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없던 결정들

다르게 살아보려 애쓴 시간들

by 가을꽃나무

계약 기간이 끝나갈 무렵, 남편과 나는 이사를 논의했다.

하지만 남편은 이미 다른 계획을 품고 있었다.


그건 내 손재주를 이용해

디저트 가게를 겸한 공방을 차리는 일이었다.


남편은 계산이 빠른 사람이었다.

내가 떡케이크 원데이를 다녀온 뒤

‘이건 돈이 된다’고 확신했다.


쉽고 빠르게 돈을 벌고 싶어 하던 그에게

공방은 매력적인 사업 아이템이었을 것이다.


그는 나의 손재주를 칭찬하며,

공방 제안을 끈질기게 이어갔다.


나는 단호히 말했다.

“난 누군가를 가르칠 자신이 없어요.

그건 단순한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그 말은 닿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같은 이야기가 반복됐다.


지쳐서 말했다.

“하더라도, 지금은 아니에요.”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는 그 이야기가

잠시 멈춘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사할 집을 찾던 중

남편의 눈에 한 가게가 들어왔다.


그날 오후,

그는 아이를 안고 편의점에 다녀온다며 나갔다.

잠시 뒤, 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자기야, 지금 빨리 내려와 봐. 어디로 와!”


그가 말한 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우리는 가게를 보러 가게 되었다.


남편은 들뜬 얼굴로 말했다.

“어차피 월세 나갈 거잖아.”

“나중에 공방 할 거면 세 조금 더 내고, 여기 리모델링해서 살면 되잖아.”

“지낼 공간도 커지고, 솔이한테도 좋을 것 같아.”


그 말에 머리에 지진이 났지만,

그래도 한 집의 가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다짐이

나를 조용히 설득하고 있었다.


남편은 신나서 설명을 이어갔다.

가게 구석구석을 돌며,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듯 이야기했다.


신나 하는 그의 모습에

나 역시 잠시 웃음을 지었다.

그 순간,

나는 또다시 ‘아내’라는 이름을 떠올렸다.


“당신 생각이 그렇다면 그렇게 해요.”


그 말과 함께

내 안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존중이라는 이름 아래

나의 존재가 희미해지고 있었지만,

그땐 알지 못했다.





그렇게 모든 일이 급하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나는 아내였다.

그를 지지해야 했고,

그의 의견을 존중하며,

그의 결정을 수용하는 것이

한 가정을 지키는 일이라 믿었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일이라 여겼다.


아마 그 무렵의 나는

이미 사라진 뒤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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