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by havefaith

이제야 말하지만 들어줘
낯선 너를 만나고 나서
내가 얼마나 커졌는지 말야

어차피 느낌으로 알게 되니까
머리는 그 다음에 정리를 하잖아
누군가 날 사랑하지 않을거라 생각했었어
누군가 날 사랑해줄리 없을거라 생각했어
떨리게 마음을 털어놓던 사람들이
눈빛을 변하며 마음을 후비기 시작했거든

이상하지 하나만 하기도 어려울텐데

둘 중에 뭐라도 진심이었을까


내가 마음을 열고 진심을 꺼내기 시작한 후
많은 이들이 자리를 박차고 떠나갔어
더 슬픈 건 내 마음 속 그의 자리와
그의 마음 속 내 자리의 격차가 느껴질 때지

나만 잔뜩 기대했던 모습이 정말 바보같더라

처음부터 가시가 많았던 건 아니야

들리는 사람들이 하나씩 심어주고 갔지

살아가는 덴 그런 게 필요하대

가시 하나 없으면 세상물정 모르는 거래

낯선 사람이 오면 벽 뒤에 숨어버리래

다른 사람을 할퀴고도 무심함까지 필요하대


가시로 된 벽에는 분명히 틈조차도 없는데
어디서 온지도 모를 너는 가시를 어루만졌어

딱딱한 벽에 손바닥을 대고 가만히 귀를 기울여

좋은 흙으로 지었다며 벽에 입을 맞추었어
넌 나를 지긋이 바라보면서
아름답고 멋지다고 말해주었어
칭찬에 약해서 마음도 약해졌나봐
오랜 시간 지치지도 않았을까 너는

돌아보니 나는 나를 좀 더 아끼게 되었더라
완벽하지 않아도 난 나를 좋아하게 되었더라
벽을 뒤덮은 가시까지도 안을 수 있더라

나의 마음 빈 구석에 찾아와준
낯선 친구야
우리 마음 속엔 수많은 자리가 있잖아
너를 위한 자리는 언제나 비워둘게
너와 언제 만나기로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시간을 정하지 않아도 기다릴 수 있으니까
보이지 않아도 너를 그릴 수 있으니까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같은 생각을 하니까


너와 나의 자리가 혹시나 다르더라도
기억해줘 이제는 낯설지 않은
저기 먼데서 온 사랑하는 나의 친구야
혹시 네 마음의 빈자리가 난데 없이 커지면
내가 너에게로 힘껏 달려가 네 손을 잡을게
슬픔을 견디느라 말하지 못해도 괜찮아
아픔이 지나가느라 웅크리고 있어도 괜찮아
무수한 길을 지나 이번엔 너의 마음을 채울게
얼마가 걸리더라도 마지막까지도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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