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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같은 사랑을 했다

결국 식어버릴 감정들에 관하여

by 홍쥬

*스포주의*



https://youtu.be/cCx4I4Fk5FE?si=izyrKD51EPKddLxZ

크로노스타시스 - 버섯제국




나는 사랑을 이야기 하는 글이나 영화를 좋아하는데

로맨스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건 아니고

좀... 담백한 걸 좋아하는 편이다.



사실 영상을 오래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좋아하는 영화를 말해보라고 하면

몇 가지 이야기 하지 못할만큼

얄팍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오늘 이야기 할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혼자 두 번을 보고

재개봉 했을 땐

영화관에 가서 또 봤을만큼



좋아하는 영화다.

우선 이 영화를 이야기 할 때는

ost를 빼놓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다들 꼭 위에 올린

버섯제국의 크로노스타시스를

들으면서 글을 읽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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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두 사람이 우연히 같은 막차를 놓치면서

밤새 이야기를 나누다

사랑에 빠진 뒤의 생활을 보여주고 있는데



엉망인 하루도

서로에게 흠뻑빠져 날려버릴 수 있을만큼

어떻게 이렇지 싶을 정도로

너무 잘 맞던 두 사람은



각자 일자리를 구하고

삶을 영위하면서

점점 멀어지게 된다.



한 쪽은

예전처럼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꿈을 꾸고 싶어하고



한 쪽은 빠르게 안정된 생활을 만들어서

사랑하는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주고 싶어했기 때문에



둘은 완전히 반대되는 길을 걷게 되고,

그 탓에 도리어 서로 멀어져버린다.



처음 영화를 볼 때는

남자주인공이 너무 싸가지 없고

왜 저러지 싶었는데

두 번째 다시 볼 때에는

생각이 달라졌었다.



자신은 하고 싶은 걸 해봤고

그 분야에서 실패도 해봤으니

더 이상 꿈을 꿀 수는 없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안정적인 벌이와 가정에서

꿈을 꾸도록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조바심으로 표출 되었던 건 아닐까?



물론 그 표현 방식이 잘못됐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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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멀어지다

결국 헤어지게 된 두 사람.



영화의 말미에는

시간이 시간 뒤

각자의 연인과 함께 있던 두 사람이

길에서 아주 우연히 마주치지만



별 다른 대화 없이

서로 손 인사만 하며 영화가 끝나는데



그 장면에서

어쩐지 내 연애가 끝난 것처럼

기분이 후련하고 또 서러웠다.



한 때는 그렇게 좋아하던 사람인데도

삶에 치이면서

서로를 아끼지 못하게 되는 과정도 서글펐지만


(슬프다는 감정보다는 서럽다, 서글프다는 표현이

좀 더 나의 기분과 잘 어울린다.)



각자 다른 연인의 손을 잡고

웃으며 인사를 하는 장면에서는



둘의 감정이

완전히 시들어버린 꽃다발이 되었다는 게

체감되어서 더욱 속이 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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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바닷가를 걸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장면에서

여주인공이 좋아하던 작가의 문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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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파티처럼 언젠가는 끝난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 이들은

좋아하는 것을 가져와 테이블에 마주 앉아

그 애달픔을 즐길 수 밖에 없다"



이 문장을 쓴 작가의 사랑은 끝나버렸지만

자신을 여기에 겹쳐서 생각하지는 않을 거라던

그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저번과 이번 사랑은 다르다고 생각할까?



삶에 치이고 일에 치이며

다정을 잃는 관계들을 보면

다정은 체력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내가 여유가 있고 버틸 수 있어야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다정할 수 있다는 사실.



그래서 나는

체력이 많고 아주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싶지는 않으니까...



아무리 물을 주고 정성을 들여도

결국엔 시들어버리는 꽃다발처럼



이번엔 정말 끝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감정이

끝나는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알 수 없는 상실감에 사로잡히곤 했는데



이 감정은 아무리 나이가 들고 철이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다.



영원한 것은 세상에 없고

모든 것은 시절인연이라는 말을 곱씹으며

쓰린 속을 달래려해봐도



결국 날 달래주는 건

시간의 흐름으로 인해

시들어버린 감정이라는 사실이

참 많은 생각을 들게한다.



여러모로 씁쓸하고 공감가는 장면이 많아

좋아했던 영화 '꽃다발같은 사랑을 했다'



나의 서글픔과는 별개로

지나간 사랑에 너무 연연하지 않으며

웃는 얼굴로 인사할 수 있는 것도

그들의 행복이 아닐까.



어렸을 때는

영원이나 식지 않는 사랑을 좋아했고

어딘가에 그런 감정이

반드시 있을 거라고 믿었지만



감정은 뜨거워졌다가도

어느 날은 얼음장 같이 차가워질 정도로

변덕스러운 것이라는 점을 이제는 안다.



역시 사랑은 어렵고

대화와 이해는 더 어렵다.



그래도 그럼에도

사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할 수 있겠지?



아자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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