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는 이미 엄마가 되어 있었다』

by 가을꽃나무


넉 달의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은 고마움이다.

내 아이에게 느끼는 고마움.


모든 부모가 느끼는 감정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내 아이에게 감사한 마음이 참 크다.

우리는 흔히 부모의 사랑을 맹목적인 사랑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느낀다.

부모의 사랑에는 생각보다 많은 조건이 붙는다.

건강했으면 좋겠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다.

아이를 향한 마음에는 언제나 걱정과 바람이 함께 따라온다.


하지만 아이의 사랑은 조금 다르다.

아이는 엄마가 아파도 엄마를 찾고

때로는 상처를 받으면서도

여전히 엄마와 아빠를 향해 돌아온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 환경과 상황이 어떠하든

아이는 부모를 사랑한다.

나는 그런 환경 속에서 자라온 사람이기에

그 사실이 더 마음 깊이 다가온다.


그리고 이제야

무엇이 잘못된 것이었는지 조금은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나의 마음에는 슬픔과 외로움, 그리고 씁쓸함이 있었다.

아이를 키우며 문득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나의 모습이 너무 쓸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록을 시작했다.


하지만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를 바라보며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오르지 않기 시작했다.

아이의 모습 그대로가 보였고

오히려 나의 미숙함만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문득 스스로에게 물었다.

언제부터 그 아이가 떠오르지 않게 된 걸까.


생각해 보니

그 변화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신기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어쩌면 이 글은 누군가에게는 무거운 기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직접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는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진 기록이기도 하다.


4화까지의 연재를 끝으로

약을 낮춘 뒤의 적응 기간 동안 있었던 이야기들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의 안정된 마음으로 돌아보니

그 이야기들은 더 이상 글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 글을 쓰며

이 연재를 여기에서 정리해 보려 한다.


어린 시절의 나는

2차선 도로를 바라보며 지나가는 대형 트럭의 바퀴를 보면서

아플까 하는 생각을 하던 아이였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아이를 더 이상 슬프게 바라보지 않는다.

그 아이는 더 이상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도 그 아이는 이미

내 아이의 엄마가 된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내 아이를 바라보며 그저 즐거운 미소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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