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춘기 극복기
요즘 나의 불안 중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는 것이 일,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내가 지금 이만큼만 일을 해도 되는 걸까?
지금의 벌이도 내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까?
불안에 짓눌리는 감각에 일상생활마저 버거워져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 부업 일자리도 알아보고,
불안에 대한 여러 글도 읽어보며
이것저것 타개책을 고민하던 중
'그래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sns나 커뮤니티에 떠도는 글을 보면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바보'라는
인식이 나도 모르게 심어질 때가 있다.
그래서 내 최선은 보답을 받을 수 있나?
내가 여기서 노력 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
하며 본업에 대한 기대감과 열정을 갉아먹고
생긴 불안이라는 찌꺼기가 자꾸 나를 다른 곳,
먼 곳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렇게 점점 최선을 다하는 것을
기피하는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
또 한참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앓고 있었는데,
언젠가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하나에만 집중하는 날을 보낸 적이 있다.
생산적인 활동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그 날은 미래에 대한 무엇도 알아보지 못했고
그렇다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렇게 집중에서 헤어나왔을 때
어쩐지 눈 앞이 트이는 감각이었다.
당장 오늘 저녁에 먹을 음식도
알지 못하는 것이 인생인데
일어나지 않았고 일어날 거라고 해도
몇 년 후에나 일어날 일을 벌써 버거워하며
시간을 버릴 필요가 있을까?
고통을 선불로 낸다고 해서 더 싸게 치는 것도 아니고, 그 고통이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나는 생각이 너무 많고
생각을 비우는 게 정말 어려운 사람이다.
중도를 지키라거나
머릿속을 비우라거나 하는 글을 보며
그를 실현하기 위한 시도도 수없이 해봤지만
그런 방식으로 평안을 찾는 것은
나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었고,
약봉지를 달고 살아야할 정도로
늘 불안과 위염에 시달리며 살았다.
그러다 한 번은
집중의 대상을 바꿔보자고 생각하니
속이 훨씬 편안해졌다.
일을 해야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생각해보자.
오늘의 일을 귀찮다고 생각하지말고
한 번 집중해서 빨리 끝내보자고 생각해보자.
그렇게 몇 년 뒤 내가 하고 있을 일,
내가 벌어야할 돈 같은 것들을 제쳐놓고 한 집중
뒤에 온 나에 대한 성취감과
'내 일'에 대한 몰입감에서 오는 개운함은
다른 관점에서 나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넓게 보면
현재를 즐기라는 통용적인 말로 보이겠지만
이렇게 글을 적고 있는 나도
현재를 즐기기에는 여전히 불안하고 너무나 어리다.
하지만 눈 앞의 설거지, 눈 앞의 책상 정리,
오늘의 업무와 같이 아주 작은 것부터
아 이거 귀찮은데, 굳이 해야하나? 와 같은
득실을 따지는 생각 없이
온전히 집중해서 끝냈을 때
나는 분명 덜 불안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하루하루 휘청이는 갈대처럼 흔들리는 삶.
멀미도 나고 확 누워버리고 싶기도 하지만
나는 아직 꺾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걸로 충분하다.
이렇게 오늘을 살다보면
내일의 나는 또 좀 더 괜찮아질 수 있을 것 같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더 괜찮은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