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잘 살 수 있는 사람

by 홍쥬


https://youtu.be/ujCdcX6o3e0?si=-oKC9H-r5-vEM2eb

- Can I Love ? (feat. youra, Meego)



20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나는 서로에게 온전히 빠져있는, 맹목적이라고 부를만한 관계에 환상을 꽤나 가지고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소위 말하는 불안형이었고, 관계가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싶었기에 그런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언제나 어디서나 나만을 바라보고 나에게 맹목적인 애인. 지금은 피곤하게 느껴지는 문장이 그 땐 왜 그렇게 로맨틱하게 느껴졌을까?



아무래도 가장 큰 차이는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의 여부인 것 같다. 20대 중반까지의 나는 늘 외로움에 휩싸여 있었고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온전히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했다. 반드시 누구 하나와는 연결되어 있어야 안정감을 느낄 정도로 그 정도가 심했는데, 이렇게 나쁜 버릇이 고쳐진 것은 온전히 혼자 살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다.



학원 선생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직업은 잠시 스쳐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2n살까지는 누군가 (특히 가족) 에게 필요한 사람이 아니면 그저 그런 평안한 생활을 이어가는 것조차도 심적으로 불가능했다.



당장 집세며 생활비를 온전히 감당할 능력도, 일을 몇 개 더 하면서 내 공부를 할 체력과 의지도 당시의 나에게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엄마나 다른 가족에게 어떤 필요를 어필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기본적인 삶에 대한 불안이 외로움으로 이어졌고 혼자 있는 시간을 버려진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됐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은 혼자 있는 것이 괜찮으냐고?

괜찮다. 오히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는 중임을 체감하는 중이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시간을 보내야했었고 구질구질한 사고도 많이 쳤지만 몇 년 사이에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게 된 내가 꽤나 자랑스럽다.



이렇게 말하니 거창한 과정과 방법이 있었고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환골탈태했다고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 때나 지금이나 가지고 싶은 건 꼭 가져야하고, 나말고 다른 사람의 일까지 책임지는 것은 끔찍하게 싫은 철부지인점은 여전하다.



그러나 더 이상 누군가와 연락하고 있지 않고, 만나서 시덥잖은 이야기를 나누며 현실을 외면하고 있지 않아도 꽤 괜찮은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점은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이렇게 변하게 된 계기는 수없이 많지만 오늘 이야기 해볼 부분은 '경제적 독립'이다. 20대 후반에 경제적 독립을 이야기하는 게 너무 늦은 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꽤나 오래 '어떻게 살지?' 하는 불안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그 때는 여러모로 불건강했기 때문에 새벽 느즈막히 자서 수업 직전 오후에 일어나는 삶을 반복하고 있었는데. 하루하루 살아져서 살아가고 있다는 감정이 체감될 정도였다. 그저 커지는 불안만 야금야금 캐먹으며 '괜찮은 사람인 척' 하고 지냈던 시기.



또 자존심은 강해서 누가 날 '구리게' 보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그래서 어디가면 털을 부풀리며 위협하는 짐승마냥 잘난 척, 열심히 사는 사람인 척하고 지냈던 때가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행동이 제일 구렸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만 죽이다 어느 날 벼락 맞은 것처럼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는 생각이 들었고 진로를 바꾸기로 했다. 엄마한테도 시험 안 볼 거라고 통보한 뒤 이력서를 살포했는데 운 좋게 한 회사에 입사했다. 그렇게 정기적으로 월급이 들어오고 경제적으로 아슬아슬하다는 기분이 사라지자 가장 체감이 되었던 것은 누군가에게 맹목적으로 필요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나는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점이 나에게는 큰 위안이 되었고 더 이상 누군가의 필요가 되기 위한 발버둥을 치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서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을 즐기게 되었고 내가 정말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내가 나를 좋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늦게나마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렇게 되기 전에는 연애도 우정도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이 정도는 해야지' 하는 아주 괘씸하기 짝이 없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는 '네가 나를 좋아해도 힘들 때가 있겠지..'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아주 조금 철이 든 어른이 되었다.



아무래도 그 사람이 날 사랑하지 않아도 날 사랑하는 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누군가가 날 필요로 하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내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덕분이 아닐까.



여전히 불안하거나 우울한 밤이면 사람부터 찾으려는 버릇은 남아있지만 이렇게 점점 더 나를 아끼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다보면 더욱 나아질 거라고 믿고 있다. 홀로서기는 무섭고 이렇게 말하는 나도 아직 완전히 홀로서지는 못했지만 완전히 홀로섰을 때의 내가 기대되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언젠간 혼자임이 완전히 괜찮은 사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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