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vefaith Aug 23. 2019

언젠가는 통기타 쳐봐야지 - 코드와 굳은살

C, Am7, Em7, G7

                          

  두 번째 레슨. 레슨 시간은 반은 만담, 반은 레슨식으로 흘러가는 느낌이다. 새삼 이렇게 50분이 빨랐나 싶기도 하고. 자, 도레미파솔라시도를 해봅시다. 실전에 강하면 참 좋을 텐데 내겐 기세가 부족한가 보다. 늘 연습 때보다도 주눅이 들어있다. 한 주간 열심히 연습한 도레미파솔라시도는 소리가 음마다 끊어지는 느낌이라 음이 끊기지 않게 연습해보라 하셨다. 물론 혼자 하지 말고 모든 음악의 동반자 메트로놈과 함께.


  대망의 연습곡이다. 좋았어, 내가 연습한 산토끼와 나비야, 반짝반짝 작은 별을 보여주겠어! 다짐하던 터였다. 그러나 선생님은 제일 어려웠던 곡이 뭐냐고 물으셨고 솔직하게도 나는 도레미송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은 도레미송만 시키셨다. 아차 하면 망조였는데 긴장하니까 폭망이다. 아쉽다. 반짝반짝 작은 별은 진짜 잘할 수 있는데.


  그나저나 자세가 이상하다. 손가락을 보면서 치려고 했더니 삐딱한 자세를 하고 있었다. 피크를 잡는 것도, 기타 헤드의 위치도 다 어긋나 있었다. 다시 알려주셨다. 아메리칸 그립에 익숙해집시다. 손은 악수를 하듯 뻗고 고대로 접어주세요, 피크는 검지는 90도 비슷하게 접고 엄지를 올리고 그 사이에 피크가 소로록. 대강 요약하자면 그렇다. 앞으로 고쳐나가면 된다고 하셨지만 한 주간 폭발적이던 의욕이 시무룩해지긴 했다. 의욕만 넘치면 뭘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는 걸. 선생님은 농담조로 기타는 새로 배우고 있으니까 답답하죠?라고 하셨다. 태권도로 치면 흰 띠 같고. 흰 띠도 맞고 신입도 맞는걸요,라고 답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조금은 익숙해지는 날이 오겠지.


  드디어 코드의 시간이 왔다. 처음 배우는 코드들 C, Am7. Em7, G7. 끊기지 않고 이어지듯이 코드를 옮길 수 있다면 최상이지만, 실제론 G7과 C 코드를 왔다 갔다 할 때 버벅거리고 있다. 한 칸 내리고 한 칸 올리는 손가락이 뭣이 그리 어렵냐 하면은,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마음 같지가 않더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음악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처럼 알고 보니 난 타고난 재능이 있었다는 전개나 머리가 이해한 대로 몸이 따라주는 편리함을 기대하지는 말자. 현실은 이렇게 한 칸 사이에서 손가락이 길을 잃고 있는 법. 잊지 말자. 흰 띠다. 새하얀 흰 띠. 욕심도 새하얗게 씻어버리자.


   동요 연습곡 2탄이다. 산토끼는 재등장, 멋쟁이 토마토,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곰 세 마리 등이 등장했는데 문제의 F 코드가 벌써 등장하셨다. 코드가 맞나 보려고 노래도 흥얼거려봤다. 내가 음이 안 맞나 왜 이렇게 어색한가 싶었는데 곧 익숙해졌다. 멋쟁이 토마토는 생각보다 잔인한 노래다. 왜 토마토가 주스가 되고 케찹이 되어야만 하는가! 사람 좋자고 만든 것 같은 노래다. 토마토는 그냥 빨간 토마토가 되고 싶었을 텐데. 곰 세 마리는 아빠는 뚱뚱, 엄마는 날씬, 애기는 귀여움을 강조하는 노래다. 예전엔 왜 그런가 보다 했을까. 아빠곰도 엄마 곰도, 애기곰도 건강하고 따뜻하면 그뿐이다. 코드를 집고 4비트에 맞춰 2,4박자마다 악센트를 주고 있다. 코드는 아직은 난항. 손가락이 줄을 짚었다가 아랫줄을 누르거나 해서 코드가 제 소리를 못 내는 경우가 많다. 요렇게 조렇게 손을 살짝 조정해보고 있다. 레슨이 얼마 안 남았는데 걱정이다.


  어느새 손가락에 굳은살 비스무리한 것이 자리 잡고 있다. 선생님이 줄을 좀 더 세게 눌러도 괜찮다며 지긋이 손가락을 눌렀는데 눈을 멀뚱멀뚱하고 있는 게 신기하셨던 모양이다. 안 아프냐 그러길래 아프죠, 근데 견딜만합니다. 제가 둔할지도 모른다고도 했었다. 그러다 마지막에 손가락이 아픈 걸 안다고도. 아직 굳은살은 안 생겼는데, 하셨는데 다음 주까지 하면 제법 딴딴해지지 않을까 한다. 잘 참는 게 꼭 좋은 것만도 아니지만 여기선 나쁘지만은 않을지도 모르겠다. 잘 되는지 못 되는지는 모르겠고 매일 30분씩 기타는 소리를 내고 있다. 잘 하네, 못 하네 하는 생각은 접어두고 싶다. 그러다 의욕이 절반은커녕 반의 반도 안 될지도 모른다.


  요즘 영문을 모르게 기타 레슨생이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요, 했더니 노 젓기가 싫다고 하신다. 바다도 싫고. 영문을 모르겠는 만담의 시작. 그냥 물가일 수도 있잖아요, 그랬더니 너무 얕은 건 싫고 호수가 좋단다. 음, 호수도 노는 저어야 할 걸요 움직이려면. 그랬더니 말로는 못 당하시겠다면서 나를 놀리실 때는 기타 소리를 내신다. <동백꽃>의 점순이처럼 "얘, 느이 집엔 이거 없지" 하듯이 너는 기타로 이런 건 아직 못 치지 같은 분위기가 묘하게 난다. 몇 달 전 종영한 슈퍼밴드 때문이든, 이제 3개월 남짓 남은 2019년이 아쉬워 기타를 시작한 것이든, 레슨생이 많이 들어오는 건 좋은 일일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언젠가는 통기타 쳐봐야지 - 도레미파솔라시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