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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ve in Jan 29. 2019

고스란히 전해지는 크루들의 에너지

Burger shop Busan


오랫동안 지켜봐 온 그래픽 디자이너분께서 브랜딩을 맡아 진행한 버거샵.

크루들끼리 뉴욕에 답사를 다녀오는 등 과정을 온라인으로 지켜봐 와서인지 꼭 가보고 싶었는데, 부산에 갈 때마다 타이밍이 맞질 않아 이제야 가게 되었다.


1호점은 서면, 2호점은 해운대에 위치해 있다. 내가 방문한 곳은 해운대점으로, 서면점과 비교하면 좀 더 밝은 느낌이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미국 음식점 무드. - 주방에서 패티를 굽는 냄새도 한몫한다. -

살짝 톤 다운된 레드와 빛바랜 듯한 아이보리 같은 전체적인 톤 앤 매너는 물론이고 아주 디테일하게 미국의 버거 가게들을 벤치마킹했다.





화장실 간판을 포함해 여기저기서 보이는 디테일한 사인들 하며, - 특히 브루클린의 가게들에 붙어있는, 직원들에게 손 씻기를 권고하는 사인을 그대로 가져온 것을 보고 웃음이 났다 - 테이블, 빈티지 체어, 둥근 조명, 티슈 통과 그 안의 티슈 한 장까지 그들이 어떤 모습을 추구하는지가 확고하게 드러났다. 분위기를 더하는 적절한 음악까지.

벽면에 옷이나 가방을 걸 수 있게 걸이를 달아놓은 부분이나, 손 씻는 세면대가 마련되어 있는 것만 봐도 가게에 애정이 듬뿍 담겼다는 걸 느낄 수 있었고,
손님이 가게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부분들에 세심하게 신경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디테일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애정이 듬뿍 담긴 공간에 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들이 어디에서 모티브를 따왔는지, 추구하는 무드는 무엇인지 가게 곳곳에 붙어있는 이미지와 액자로 짐작할 수 있다. 또 라이터, 티셔츠 등 자체 제작 굿즈들도 판매하고 있다. 명함과 스티커는 가져갈 수 있도록 마련해두셨고.

사실 화장실 내부가 정말 한 방이었는데,
화장실에서는 사진을 찍기 민망하므로.. 묘사하자면
붉은 조명에 벽면에 무드 보드처럼 사진들이 붙어있고 스피커를 따로 설치해 다른 음악이 흘러나온다. 천정의 귀여운 조명, 타일, 안내표지판 모든 것들이 ‘버거샵’스러웠던 화장실.
어딜 가나 화장실까지 그들의 무드가 이어지고 깔끔하면 좋은 이미지가 배가 되는 것 같다.





물론 주인공인 버거도 맛있다. 보통 수제버거들보다 훨씬 부드럽고, 완전히 위아래가 나뉜 게 어니라 모닝빵처럼 절개된 형태의 빵 덕에 먹기가 편했다 - 사방팔방 내용물이 떨어지는 일이 없다 - 채소는 신선하고 고기도 부드럽다. 갓 튀겨 나오는 도톰하고 살짝 꼬인 형태로 특이하게 생긴 감자튀김은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감자의 촉촉한 질감이라 완전히 취향을 저격당했다.

버거 패키지 옆면까지 위트 있게 디테일을 살려 놓으셔서 먹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 사실 배가 불러지면서 더 기분이 좋아진 것도 있다 -


버거샵 서면점


식상하지만 더없이 적절한 표현으로 ‘부산에서 미국 문화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둘의 교차점을 잘 엮어놓은 느낌.

물론 한국에 이미 그런 버거 가게는 많다.
브루클린 더 버거 조인트, shake shack처럼 미국 브랜드를 그대로 옮겨 온 큰 브랜드부터 이태원만 가도 미국 스타일의 버거, 피자집이 즐비하다.
그런데 왜 이곳이 특별하게 느껴질까?


아주 작은 부분부터 전체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요소 없이 하나의 방향성을 바라보고 있는 탄탄한 브랜딩, 크루들의 애정과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음식과 서비스, 그리고 ‘부산’이라는 지역적 특성이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투박한 듯 따뜻하게 느껴지던 부산 사투리도, 적당한 러프함으로 기존의 주변 건물들과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무드도 그렇다.

- 특히 서면점은 골목 모퉁이라는 애매한 위치를 잘 살려냈다 -


브랜딩이 아무리 잘 되어 있어도 사람들에게 와 닿는 느낌은 일하는 분들의 태도가 결정짓는다. 앞에서 열거했던 이곳의 매력 중 가장 와 닿았던 것은 크루들에게서 느껴지는 - 하나하나 고심해가며 본인들의 손으로 일구어 냈기에 만들어지는 - ‘버거샵’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애정과 그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경험이 맞물려있다는 것이다.


부산에 올 때마다 매번 들리게 될 것 같은 곳.

버거를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그들을 응원한다.




https://store.naver.com/restaurants/detail?id=1438852634

https://www.instagram.com/burgershopbu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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