울어! 해서 응! 하고 울어버리니 자존심까지 상하더라.


드라마 같은 것을 볼 때는 누가 나온대, 누가 썼다해서 보기보다 쇼츠나 주변의 이야기에 휩쓸려 보는 경우가 많았고, 폭싹 속았수다도 예외는 아니었기 때문에 이 작가님 누구지? 하고 알아보니 애정의 임상춘 작가님이었다.



나는 임상춘 작가님하고 인연이 깊다.

물론 일방적으로.


드라마를 엄마랑 같이 보는 게 아니면 거의 안 보고 잘 모름에도 불구하고 임상춘 작가님 필모는 대부분 독파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작가님의 글맛(대사맛이라는 표현이 맞을까?)을 좋아하는데,


작품을 볼 때마다 너무 울어버려서 이렇게 울면 사람이 정말 심장이 아프구나... 라는 걸 내 몸으로 체감했을 정도다.


그래서 오늘은 어떤 주제를 떠들 거냐고 하면 임상춘 작가님 작품의 가족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쌈 마이웨이, 동백꽃필 무렵, 폭싹 속았수다. 세 드라마 모두 겉으로 보면 참 보기 좋은 가족 드라마, 로맨틱 코미디 같지만 알고 보면 작가님의 작품 주인공들은 꼭 가족 이슈가 있다.


엄마, 아빠 문제를 가리지 않고 있기는 해도 뭐 눈에 뭐만 보인다고....



아무래도 애증하는 엄마와 함께하는 내 눈에는 엄마 이슈에 좀 더 치중되어 있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많다.


(스포있슈)


폭싹 속았수다 금명이나 쌈 마이웨이 애라를 보면 아빠와는 무조건적인 애정을 받고 씩씩하게 큰 딸을 묘사하는 장면이 많지만, 금명, 동백, 애라 모두 엄마랑은 아주 복잡 미적지근하지만 놓을 수 없는 미묘~한 관계를 묘사하고 있기 때문인데.


나는 엄마와의 관계가 동백과 동백 엄마와의 관계와 너무 흡사했었어서 본방 볼 때 울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한 시간이 넘게 엄마를 붙들고 운 적이 있다. (엄마 미안...)


각자의 삶이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상처를 줬지만 그럼에도 너무나 사랑해서 흉이 덧나버린 이상한 관계.


부녀의 관계는 겪어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모녀의 관계는 이런 관계가 참 많은 것 같다.


나는 놓아버리고 싶을 때도 있지만 결국 놓지는 못하고 자주 고맙고 아주 가끔 미워죽겠는 내 친구. 내가 사랑하지 못하는 나를 사랑하고야 마는 내 분신이 엄마라고 생각한다.


임 작가님 작품은 혼자서 아이를 키우기에는 너무나 사나운 팔자를 가져버린 엄마들과 그 과정에서 상처받는 딸.



모진 말을 주고 받아도 마지막엔 어쩔 수 없이 용서 해버리게 되는 관계를 너무 잘 묘사하시는 바람에 볼 때마다 가슴이 쥐어짜지는 기분을 느끼면서도 신작이 나왔다 하면 헐레벌떡 뛰어가게 만든다.



폭삭 속았수다는 절대적인 내리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더 밝은 분위기로 보이는 동백꽃 필 무렵과 쌈 마이웨이에서는 오히려 그렇지 않다.



엄마도 결국 인간이고 삶을 견디지 못해 자식의 손을 놓아버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아주 예쁘게, 수채화 그림처럼 뽀얗고 말갛게 하고 있어서, 직접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거북하지 않지만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덮어뒀던 상처 위에 소독약을 들이붓는 고통어린 치유를 동반하는 드라마들이다.



특히 작가님 작품의 여주인공들. 애순, 동백, 애라의 태도는 사랑스럽다는 단어로 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애순, 동백, 애라 모두 사랑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내 새끼라고 바닥까지 긁어모은 사랑을 받고 자랐고, 그 과정에서 알지 못했고 알 수가 없어 부드럽지 못한 손길로 아이를 쓰다듬은 탓에 흉 투성이가 되었지만



흉이 아문 자국을 보고도 받은 사랑을 우선해서 곱씹으며 더 큰 사랑을 할 줄 아는 단단하고 멋진, 본받고 싶은 사람의 애티튜드를 가지고 있다.



그들을 보면 오래된 흉이 낫지 못하도록 스스로에게 난도질하고 있던 것은 과연 누구인가 고민하게 된다.

주는 정성이 애정이 부족하다고 그렇게 원망해놓고 그 사랑마저 누구의 삶을 먹고 긁어모은 것인지 고민해 보면 가끔 스스로가 참 부끄럽기도 하고...



다정은 체력이라고 한다.

결국 다정은 여유와 넉넉함에서 온다는 말인데 다정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도 곱씹어 보면 부족함과 지침 속에서도 감히 잴 수 없는 사랑이 있었다.



주고 싶지만 줄 수 없었고 다정하게 대해주고 싶지만 지친 몸은 늘어지기만 하고 가끔은 그 사나운 팔자를 견딜 수 없어 큰 상처도 남겨버리는 모녀관계.



그 묘한 관계성을 작가님은 참 잘 표현하시는 것 같다. 누구는 신파라고, 억지 행복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나는 애순의 삶도, 동백의 팔자도, 애라의 분투도 모두 너무 공감하면서 즐겼고



울고 웃으며 그들을 많이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에 다른 세상의 그들도 반드시 자주 웃고 덜 슬퍼하며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좀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지...

우선은 집 청소부터 잘하기 ㅋㅋ



가족마다 전부 이야기가 같을 수는 없고, 각자는 각자의 불행이 있지만 그래도 감히 이야기하자면 다들 나와 같지는 못해도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서로 나누면서 상처가 덧나지 않게 바람이라도 불어주는 사이를 가졌으면 좋겠다.



이 글을 본 모든

애순이, 금명이, 동백이, 애라가 행복하기를

나도 행복하기를!

(ෆ˙ᵕ˙ෆ)♡



마무리 멘트는 역시

오늘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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