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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누만 아사나, 앞뒤다리찢기의 시작점

by havefa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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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올릴만큼 대단하게 자세를 완성시키지는 못했다. 보고 배울 사진으로 대신해야겠다. 어제는 그저 닿지 않던 몸이 바닥에 닿은 첫 날이다. 앞뒤 다리찢기 자세의 진짜 시작점! 나중에 이 순간을 기억해야지 하고 써보는 것이다. 몸이 어디가 비뚤어져 있는지, 어디가 뻣뻣한지는 알고 있었다. 그건 오답노트같아서, 알면서도 좀 피해다녔다. 어차피 틀린 것들을 다시 되돌이켜보고 싶지 않았던 것처럼. 약점을 굳이 보고 싶지 않았다. 보완해야 더 강해진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 여기서 얼마나 더 나빠질 게 있겠나. 잘 안 되면 또 안 되는 거고. 그래도 몸에는 도움은 되겠지. 그런 마음으로 뻣뻣한 고관절과 비뚤어질 골반을 맞추는 중이다. 따뜻하게 몸을 덥히고 자기 전에 다리를 좀 풀고 나서 앞뒤로 벌려본다. 처음에는 푹신한 베개, 나중에는 좀 더 낮고 딱딱한 베개, 그리고 마지막은 아무것도 없이. 그 짧은 10-30초의 시간이 너무나 길다. 숨을 내쉬면서도 이러다 엄청 잘못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냥 가만히 있어본다. 잘못되지 않을 거라고, 잘못되지 않을 거라고. 좀 변태같게도 무척 아프긴 하지만 시원하고 좋기도 하다. 할수록 느끼게 된다. 전혀 잘못된 게 아니라고. 잘 가고 있는 거라고.


늘상 골반을 받쳐주고 있던 푹신하거나 딱딱한 베개 없이도 살그머니 바닥에 닿았다. 눈을 속사포처럼 깜빡였다. 이거 뭐지? 이거 뭐야? 하다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안 되던 동작이 되면 울게 되는 사람도 있다고 했는데 나에게는 한 생각만 스쳐갔다. 최근 내가 한 일 중에 제일 잘했다. 내처 옆으로도 다리를 찢어보자 했지만 아직 거기는 멀었다. 오늘은 감사히 여기까지.


모든 게 밤의 마술이었던 것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아침에는 그렇게나 뻣뻣하다. 동작을 성공했다며 끝을 논하기엔 너무나 시작점에 가깝다. 나중에는 낮밤을 가리지 않고도 좀 더 바른 자세로 동작을 할 수 있는 날이 기대된다. 어쩌면 나는 나를 무척이나 무시했던 건 아닐까. 너한텐 무리야. 지금 안 되는 데 언제 될 수 있을지 알아. 분수를 알자. 분수가 어딨고 무리가 어딨으며 예측은 무엇인가. 당장은 해당되는 것이어도 미래에까지 해당될 지는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냥 믿어주면 되는 것이었는데. 불신이 팽배하다지만 가장 큰 불신은 나에게로 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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