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살아보려 애쓴 시간들
그렇게 살기 위해 나는 병원을 찾았다.
죽고 싶지 않았고,
더는 미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의 한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약은 들어요. 하지만 일시적일 수 있죠.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지금까지의 모든 상황들이 한꺼번에 스쳐 지나갔다.
나로 살고 싶었다.
그렇게 살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하며 살아왔다.
함께 노력해 줄 사람,
그게 내가 그를 사랑했고 선택했던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디에도 그 사람은 없었다.
사랑은 남아 있지만,
마음은 고통스러웠다.
아프고, 지쳤다.
살아오며 얻은 한 가지 교훈이 있었다.
불행한 사랑은 나를 행복하게 하지 못한다.
이제야 그 말이 뼈에 닿았다.
나는 행복해져야 마땅한 사람이고,
소중한 존재다.
그리고
나의 아이, 솔이는
그 무엇보다도 더 소중한 존재다.
나는 그걸 잊지 말아야 했다.
그리고 잊지 않을 것이다.
내가 살아야 한다.
그렇게 조용히 결심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의 시초였던, 오래된 ‘이간질의 사건’에 대해 물었다.
처음엔 못 들은 척, 다른 이야기로 넘겼다.
나는 다시 물었다.
그녀는 또다시 피했다.
세 번째 되물었을 때,
마침내 입에서 나온 한마디가
나의 머리를 차갑게 식혔다.
“너도 알다시피 아들이 여리고 섬세하지 않니?
그 애가 내 말을 듣고 오해한 거겠지.
설마 내가 그렇게 말했겠니?”
아들을 방패 삼아,
본인은 뒤로 숨는 사람이었다.
그 순간 알았다.
그녀는 어른답지 못한 사람이었다.
나에게 ‘어른 대우’를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
평생 인간관계에서
내가 본 가장 회피적인 사람의 전형이었다.
나는 짧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남편에게 그대로 전했다.
그는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나는 녹취를 들려주려 했다.
남편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예전처럼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늘 이런 일엔 안타까웠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그를 바라보며
속으로 다짐했다.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 있을 때,
우린 정리해야 할 것 같아.
그래야 솔이를
떳떳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너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렇게 마음속으로
천천히, 조용히 되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