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춘기 극복기
블로그로 쓸까하다가
내면의 이야기와 불안에서 나아진 과정을
이야기하는 글이 되어버려서
브런치에 올리기로 했다.
벌써 올해가 반이 지나갔다
올해는 나 스스로 가장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인데
역시 가장 큰 변화는
나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점...
응애 나 스물여덟
사회생활은 십년을 넘게했찌.라고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스스로를 생각하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피해왔었다.
그저 눈 앞의 일이나 즐거운 일만을 쫓아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직면하는 시간을 여태까지 회피했다고 볼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러니 저러니 큰 이유보다
귀찮아서가 제일 컸다.
일은 해야하니까 하는 거고,
눈 앞에 즐거운 일에 집중하면
아무 생각 안 할 수 있으니까.
그러다 즐거움의 역치가 점점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보이는 것은 스스로를 설명할 수 없는 내 자신이다.
내 감정이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표현할 수 없으니
스스로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괜찮은 사람인 척' 하며 나이만 들어버렸다.
사실 지금도
스스로를 그렇게 괜찮은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혼자 있는 시간에
홀로 동떨어져 있다는 감각이 아닌
나와 놀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붓다마냥 완전 통달한 것은 아니고
아직도 욕심나는 것들을
흘러가도록 보내지 못하고
내 거 야 ! 하고 드러눕는 애어른이지만....
올해는
새로운 관계도 많이 만났지만
곁에 있던 관계도 많이 재정비한
말 그대로 재정비의 시기였다.
사실 나는 손절을 못하는...
한 번 내 인연이다싶으면 절대 놓지 못하는
안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는 소위 말하는 손절을 할 줄 알게 되었다.
관계가 마음에 안 들면
싹뚝싹뚝 잘라내는 게 아니라
둘 사이에서
마음에 들지 않거나
내가 상처를 입을 것 같은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직면한 뒤
그럼에도 결이 맞지 않는 것 같으면
보내줄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그게 당연한 거 아니야? 하고
생각하고 살아왔던 사람들에게는
그게 뭐가 대단하다는 거지 싶겠지만
사람들을 좋아하는 걸 좋아하고
관계의 단절을 정말로 싫어하던 나에게
이제 먼저 관계를 잘라낼 줄 알게 되었다는 건
장족의 발전이고 아주 큰 성장이다.
내 불안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던 한 지점에서
드디어 발을 내딛게 되었다는 뜻이니까.
이 때 비슷하게 생긴 습관이 있는데
바로 생각이 많을 때는
방청소를 하면서 안 쓰는 걸 다 버려버리는 거다.
본래였으면 언젠가는 쓰지 않을까....
쓸 수 있을 거 같은데 놔두자... 했을 것들을
종량제봉투에 던져넣고 버려버리면
머릿속 찌꺼기도 함께 버려지는 기분이다.
관계도, 감정도, 해묵은 물건도
언젠간 다시 좋아질 것 같고
다시 사용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내 주변을 어지럽히고
정말 필요한 것들을 찾기 어렵게 만들 때까지
끌어안고 버티는 것보다는
과감하게 버리고
필요할 때 새로 만드는 것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낭비도 적었다.
아직도 버리지 못한 것들은 많이 남았고
방도 더럽지만...
사랑할 줄도 알고
버릴 줄도 아는 어른.
추구미가 너무 어렵다.
그래도 해야지 어떡해.
내일은 내가 날 더 사랑했으면...
우리가 서로 더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럼 안뇽.
오늘도 사랑! ⸜(。˃ 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