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에 대하여

by havefa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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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리 못생긴 거울을 보아도
깨뜨리고 싶지 않다
자기 빛을 낼 기회를
빼앗고 싶지 않아서

안경을 쓰면
삶은 소용돌이치는데
콧잔등에서 안경이 흘러내리면
다 아무 일도 아니란다
나이테가 두꺼운 안경에게
젊은이의 바람은 부질없는 것
우물은 깊어만 가네

벽이 날서 있는 가슴은
둥글게 부수고 싶지 않다
가시 돋친 주먹을 피하기 위한
단칸방을 비겁하다 헤집지 않겠다
아무리 상처를 입어도
치명상은 가까운 곳에서 오니까

하늘로 쳐드는 눈물도
아래로 스며드는 침묵도 다독이지 않겠다
바닥으로 치닿는 눈물을
열기구를 날아 올리는 목소리를 안겠다

모든 것이
마음과 같지 않아도
너를 업고 천천히 걷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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