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만나고 싶지 않아
오늘조차 이미 먹먹하게 무거워
불안에 몸을 적시며 몸부림 치는 날
거 도망치기 참으로 알맞은 날
날씨가 대수요 핑계삼아 하는 말
세월이 뭘 얼마나 가르쳐줄 수 있지
고작 만년 나부랭이에 그칠 것 같아
나의 그릇이 굳어가고 있어
내던지듯 잠으로 도망치면
숙취처럼 밀려오는
어제는 혹시 꿈결이었나 찰나의 죽음이었나
으스러질듯 깨문 입술
들숨에 불규칙적인 박동에
오래 막혀 뻑뻑한 숨골을
눈물 송아리 달고 문대 보아도
헐떡이듯 목덜미를 드러낸
파아란 줄기를 가만히 보면
무기력의 칼날을 거둘 수 밖에
살아보겠다고 외치는 작은 힘에
영영 쉽사리 도망칠 수는 없구나
어렵게 꾸준히 살아서 볼 것이 있으리
자리에 주저앉아 눈을 깜박였네
서늘한 가을 창창한 쪽빛을 마시며
몸부림에 부푼 가슴 꺼뜨리는 날
거 도망가기 참으로 알맞은 날
오늘의 모든 것과 작별하기엔 날이 좋지 않아
변덕을 담아 핑곗김에 하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