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이나
당신을 아끼고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멀어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리 슬프진 않습니다
바라던대로 멀어진 순간 말입니다
남사스러울 것은 없습니다
그래도 마음 가는대로
해보고픈 욕심이 있었고
역시나 결말은 같습니다
조금 일찍 말했다면
조금 더 즐거운대신
끝이 빨랐을 것이고
아예 말을 아꼈다면
시작이 없으니 끝도 없었겠지요
뭐라도 시작하고
끝내고 싶었던 겁니다
이미 늦기는 많이 늦었습니다
우리가 변한 것인지
이것이 우리의 본래 모습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환상이 깨진 것이겠지요
가까이 갈수록
무척이나 멀리 느껴지고
서로에 대한 마음 역시
그때와 같은 것인지
무엇을 담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저는 당신을 안다고 말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 때의 기분은
잊을 수 없습니다
그 때 당신을
내려놓게 되었으니까요
당신의 세계에서
나는 덩그러니 놓인
모난 이방인입니다
당신의 눈빛과 손은 따뜻했으나
그 곳의 공기는 서늘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한참 전엔 안될 것이
무어냐 생각했는데
자리에 앉아
울리는 노랫소리와
나와는 다른 말을 읊는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니
역시나 안될 것 같았습니다
그것들은 당신이 아니라 하신다면
그마저도 당신입니다
제가 걸어간다 한들
영영 멀어질 것 같은
아득한 거리와 쓸쓸함을
놓아버릴 수 없었습니다
당신도 제게 그런 것을 느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제게
타협하며 맞춰가면 되지 않겠느냐
물으셨지요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타협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러니 제가 많이 희생을 해야 될 거라
말씀하신 것일겁니다
알고 계십니까
저는 그 희생을 할 심산이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늦게 물으셨습니다
너무 지쳐 체념할 즈음이라
날선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이제와서 다 무슨 소용인지 말입니다
처음엔 듬뿍 빠졌고
점점 물기가 마르기 시작했습니다
기실 빠져들어갈 때도
머리는 째깍째깍 안된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어리석은 게 분명합니다
그 때도 알던 것을
지금은 왜 알고도 모른 척 했을까요
잘 되었습니다
당신과 나의
고인 물을 흔들고 싶었습니다
저를 어색하게
기억해주었으면 했습니다
저를 새로이 볼 수 있도록
새로 만난 이처럼
설렘과 긴장감을
다시 느낄 수 있도록
혹은 적당히 어색한
친구도 아닌 지인이 되어버리도록
아무래도 좋습니다
당신이 나오는 꿈은
더 이상 꾸고 싶지 않습니다
꾸고 나면 하루가 어수선하니까요
문득 당신이 생각나는 것마저
억지로 막지는 않을 것입니다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아주 즐겁고 아주 부끄러운 기억도
아주 괴로웠던 날도
그렇게 희미해지듯이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헤어지는 것입니다
예정이 언제인지도 모르지만
저는 조금 일찍
헤어지고 싶었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제게 했던
장난스런 실험과는 다릅니다
그 실험에 무너지던 제 마음과도 다릅니다
당신이 좋은 만큼
당신에게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저를 흔들어 놓지 않게요
이제야 알았습니다
진짜 헤어짐이란 건
끝이라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을요
착각이 아닐 겁니다
당신을 만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당신과 함께인 때 역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 말입니다
부끄럽지는 않습니다
당신이 알았으면 했으니까요
한번쯤은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 날은 당신에게 무척 실망한 날이었고
당신과 나의 마음 역시 확인했는데도요
덜커덩거리며 나아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이가 당신이라고
그래서 예상한 답변을 들을 수 있게요
찾으신다 했지요
제가 아닌 다른 이를 말입니다
저 역시 말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이제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마음껏 후회하고 아쉬워해봅시다
함께 가지 않아 사라진 날들을요
하지만 이런들 어떠합니까
당신 없는 나날 역시
저에겐 새롭고 떨릴 것입니다
당신을 좋아했는지 사랑했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만나는 것 역시 우연스러웠으나
헤어짐은 확실합니다
헤어지는 건 쉽습니다
제 마음에서 당신을 비워내려면
조금만 우리 솔직해지면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