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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는 내가 음악을 좋아할 거라 예상하셨다고 한다.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냐마는, 좀 더 많이 좋아할 거라는 말씀. 내가 생길 때, 태교를 할 때도 클래식을 들었던 기억이 인상 깊으셨다고. 이상한 상관관계겠지만 클래식보다 재즈를 취향상 좋아하는 건 태어나기 전 제법 많은 클래식을 들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그보단 어느새 자리 잡은 클래식에 대한 편견일지도 모른다. 이상하게 긴 무슨 단조의 교향곡이나 소나타 같은 제목은 어렵고 딱딱했고 깊은 역사만큼이나 형식에 갇혀있고 고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친근하게 지내고 싶어도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게 내가 클래식을 떠올리면 느끼던 어색함이었다.
클레먼시 버턴힐의 <1일 1클래식 1기쁨>은 하루를 차곡차곡 쌓아 만든 선물 같은 플레이스트다. 나 역시 2-3달간 매일 한쪽씩 주제별로 써서 비슷한 형식으로 책을 만들어 선물로 준 적이 있다. 그날그날 추천하고 싶은 노래를 쓰기도 했는데 고되면서도 끝이 다가올수록 아쉬웠다.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쓰려고 했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내가 많이 담겨서 내게도 선물 같은 경험이었다. 416쪽을 채운 작가와 비교하자면 1/4 남짓한 분량을 채워놓고 '어! 나도 그런 적 있어!'라고 아는 척하기는 민망하지만 작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독자 입장에서는 1년 치를 담은 작가의 노력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분명 쓰면서 즐거웠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날짜를 고려해서 클래식 음악을 직접 고르면서 365개의 음악 중 이걸 넣을까 저걸 넣을까 고민했을 모습이 그려진다.
책을 덮고 나니 다양한 클래식 음악가와 그들의 음악이 훨씬 친근하게 느껴졌다. 시시콜콜한 이야기에서 놀라기도 했고 위로를 받기도 했다. 적게는 1-2살, 많아봤자 10대에 음악성이 드러날 정도로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 놀랐다. 1-2살 때라니! 그때 기억이 나지도 않는 때부터 재능이 드러났다니 대단하다. 하지만 그들도 인간미가 없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무대 위에서는 화려했지만 알고 보니 수줍음이 많다거나, 들으면 아! 할만한 음악을 만들었지만 게으르기 짝이 없다거나. 첫눈에 반한 사람을 위해 곡을 쓰기도 하고. 10년이 넘게 부탁받은 곡을 쓰는 중일 정도로 미루기의 진수를 보여주기도 하고. 알지 알지, 미루기가 얼마나 아슬아슬하면서 재밌는지. 간혹 매일매일 곡을 꾸준히 쓰는 성실한 사람도 있고 당찬 매력을 보여주는 음악가도 많았지만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전자라서 선택적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더 놀랐던 것은 그렇게 재능 있는 사람들이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기보다 자기혐오와 불안에 빠져있었다는 점이다. 천재라고 우울증이나 정신적인 위기를 피해가진 않는다. 차이코프스키도, 라흐마니노프도 그런 늪에 빠져있었다. 남다른 예술가라서, 재능이 독이라서 그들이 더 우울하고 불안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두 사람이 위기를 겪고 이겨내는 모습을 보면서 묘한 확신이 생겼다. 우울함은 감기 같은 거다, 혹은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결국엔 다 잘 될 거라는 이야기가 메세지라면 이들은 든든한 사례가 된다. 좋은 곡을 쓰고 재능이 있다는 게 명확하면서 사람들의 반응과 시대의 평가에 상처 받아 주기적으로 바닥을 쳤다 해도, 이 둘은 그 모든 시간을 담은 곡을 우리에게 선물처럼 주었고 깨달음을 얻었다. 이 모든 시련에도 '인생은 아름답다. 가시는 많지만 장미도 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그래서 우울과 불안, 정신적 위기가 좀 덜 어려운 존재가 된다. 우리에겐 든든한 음악가들이 함께 한다. 이제 멘탈이 붕괴되고 우울하고 불안하더라도 이렇게 말하면 된다. 그거 알아? 차이코프스키랑 라흐마니노프도 엄청 우울하고 불안했대. 그리고 그 시간이 있어서 우리에게 엄청난 곡을 남겨줬지.
잊혀져 있던 여성 음악가 소환!
작가가 클래식 음악에서 잊혀져 있거나 인정받지 못한 여성 음악가를 언급해줘서 좋았다. 여자라는 이유로 잊혀진 것만은 아니다. 세상엔 수없이 다재다능한 사람이 있지만 미래에까지 기억에 남기를 바라는 건 욕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잊을만하면 다시 수면 위로 올려준 것만으로도 내겐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1) 서양 음악사에서 작곡가가 분명하게 밝혀진 음악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을 써주신 힐데가르트 폰 빙겐. 음악가, 수녀, 작가, 철학자, 의학 전문가, 예언자라니. 평생을 두고 생각하면 우리도 이렇게 다양한 걸 배울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한 걸까 제법 심오하게 고민을 할 정도였다.
('오 지혜의 덕이여, 1월 3일, p.21)
2) 암보로 연주한 최초의 유명 콘서트 아티스트이자 엄마, 가장, 교사, 작곡 등 수많은 역할 갈등을 헤쳐나갔던 클라라 슈만. 아니, 대체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엄마랑 가장만 해도 저녁이면 곯아떨어지기 충분했을 것이다.
('세 개의 로망스, Andante molto, 1월 13일, p.31)
3) 재능이 있어도 "아주 좋구나, 얘야. 그런데 음악은 남자들이 하는 일이야."라는 말을 듣고 지원받지 못했던 파니 멘델스존. 음악에 남녀가 어딨어요!라고 이야기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겠지. 지금은 남녀 구분 없이 문이 잘 열려있어요. 말만 들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데 본인은 얼마나 속상했을까.
(현악 사중주 E 플랫 장조 1악장 adagio ma non troppo 2월 2일, p.54)
4) 10년 동안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애써서 마침내 동일 임금을 받았던 루이즈 파랭.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지키기가 이렇게나 쉽지 않다. 그래도 눈여겨볼 점은 10년 동안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마침내 동일 임금을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을까. 신념이 현실이 되는 순간.
(피아노 오중주 1번 A단조, 작품 30번 1악장 Allergro, 5월 30일, p.181)
5) 여왕이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은, 카리스마 넘치는 피아니스트 테레사 카레뇨. 남녀가 중한가, 왕인 것이 중하지. 금성의 분화구 이름이 이분에게서 왔는지 몰랐다.
(나의 테레시타(작은 왈츠), 6월 12일, p.196)
6) "나의 작은 모차르트"이자 "결혼해서 애를 낳아야 할 중산층 여자" 사이에 있었던 세실 샤미나드.
(여섯 개의 연주회용 연습곡, 작품 35번 2곡 '가을', 10월 1일, p.317)
"여성이라는 성별 , 그리고 여성이라는 조건이 여성들에게 부과하는 일은 우리가 최상의 자아를 계발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 우리 여성들은 핸디캡이 있고, 아주 극소수 여성들만 환경과 타고난 힘을 통해 이 핸디캡을 극복해냈다."
잊고 싶지 않은 음악과 음악가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너무나 적절한 멘트. 남은 건 기억하는 우리의 몫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했다는 이 말은 어디든 해당된다. 책 속에서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담은 노래를 처음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스코틀랜드의 나의 사랑은 한 송이 붉은 장미와 같아', 덴마크의 리버스 8번, 아프리카를 담은 니그로 환상곡과 교향곡 g 장조 작품 11의 1번 1악장 Allegro. 인도의 라가 음악이 다뤄졌다. 작자 미상의 민요나 각 문화마다 익숙한 멜로디와 리듬이 많은 음악가들과 청자의 귀를 매료시킨 걸 보면 어디든, 누구든 음악적인 토양은 있을 것이다. 은근슬쩍 클래식은 이미 과거 어느 시점까지의, 특정 인물들이 만든 음악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겠더라. 책이나 영화의 '고전'의 의미와 클래식은 일맥상통하진 않을까. 언제 들어도 좋고, 오래오래 기억에 남고, 사람들에게 의미를 주는 작품이라면 새롭게 클래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역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때 글이 빛났다. 대체로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 각광을 받는 건 내게 편안한 이야기야말로 자신감의 바탕이 되고 타인에게도 새로운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첫사랑이 끝나고 들었던 오네긴을 보고 '세상에, 이거 완전 내 얘기잖아!' 하면서 공감했던 모습, 아르헨티나의 감성을 담은 밀롱가를 떠올리면서도 일탈을 꿈꾸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작가 설명을 보면 음악에 방송에, 작가에, 다큐 참여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서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아, 맞다 이 사람도 보통 사람이었지 하면서 푸스스 웃음이 나는 지점이었다. 절대 내 모습이라서 공감되어서 웃은 게 아니다.
" 자, 이제 출발이다. 답장 못 한 산더미 같은 이메일을 두고 밤 9시 녹초가 되어 잠옷 차림으로 소파에 쓰러져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건 내가 아니다."
반갑구만 반가워! 알고 있던 곡들
연주해봤거나 자주 들었던 반가운 곡도 만날 수 있었다. 연주를 해봤다고 드라마에서 봤다고 사실 곡을 잘 아는 것도 아닌데 혼자 친해진 느낌이 든다. 동시에 책에서 설명된 이야기를 미리 봤다면 좀 더 음악을 잘 이해할 수 있었을까 아쉬움도 든다.
1) 레너드 번스타인 -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symphonic dances 4: mambo(2월 13일, p.65)
맘보를 들으면 속에서 없던 흥도 꿈틀거리게 된다. 짜릿하고 신났던 악장.
2) 카미유 생상스 - <동물의 사육제 >13곡 백조 (2월 25일, p.77)
들을 때마다 행복하고, 바리톤 색소폰으로 멋지게 연주하고픈 마음속 로망곡이다.
3) 엔니오 모리코네 - <시네마 천국> 사랑의 테마 (2월 23일, p.75)
시네마 천국 ost 편곡 버전을 연주해본 적 있다. 막상 영화는 아껴두고 보지 않았는데 음악만 들어도 아련함이 전해져 온다. 물론 슬프지만은 않다. 가끔 음악으로만 이런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을 내는 사람들의 마음속이 궁금하다.
4) 모리스 라벨 - 피아노 협주곡 G장조 2악장 Adagio Assai(3월 7일, p.91)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알게 된 곡. 노다메가 아니라 누구든 탐을 냈을 곡이다. 작가도 그렇게 말하지 않나.
"살다 보면 듣기 전과 들은 후가 완전히 달라지는 음악이 있다. 그렇지 않은가? 한 번만 들어도 모든 것이 변한다. 이런 곡들은 잠시라도 듣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 계속해서 듣고, 또 듣고, 또 듣는 음악."
잠시라도 듣지 않고 살 수 없을 정도는 아니지만 들을 때마다 아, 이 곡이 왜 좋은지 다시금 깨닫는다. 통통 튀면서도 부드러움이 공존한다.
5) 레너드 번스타인 - Overture from Candide(p.180)
연주회 곡이었을 때는 어렵게 느껴졌지만 음원으로 들으면 좋다. 약간 놀리는 듯한 부분이 매력이다.
6) 벤자민 브리튼 - Sally Garden(6월 13일, p.197)
처음 알게 된 건 영화 <칠드런 액트>. 가사도 음악도 뇌리에 남아서 음을 따기도 하고, 악보를 찾아서 연주해보기도 했다. 아련한 삶의 지혜가 이런 느낌일까.
7) 랠프 본 윌리엄스 - 종달새의 비상(6월 14일, p.198)
김연아 선수 06-07 시즌 프리 스케이팅 곡이기도 했다. 새하얀 링크 위에 하얀 의상, 청량한 음악과 함께 해서 더 인상 깊었던 연기. 음악만 들어도 마음이 상쾌해진다.
8)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작품 43번 18 변주 Andante cantabile
첫마디만 들어도 많은 사람들이 알 곡. 이렇게나 다양하게 변주를 할 수 있구나 놀라면서 연주를 했다. 귀에 쏙쏙 박히는 게, 그가 "이 변주는 기획사를 위해 쓴 거야."라고 농담처럼 말할 만하다.
9)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c단조 작품 18번 2악장 Adagio sostenuto(8월 20일, p.270)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만난 또 다른 곡. 새삼 느끼는 건데 밝은 노래보다는 약간 어둡고 무거운 곡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라흐마니노프가 첫 번째 교향곡에 혹평을 받은 뒤로 작곡을 할 수 없게 되고, 그 위기를 넘길 수 있게 해 준 니콜라이 달 박사에게 헌정한 곡. 우울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적셨다가 조금씩 위로 올라와서 숨 쉬는 듯한 곡이다. 꼭 그 사연을 알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이 곡이 아픔의 모든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아픔을 안고 넘어섰을 때 얼마나 마음 시리게 아름다운 지도.
9) 아르투로 마르케스 - 단존 no. 2(9월 16일, p.300)
멕시코의 리듬이 살아 숨 쉰다. 멜로디와 리듬이 찰지게 돌아가는 느낌. 이 곡에 꽂혀서 그 해에 여러 연주에 이 곡을 사골처럼 우려 넣었다. 그래도 그리 지겹지 않았다.
10) 필립 스톱포드 - 아베 베룸(12월 8일, p.390)
돌아가신 레슨 선생님 덕분에 처음 연주해 보게 된 곡. 음은 단순한 듯하지만 한 음 한 음 버릴 게 없다. 너무 무겁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쉽게 잊혀질 만큼 가볍지도 않다.
마무리는 역시 인상 깊었던 문장이 좋겠다. 음악과 나, 우리에 대한 멋진 문장을 하나씩만 꼽았다. 책을 접어보는 걸 싫어하지만 마음에 드는 문구가 많아서 책 귀퉁이가 접힌 곳이 많았다.
1. 4분 33초라는 곡으로 만났던 존 케이지의 말.
"음악은 목적 없는 유희. 삶을 긍정하는 것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바로 그 삶으로 깨어나는 방법이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보십시오. 눈을 감지 마십시오. 보고 있는 것에 호기심을 갖고 관심을 가지십시오."(p.262, 8월 12일, 풍경 속에서, 존 케이지)
2.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반란의 별들이 동정하지 않는다면,
하늘이 영향력을 써주지 않는다면,
내 슬픔을 평화로 달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p.293 9월 9일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바르바라 스트로치)
3. "그러나 우리는 곧 죽게 될 것이고, 다섯 사람에 대한 모든 기억은 지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우리 자신도 한동안 사랑을 받다가 잊힐 것이다. 그 정도 사랑이면 충분하다. 모든 사랑의 욕망은 그것을 만들어낸 사랑으로 돌아간다. 산 자들을 위한 땅이 있고 죽은 자들을 위한 땅이 있다. 둘을 연결하는 다리는 사랑이다.
(p.313 9월 29일 그리고 다리는 사랑이다, 하워드 구달)
음악과 나, 우리.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다. 매일 한 쪽짜리 플레이리스트라고 진지함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416쪽 중에 세 문장이 남은 건 지금 내가 고민하는 문제여서, 그리고 내가 배울만한 자세이자 화두라서 그렇다. 정말 나야말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의 글과 악기 소리로 고민이 많아질 때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걸 하나 자조적인 질문을 하곤 했다. 돌이켜보니 저 문장처럼 정말 목적 없는 유희였다. 애초에 뭔가를 위해서 한 게 아니니 의미 부여에 고민할 필요도 없다.
끝을 잘 생각하는 편이라 나나 주변 사람들이 사라질 때를 상상하곤 한다. 어릴 적 무척이나 친했던 증조할머니도, 처음 길렀던 강아지도 기억의 저편에 있다. 가끔 생각이 떠오를 때는 있지만. 사서 걱정하는지는 모르지만 연로한 부모님, 두 번째로 기르는 늙은 강아지가 떠나면 그때의 나는 어떨지 혹은 내가 만약 없어졌을 때도 상상해본다. 전자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먹먹해지지만 이상하게 후자는 내가 잊혀지는 입장이라 그런지 아쉬움은 있겠지만 그리 슬프지만은 않더라. 기억에서 사라져도 소중한 마음까지 사라지진 않는다. 서둘러 생각을 정리하곤 한다. 내가 아주 슬프지는 않듯이, 내가 아끼는 분들도 비슷한 마음일 거라고. 기억이 다리가 아니라 사랑이 다리니까.
1년 치가 담긴 만큼 생각이 많아진다. 유투브며 포털 사이트에 온라인 노래 모음이 나오는 시대에 종이로 음악을 만난다니. 클래식한 게 매력이다. 리뷰를 쓰기 위해 하루에 음악을 많이 몰아들었다. 시간이 되면 차분히 하루에 하나 혹은 두세 개씩 만나도 좋을 것이다. 책에서 만난 음악과 사람, 이야기, 문장을 보다 보면 결심하게 된다. 그래, 정답은 없다. 그게 이 책이 주는 선물이다. 클래식이라고 어깨를 구부리고 만날 필요 없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니까. 그게 우리의 인생이고, 우리가 향유하는 음악이고 세상이다. 개인적으로는 한 가지 더 결심했다. 조만간 나도 이렇게 하루치의 글을 써서 모아 누군가에게 주고 싶다고.
* 이 리뷰는 ARTinsight와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